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인성 농사체험 '에듀팜 콘테스트' 가보니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성남의 한 농장에 수 십여명의 어린이가 옹기종기 모였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어린이부터 편안한 운동복을 입은 어린이까지 차림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들 손에는 공통적으로 호미와 모종삽 등 다양한 종류의 농기구가 들려 있었다. 바로 이곳은 조선에듀케이션과 에듀팜이 함께하는 창의인성 농사체험 프로그램 ‘에듀팜 콘테스트’ 현장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농사에 참여해
- ▲ (위부터) 다양한 종류의 모종과 농기구를 든 채 포즈를 취한 에듀팜 콘테스트 참가자들. 어린이들이 모종을 심기에 앞서 밭을 갈고 있다. ‘꿈’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는 어린이들./ 성남=이신영 기자
이 날 첫 번째 시간으로 농사활동 시 숙지해야하는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농사지도를 맡고 있는 조명구(61세) 에듀팜 이사는 어린이들에게 농기구 사용법, 밭 주변의 위협 요소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쪽에서 이야기를 듣던 김소현(성남 돌마초 3년) 양은 "농사짓는 걸 TV에서만 봤지 직접 해보기는 처음이다. 주의받은 데로 농기구를 조심히 다루면서 열심히 농사를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전교육이 끝나자 일년 동안 함께 농사를 지을 팀을 배정하는 조 편성이 이뤄졌다. 어린이들은 각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할당 받은 밭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어색한지 쭈뼛거리고 서 있던 어린이들은 서로 친해졌는지 환한 미소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농사활동에 들어갈 시간. 어린이들은 삽을 이용해 감자를 심을 '이랑'과 물이 지나갈 '고랑' 등 농사지을 터전을 다지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삽질이 힘든지 김예찬(성남 서현초 4년) 군은 연신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냈다. "삽으로 흙을 퍼내고 있는데, 허리가 아프네요. 하지만 이 땅에서 자랄 작물을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삽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어느 정도 땅이 다져지자, 상추와 깻잎 모종(某種·옮겨 심기 위해 씨앗을 뿌려 가꾼 어린 식물)이 등장했다. 모종삽을 이용해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모종을 심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 중 익숙한 손놀림으로 다른 어린이보다 빠르게 모종을 심는 최지수(경기 성남 장안초 4년) 양이 눈에 띄었다. 최 양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참가하게 됐다. 직접 심고 길렀던 상추에 고기를 싸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고 귀띔했다.
◇"농사도 하고 인문학 강좌도 듣고… 너무 재미있어요."
- ▲ 어린이들이 상추 모종을 들고 있다./ 성남=이신영 기자
앞으로 진행될 체험활동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끝나자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에듀팜 콘테스트 특징 중 하나가 농사활동에서 나아가 체험활동과 인문학 강좌 등이 병행된다는 것. 백현상(50세) 에듀팜 대표는 "어린이들이 여러 체험 활동을 하고 인문학 강좌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문학 강좌의 주제는 '꿈'이었다. '꿈' 노트를 지급받은 어린이들은 서울여상 도덕교사였던 박영하(50세) 에듀팜 공동대표의 강연을 주의 깊게 들었다. 어린이 각자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이찬호(성남 신기초 6년) 군은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내 목표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에듀팜 콘테스트는 세 시간을 훌쩍 넘긴 12시3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처음이라 농사도 익숙지 않고 서툴렀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인문학 강좌가 좋았어요. 앞으로 꾸준히 콘테스트에 참석해 농사도 하고 다양한 체험활동도 열심히 할거에요." (고민정 양·성남 돌마초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