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61.
벌레 먹은 열무밭을 보며
나눠 먹기로 했다
아니다, 이번엔 통채로 줄 참이다
반절만 먹기로 했었는데 시기를 놓쳤다
그래, 아예 줘야 할 것 같다
열무밭이 엉망이다
이파리에 바람 구멍이 숭숭하다
뒤집어보고 헤집어도 보지만
먹을거리가 없다.
이삿짐을 싸던 날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는 위안을 받았지만
위로치고는 야박하다, 싶었다
새 집으로 옮겨 놓은 짐 꾸러기들,
쓸만한 것은 책밖에 없었다
저 열무밭과 다름없던 신혼살림
건질만한게 없었다.
첫댓글 이건 너무 심하다.아무리 벌레벅은 채소가 좋다했지만 ...저 모진 벌래의 침입을 막을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