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가 줄을 잇는 화랑, 한국적인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전통 찻집,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소품들이 진열된 공방들. 물론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인사동을 꼽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종로 쪽에서 인사동으로 가는 초입에 “이크 이크” 하는 기합소리가 들리고 구경꾼들이 운집해 있다. 우리 고유의 무술 택견 시합이다. 한복을 입은 건장한 두 청년이 날쌔게 발짓하고 다시 팔을 잡아 꺽어 넘겨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눈깜짝 할 사이에 한 선수가 상대편 허벅지를 밟고 가슴을 차자 일제히 함성이 터진다.
따뜻한 5월에 시작하여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마다 전국 20여개 팀이 예선 리그와 본선 토너먼트를 거치며 천하 제일 택견패를 찾는 택견 베틀이 벌어진다. 그 동작을 자세히 보니 춤과 같이 부드러우나 발로 차거나 걸어서 넘길 수 있어 태권도와 씨름을 섞어 놓은 듯 하다. 게다가 관중석에서 쏟아저 나오는 “까라 까” “조여 조여” 란 구호는 참 재미있다.
오산결련택견 전수관 임재호 택견꾼(경기대 아리쇠 감독)의 소개로 처음 본 택견 경기는 전투를 방불케하는 피터지는 시합이 아니라 풍물패와 함께 웃고 즐기는 놀이 마당이다. 그 매력에 인사동을 쉴새없이 오르내렸다. 그리고 택견으로 만든 연극도 관람 했다. 특히 결련택견 도기현 회장님의 〈택견, 그리고 나의 스승 송덕기〉〈우리무예 택견〉을 읽고 택견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택견’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구한말(舊韓末)에 이르기까지 성행했던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상무적 민속 놀이이자 전통 무예이다. 이는 단체전 격투기와 비슷하나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특성이 듬뿍 배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유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일제 시대에는 철저히 법으로 금해 해방 후에는 거의 절멸의 위기에 놓였으나 조선의 마지막 택견꾼이셨던 고 송덕기옹(택견의 초대 인간문화재)에 의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983년 6월 1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로 지정되었고, 2011년 세계 전통 무예 중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외형상 큰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상 현대인은 외래에서 전수된 서구 운동에 더 열광하고 우리 것에 대해 외면한다. 조상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멋을 알기에는 우리가 아직 덜 성숙한 것인지 자괴감이 든다. 작년 10월 오산결련택견 전수관에서 그동안 수련한 적이 있는 몇명과 택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14명이 모여 ‘경기도결련택견회’를 결성했다. 결련택견의 우수성과 멋을 경기지역에 두루두루 알리자는 취지이다.
아직까지 회장님은 영입을 하지 못했다. 경기도결련택견회의 위상을 정립하고 나아갈 바를 제시할 덕망있는 회장의 출현을 기대하며, 아울러 많은 분의 참여과 관심도 또한 바란다.
경기도결련택견회 neils3949@hanmail.net < 저작권자 © 물향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