(사진:박 도영)
그 여름, 풀 포기 하나 보듬을 여지조차 지니지 못할 만큼, 혹독한 가뭄에 타서 쩌걱쩌걱 갈라져 메마른 먼지만 삭막하게 날릴 뿐이었던 내면을 안고 갔던 곳.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 대신, 우연히 주어진 상황, 흘러가는대로, 아무 의지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세워진 사람모양 희미하게 떠났던 길.
바퀴가 헛돌던 랜드크루저 한 대는 기어이 중간에 퍼져 버리고,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황토빛 먼지 바람 사이로 달려가던 길.
거꾸로 쏟아질 것 같은 급경사를 용케 기어오르는 양떼들과 야크 무리,최소한의 것들만 지닌 그 사람들을 스쳐서 해발 4800m의 캄바라 고개를 넘어 카말라산에서 얌쵸윰초호수를 보았을 때...
도저히 적셔질 것 같지 않던 내 내면에 떨어진 한 방울 물은 무엇이었을까.
누구든 혼자서 온전한 섬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다에 씻겨가도 그 대륙은 줄어들고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그러니 종이 울리거든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묻지 마라, 그 종은 너를 위하여서도 운다. ......열 몇살 때 멋모르고 외우고 다녔던 존 던의 낡은 싯귀...
어쩌면 가느다랗지만 튼튼하고 힘센 끈 하나가 대지와 이 깊고 푸른 물과 내 몸의 한 부분을 잇고 있는 것 같은 눈물겨운 느낌. 안정감.
... 괜찮아.... 괜찮아....아름답지 못해도 괜찮아....휼륭하지 못해도 괜찮아.... 엉망으로 긁히고 덧난 상처들로 보기 흉해도 괜찮아....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갈색 또는 연두빛 봉우리들과,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가 금세 저만치 달아나는 흰 구름을 안고 있는 눈이 따갑게 투명하고 새파란 하늘과, 깊이를 짐작할 수 없게 짙은 터키블루를 토해내는 얌쵸윰초호수 앞에서, 나는 종소리 대신 이런 말을 들었을까.
얌쵸윰초의 물줄기를 따라 돌던 카롤라 고개길, 해발 7191m, 머리 꼭대기부터 어깨 지나서까지 눈을 쓰고 있던 설산 노진캉상이 저만치 앞에 보였을 때, 맑은 하늘에서 내가 속한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투명한 얼음덩어리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댓글 저도 그 곳에 서고 싶군요
지금, 잠시.... 그 곳에 서 있다고 상상하시면 안될까요?
아, 옥색의 물빛! 그때 그곳이 생생하네요. 2006년 1월의 기억.
내가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 중에 하나가 저런 곳에 서 있고 싶은 욕망. 예전엔 홀로 서 있고 싶었는데 요즘은 친구랑 함께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곳을 다녀올 수 있었던 미모사님과 반더루님을 질투하며...그들의 달콤한 글에 취하며...
티벳에서 장무를 지나 네팔로 넘어갔던 때가 4년 전, 이 글은 올해 봄에 썼습니다. 재주가 없으니 짧은 말로라도 표현할 수가 없어서입니다만, 그 풍경들과 풍경 앞에서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참..가보고 싶은 곳,,,,,,,,,,,,,,
얼른 가서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참...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나두 가고 싶다 언젠가는 갈수 있을까요 요즘 돈 모으고 있는데 ㅎㅎㅎ
자운영님, 마음만 있으면 시간도 생기고 돈도 생기는 것 같더군요. 언젠가는...^^
포레의 음악과 함께 멋진 풍경 잘 보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 퍼 가도 될까요?
이 사진들을 보면 아마 미모사 님도 미칠 걸,,가만 있지 못할 것이다,, 싶었더니,, 아닌 게 아니라 답글을 달고 난리가 나는군요. 미모사, 그녀는 티벳에 미쳐 있거든요. 지금도.
차마고도,무스탕 ...요즘 지상파 방송에서 연이어 내보내는 이런 방송들을 보면서 누군가와 그때 그 기억들을 나누고 싶어 들고 왔는데...감사합니다.(꾸벅) 푸른비님, 음악을 같이 올린데 대해 야단치시는 분이 안계시길래 음악 아래 멘트 고쳐놨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시면 퍼가셔도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예전에 음악방이 있을땐 그 음악들 보호때문에 안 되었지만 지금은 괜찮을 걸요? 포레의 음악이 평소엔 좀 지루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들으니 시간의 완보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아주 좋게 느껴집니다. 두이노에서 오랫만에 음악을 듣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