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출전, 승리의 랄랄라~~까지
부천FC에는 정명고등학교(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출신 선수가 있다.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오재혁(25세), 박재홍(24세), 김민호(24세)이다. 정명고 축구부는 올해 초 해체됐지만 이렇게 다시 부천FC에서 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오재혁은 이 셋 중 한 살 선배이자 맏형이다. 박재홍, 김민호는 고등학교 합숙시절 부터 붙어다닌 친한 친구사이다. 집도 부천, 팀도 부천인 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같은 프로팀에서 만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도 항상 셋이 붙어 다녀 동료들한테 “또 정명이냐?” 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서로의 가족모임에도 ‘아들’자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은 형제와 같다.
3인방의 공통된 꿈은 셋이 함께 풀타임으로 출전해 승리의 랄랄라~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의 꿈을 지난 21일 안양원정경기에서 이뤄냈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함께라 서로 의지가 된다는 이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지난 21일 K리그 챌린지 25라운드 부천FC vs FC안양과의 경기를 앞두고,
(첫째줄부터) 송치훈, 오재혁, 이후권, 공민현, 임창균 (뒷줄) 김태영, 유준영, 김민호, 박재홍, 김경민, 골키퍼 양진웅, 오재혁, 박재홍, 김민호가 이날 선발출전했다.

▲ (왼쪽부터) 박재홍, 오재혁, 김민호 선수
오재혁 (OH JAE HYUK) DEFFENDER NO. 19
생년월일 : 1989년 2월 20일(25세)
신장/체중 : 174cm /63kg
출신교 : 원종초, 여월중, 정명고, 안동 건동대, 천안시청

‘제2의 이영표’ 꾀돌이 형
박재홍, 김민호가 말하는 오재혁
형의 축구는 두뇌 플레이다. 꾀돌이 ‘제2의 이영표’이다. 이점은 코치님들도 인정한다. 건동대 시절 형의 등번호는 9번이었다. 형 팀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격과 수비 모두 다해내는 팀의 에이스였다. 신체조건이 좋은 건 아니지만 머리로 하는 축구를 해서 칭찬 받는다.
재혁이 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리한 형'이다. 우리가 심하게 장난을 쳐도 다 받아주는 착한 형이다. 다가가기도 편해 꼭 친형 같다.
오재혁은 원종초등학교(오정구 원종동)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여월중학교(오정구 여월동)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스카우트 됐다. 정명고, 건동대 졸업 후 천안시청에서 1년간 뛰었고, 지난해 드래프트를 통해 부천에 입단했다. 프로입단 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는 오재혁은 또 다른 꿈을 향해 도전 중이다.
현재 거주지는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집이 가까워서 심적으로 부천FC 생활이 편하다. 그동안 주전은 아니지만 엔트리에 꾸준히 들었고 교체출전으로도 뛴 적 있다.
오재혁은 지난 1일 K-리그 챌린지 22라운드 광주FC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뤘다. 전 후반 왼쪽 사이드 백에서 뛴 그는 이날 경기 후 코칭스텝으로부터 가장 열심히 잘 뛰어주었다라는 평을 들었다. 선발전을 치른 오재혁은 “리그가 시작 된 후 처음 온 기회였다. 내 자리만 바뀌었지 다른 선수들은 기존 멤버였다. 이런 기회면 열심히 뛸 수 밖 에 없다. 긴장되지 않게 뛸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과 기회를 준 코칭스텝에게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꾸준한 선수로 남고 싶다.
오재혁은 자신의 꿈이 소박하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지금부터 10년간 꾸준히 팀에 남고 싶다는 것이다. 25살인 그가 10년 동안 공을 차기 위해서는 35~36세까지 본인이 뛸 수 있는 팀이 있어야 한다. 오재혁은 “돈을 떠나서 부상이나 역경 없이 팀에서 찾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 나이 까지 팀에 남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우리 팀에서는 (김)상록(34세‧ FW 17)이 형이 바로그런 경우이다. 그 팀이 부천FC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재혁은 지난 광주 전에서 왼쪽에서 뛰었다. 왼발잡이는 아니지만 팀에서 필요로 한다면 오른쪽, 왼쪽 관계없이 뛸 수 있다. 그만큼 오재혁은 자신감 있다. 오른발잡이인 오재혁은 오른쪽 안으로 치고 들어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매력을 알기에 오른쪽 사이드에서 뛰고 싶어 한다.
박재홍 (PARK JAE HONG) DEFENDER NO. 5
생년월일 : 1990년 4월 6일 (24세)
신장/체중 : 189cm /87kg
출신교 : 속초 중앙초, 여월중, 정명고, 연세대

‘아우라’ 넘치는 멋진 내 동생
오재혁이 말하는 박재홍
재홍이랑 나는 여월중, 정명고, 중·고등학교 선후배사이다. 중·고등학교 때 재홍이는 덩치도 크고 키도 컸다. 오랫동안 재홍이를 봐왔는데 이곳(부천)에서 와서 재홍이가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먼저 재홍이는 운동장에서는 빠지는 게 없다. 성격도 좋지만 신체조건도 월등하다. 볼도 잘 다루고 헤딩력도 있다. 실전에서는 최고 선배다. 광주 전 경기에서는 재홍이가 무서워 쫄기도 했다. 위치선정도 좋고 수비력도 탁월하다. 우리 재홍이는 ‘아우라’가 있다. 단점은 장난이 너무 심하다. 그래도 항상 내편 들어주고 잘 따르는 좋은 동생이다.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친구
김민호가 말하는 박재홍
지금도 잘하는 친구지만 재홍이의 실력은 노력에서 온 것이다. 재홍이는 고등학교 시절 때 힘들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포기 했었을 텐데 ‘기다림의 미학’을 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이 자리까지 온거라 앞으로 기대되는 친구이다. 내가 배울 점도 많다. 팀에서 같이 중앙 수비수를 보고 있어서 말로 리딩 하는 것, 강하게 이끄는 것 등을 재홍이에게 많이 배운다.
물주전자 당번에서 주전으로
박재홍은 강원도 속초 중앙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서울대신중학교로 스카웃 됐다. 축구명문 대신중은 이 당시 위기가 찾아왔었고 여월중학교(오정구 여월동)에서 축구부를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학했다. 정명고등학교 졸업 후 연세대 수비중심으로 활약한 실력을 인정받아 신인드래프트 우선순위로 지명돼 올해 부천FC에 입단했다. 연세대 입학은 정명고 축구부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는 연세대학교에 진학한 이유를 “운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연습경기 당시 연대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뿐이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정명고 1~2학년 때 까지는 게임을 못 뛰었다. “나보다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출전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팀에서 주전 자리를 찾은 것은 선배들이 졸업한 후 3학년 때였다. “민호가 2학년 때까지 주전이었다. 나는 물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민호와 팀을 응원했다.”
박재홍의 집은 강원도 춘천이다. 축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합숙생활을 시작해 타지 생활이 익숙하다. 경기 후 외박이나 외출이 있을 때 집이 가까운 동료들이 부럽기만 하다. 대신 친구 김민호의 집을 편하게 같이 다니며 김민호의 누나가 차려주는 상차림에 익숙해 져 있다. “2~3일 쉴 때나 집에 갈 수 있다. 민호네 집에 가서 많이 얻어먹는다. 누나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박재홍은 시즌 첫 경기부터 주전으로 뛰고 있다. “오자마자 주전이 되었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나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자신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팀과 함께 상위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부천이 승격되어서 클래식으로 같이 올라가고 싶다. 몸값을 올려서 구단에 도움도 되고 실력도 인정받고 싶다. 큰 무대로 나가서 더 큰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호 (KIM MIN HO) MIDEFIELDER NO.29
생년월일 : 1990년 10월 1일(24세)
신장/체중 : 187cm /78kg
출신교 : 계남초, 용인원삼중학교, 정명고 2학년 당시 용인축구센터로 전학, 인천대

엘리트 출신 내 동생
오재혁이 말하는 김민호
우선 칭찬할 게 너무 많다. 민호는 지금 중앙 수비를 보고 있지만 원래 자리는 수비 형 미드필더이다. 고등학교 대학 때까지 이 자리였다. 민호는 시야랑 골 차는 게 탁월하다. 수비 형이서 그런지 골 연결해주는 게 되게 좋다. 잔 실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런 실수는 없다. 다부진 면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는 데 보완되면 좋은 선수이다. 원삼중학교, 용인축구센터에서 엘리트로 축구교육을 받은 선수이다. 단점은 워낙 장난이 심해서 가끔 때리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웃음) 그리고 조카 연우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민호 침대에는 가족사진이랑 연우사진이 붙어있다. 카카오톡도 온통 연우사진뿐이어서 ‘연우 톡’이라고 말한다.
대견한 내 친구
박재홍이 말하는 김민호
정명고 시절 민호는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팀 에이스였다. 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내가 민호한테 많이 배웠다. 원래는 미드필더였는데 프로에 와서 수비 보는 것 보고 걱정이 많았다. 수비배운 줄 얼마 안 되서 어려운 점도 많을 텐데 무난하게 잘 하고 있다. 포지션을 바꾼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 민호는 노력중이고 잘해주고 있어서 대견하다. 민호랑 같이 게임을 뛰면 잘 맞는다 스타일도 잘 맞고 앞으로도 같이 뛰고 싶다.
대학 때 민호가 가끔 외롭다고 연락 오면 여자 친구도 소개 해준 적도 있는데 지금은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한다. 조카 연우가 태어나고는 가족에 푹 빠져있다. 민호가 빨리 자기 짝을 찾아서 연우같이 이쁜 아이도 낳았으면 좋겠다.
뛸 수 있는 힘, 가족이 있기에
김민호는 지난 겨울 큰 아픔을 겪었다. 지금도 그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1월, 부천FC는 선수단을 구성하고 제주도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훈련도중 김민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팀에 복귀했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그가 축구화를 신은 이후부터 모든 경기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뒷바라지 했던 어머니였다. 아들이 프로리그에 데뷔하는 것을 그토록 바랐지만 그 모습을 현실에서 못보고 하늘에서 볼 수 밖 에 없었다.
김민호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아니었으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겁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는 모습 꼭 보여 드릴 테니 하늘에서 지켜봐주세요.”

▲ 16개월된 김민호의 조카 연우는 삼촌뿐만 아니라 부천FC 선수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간혹 김민호선수의 아들아니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경기때마다 항상 찾아오는 아버지, 매형, 누나는 이날도 여전히 응원석에 자리했다. (사진제공 김민호)
누나 너무 고마워 가족 모두 사랑해
김민호에게는 두 살 위 누나 김은지 씨가 있다. 부천FC 안영진과 계남초등학교 동창사이기도 해 팀과 인연이 많다. 김민호와 부천FC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16개월 된 조카, 연우의 엄마이기도 하다.
김민호가 뛰던 안 뛰던 홈경기 가까운 원정경기 등 연우를 안고 유모차를 끌고 연우아빠와 할아버지와 경기장을 찾아온다. 동생이 출전하지 않아도 온 가족이 빨간 옷을 입고 찾아오는 이유는 부천FC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김)신철이, (박)재홍이, (오)재혁이 등 모두 친한 동생들이이에요. 민호가 못 뛰더라도 동생들 응원해주어아죠” 김민호를 엄마 정성만큼 챙겨주며 팀 동료들도 챙기는 누나이다.
김민호는 누나와 가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족들 아직 다 힘들겠지만 누나, 아버지, 매형도 많이 슬프고 힘 들 텐데 항상 잘 챙겨주어서 고맙다”고 전했다. 김민호의 누나 은지씨와 매형 가족은 지난 4월 부천으로 이사했다. 매형 주용석씨는 이곳으로 오면서 직장을 옮겼다. 외로울까봐 걱정되는 장인어른과 연우엄마와 가족들을 위해서였다.
김민호의 집은 원미구 중동이다. 아버지, 누나, 매형, 조카 연우와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오전 훈련이 있는 날이면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집에 가서 아버지와 점심을 함께 한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지만 ‘적적한’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은 마음에 이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의 팔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영문이름이 새겨진 문신이 있다. 힘들 때 마다 팔을 들여다보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을 위해 흩어진 마음을 추스린다.
부천FC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
김민호는 지금까지 8경기 풀타임 출전했다. 시즌 초반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많은 중앙수비수 자리는 안심 할 수 없다. 자신에게 다음 기회가 오지 않아도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인천대학교 졸업 후 번외지명으로 부천FC에 입단한 그의 꿈은 부천의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이 팀에서 오래있고 싶다. 재계약해서 부천의 레전드 부천하면 떠오르는 선수로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덕영 (제2기 부천시블로그기자단)
사진제공 부천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