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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노수환님의 글 입니다. 위에 글쓴이가 푸너리로 된것은 잘못된것입니다.
제가 쓴것이 아닙니다.
상쇠가 갖추어야 할 3가지 덕목
첫째, 지휘자의 덕목
풍물굿이 시작되면 그 굿판을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상쇠입니다.
상쇠는 풍물판이 시작되기 전 단계부터 끝날 때까지 기획하고 조정하며 연희하고 정리합니다.
바로 지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쇠는 왜 굿을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떤 방향으로 굿을 진행하고 그 굿의 목적에 맞게 절차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래야만 일관되게 일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토대위에서 의식과 연희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킬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규모와 시간, 장소, 성격을 정하고 사람들을 만나 행사에 대해 공유하고 함께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굿은 항상 변해야 합니다. 그 굿판이 어떤 성격인지를 명확히 알고 굿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기술만을 펼쳐 보이기만 하는 공연양식은 박수만 받을 뿐이지 사람들과의 소통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소통은 면밀히, 정성껏 굿을 준비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조정의 중심에 굿의 목적이 항상 기준 되어야겠지요. 그래야만 굿이 살아있게 되고 감동을 던져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읽을거리
1. 카라얀의 지휘
어느 날 EBS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게 되었는데 지휘자가 카라얀이었다.
그 때 그 유명한? 카라얀의 지휘를 처음 보게 된 것이다.
난 그 분의 지휘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 분이 그다지도 유명한 사람인 것만은 자명한 일이었지만 내게는 그저 지휘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놀란 부분이 있다. 그것은 그 분의 지휘에는 악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한 장의 악보도 그 앞에 놓여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분은 어느 순간 어떤 악기가 나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분의 동작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적어도 그러한 지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연주곡을 통째로 알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나는 이 부분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통을 알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상쇠는 풍물잽이의 지도자이다.
상쇠는 바로 카라얀의 지휘같이 풍물의 통을 알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전체 굿판을 통으로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악기를 배치하며 어느 때 어떤 느낌의 가락을 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음악의 연주자들이야 말로 통을 모르면 연행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고수, 즉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 고수는 통을 알지 못하면 소리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없다.
반주뿐만 아니라 창자의 상대역을 해주기도 해야 하며 추임새를 적절히 넣어 줌으로써 창자를 북돋아주고 청중에게도 재미를 주어야 하며 나아가 창자의 소리가 늘어지면 장단으로 당겨주고 또 너무 빠르면 장단으로 여유를 갖도록 도와주는 지휘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판소리 전체를 통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 하겠다.
소리에 안기는 멋들어진 장단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상쇠는 보조자의 역할이 아닌 리더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그 리더가 풍물의 가는 길을 모르고 있다면 전 치배들은 방향을 알지 못하고 헤매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할 것이다.
풍물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제시할 수 있는 상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길의 선두에 서서 지휘할 수 있도록 모든 연희에 능통해 있어야 한다.
어느 때 오보에가, 클라리넷이 나와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악기에 대해서도 많이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상쇠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화합이 좋은 질의 연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람들을 살펴 적재적소에 자신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상쇠는 사람들 간의 조율을 맡는 상담자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을 이해한다는 말은 단순히 전체를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통을 이해한다는 말은 전체 속에 부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전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정서를 모두어 내고 세세히 감싸 안는 것이 통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음악의 통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자만이 훌륭한 연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노수환)
2. 길놀이 풍물의 비애
풍물을 하는 입장에서 여러 단체에서 도와달라고 초청을 받는데 대개가 분위기를 띄우는 행사용으로 초대된다.
돈이 궁?한 편이라 여러 명 모시고 가서 길놀이를 한다.
길놀이 코스가 정해지면 삼채가락을 울리며 피켓을 들고 광고용 상품이 되어 길을 떠돌아다닌다.
풍물하면 의례 길놀이를 떠올리고 놀이마당에서 여러 사람들이 상모를 돌리며 함께 여러 모양으로 움직이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이 몇 나와 춤을 추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를 떠올린다.
하여튼 분위기를 띄우고 고조하고 하는데 일조하는 뭐 그런 형태의 공연작품...
굿이 이제는 광고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확실히 구축된 것 같다.
좋다! 광고용 길놀이를 하고 단순 볼거리로 상품이 되자!
대신에 하나는 포기하지 말자!
그 하나는 바로 정성에 기반한 자신의 풀이이다.
굿을 좀 살아있게 해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쳐대지 말고 그 판에 맞게 준비하는 정성을 들여보자!
그래야 그것이 좀 더 굿이 될 것이 아닌가?
환경운동집회에서 그저 분위기만 띠우는 풍물은 이제 그만하자!
적극적으로 집회 담당자와 만나 굿을 의논해야 한다.
풍물로 어떻게 도와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풍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풍물은 그저 기분을 들뜨게 하고 한바탕 놀이판을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풍물패 대표를 행사준비모임을 할 때부터 참여시키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다. 풍물패에서 이 행사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냐는 물음이 먼저일 것이다.
집단의 기술을 다시금 재구성하여 살아있도록 연희하자! 최대한 정성을 들여 그 행사에 맞도록 조정하여 마음을 다해 연희하는 것이다.
풍물굿이 자기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단순 볼거리로 상품화되었다고 자조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풍물은 살아있어야 한다.
그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세세히, 사람들의 정서에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성껏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사목적이나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써야 한다. 그 집단을 위하려는 마음이 바로 굿의 시작인 것이다.
굿판의 성격을 읽어내지 못하는 상쇠는 자신이 하는 굿판만을 연행 할 뿐이다.
그 모인 사람들에게 살아 숨 쉬는 굿판을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굿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노수환)
둘째, 연희자의 덕목
상쇠가 지휘만 잘 한다고 좋은 상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안목을 바탕으로 최고의 기량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랜 세월 훈련한 몸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상쇠는 절어 있는 상쇠의 때깔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가락과 그 가락에 맞는 의미를 알고 그 의미를 몸으로 연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쇠 꽹과리 가락에는 실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대나무 통을 보면 그 안이 비어 있습니다.
그런데 비어있지만 나무 자체는 강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나무 안쪽 면에 수많은 실들이 단단히 붙어있습니다.
비어있지만 그러한 가는 실에 의해 대나무는 튼튼합니다.
상쇠의 꽹과리 가락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가락이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겹가락을 구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훈련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상쇠입니다.
또한 상쇠는 몸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온 몸으로 가락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을 대동 세상으로 인도하지만 자신도 그 대동 세상에서 즐겁게 뛰는 자유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상쇠의 윗놀음은 중요합니다.
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윗놀음이란? 상쇠가 연주를 하면서 머리에 있는 물건으로 연희하는 동작을 말합니다.
이러한 동작은 어떤 신호로도 쓰이고 또는 의식의 소도구가 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윗놀음은 많은 시간을 통해 구축해야 할 연희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게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상쇠는 연희를 할 때 표정이 밝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쇠가 판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상쇠는 사람들의 신명을 추동해 내야할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이 밝지 않는데 남을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얼굴이 잘 나야 합니다.
잘 태어나서가 아니라 많이 웃어서 잘난 얼굴이 되어야 합니다.
상쇠는 다른 연희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녀야 합니다.
가락을 연주하면서 다른 치배들을 바라보고 미소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놀음에만 빠져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좋은 상쇠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쇠는 도리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상쇠가 되기 쉽습니다.
상쇠는 꽹과리를 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부리는 사람입니다.
가락을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락은 부쇠에게 맞기고 전체 판을 이끌어 가는데 충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깊은 오금질을 통해 끊임없이 칸살을 지켜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를 확실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
눈짓과 몸짓을 총 동원하여서라도 가락의 흐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음악을 기반으로 하여 신명이 직조됩니다.
음악적인 구축과 그를 통해 풀어지는 마음의 힘, 존중의 힘이 큰 신명을 만들어 냅니다.
- 읽을거리
1. 상쇠의 오체일동
상쇠는 다섯 가지가 늘 움직여야 한다.
첫째는 머리이다.
머리는 다리의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연희된다.
목만을 가지고 움직이는 동작은 아니다.
상쇠의 머리에는 예로부터 군장의 의미를 지니는 모자(전립)가 씌워지고 그 모자는 상쇠의 위엄을 나타내 준다.
모자위에 여러 모양의 물체가 달리는데 전라 좌도에서는 개꼬리 부들상모라 하고, 전라 우도에서는 뻣상부포, 경기, 충청도에서는 종이부포 북상이라 한다.
상쇠는 벙거지(전립)위의 모양에 따라 다른 움직임으로 연희하게 되는데 그러한 연희가 어떠한 신호로 작용하기도 하고 풍물판의 상징으로 연희되기도 한다.
상쇠는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금질을 통한 고갯짓을 통해 부단히 한배를 이끌어 내고 신명을 유도해 내어야 한다.
고갯짓이 부드럽지 않으면 뻣뻣한 모양새로 연희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어깨이다.
상쇠의 어깨짓은 자신의 멋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가락을 치면서, 또 좌우로 방향을 바꾸면서 어깨짓을 하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과도한 어깨짓은 도리어 어색할 수 있다.
편안한 걸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어깨짓이어야 할 것이다.
어깨짓은 자신의 내공에 의해 쌓여진 자연스러운 버슴새이어야 한다.
버슴새란 삶과 연희 속에서 구축된 일종의 자신만의 모양새를 가리킨다.
자신의 내적인 멋을 외화시켜 내는 것이 일종의 어깨짓이다!
셋째는 손목이다.
꽹과리를 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팔과 손목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맨 마지막 기술이 들어가는 대목이 손목이다.
투수의 마지막 뿌리는 손에 의해 직구와 변화구가 결정되듯 꽹과리 성음의 마지막은 역시 손목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
손목을 부드럽게 움직여서 연주해야 한다.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마음에서 부드러움을 간직해야 하고 손목 훈련을 평소에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서는 좋은 성음을 내 올 수 없다.
어깨에 힘을 빼고 손목에도 힘을 과도하게 주지 말아야 한다.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서 강한 성음을 얻을 수 있다.
넷째는 무릎이다.
무릎은 오금질을 뜻하는데 무릎을 굴신하는 동작으로 기본적인 춤사위를 만든다.
이러한 오금질은 풍물춤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오금질에 기반하여 모든 연희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금질은 일상의 걸음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더 깊은 걸음이다.
오금질은 자신의 출렁거림이다. 자신의 마음의 출렁거림이 외화된 춤이다.
작위하지 않은 상태의 걸음 춤과 같다. 깊이 걸어보라!
힘을 빼고 땅을 깊이 밟듯 걸어가다 보면 몸이 그냥 걸을 때와는 달리 이완됨을 느끼게 된다.
오금질은 단순한 걸음이 아니다.
마음의 출렁거림이다.
상쇠는 전 치배들을 위해 끊임없이 오금질을 해 주어야 한다.
상쇠와 치배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상쇠의 꽹과리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고, 들려도 거리로 인해 늦게 들리게 되어 한 배가 어긋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상쇠의 오금질을 보고 가락을 맞추어 가야 한다.
상쇠는 전 치배들의 가락이 하나가 되도록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가락을 맞추어 내야하고 오금질을 통해 한 배를 계속 보여주어야 한다.
다섯번째는 발뒤꿈치이다.
발뒤꿈치는 오금에 멋을 더한다.
일상의 걸음에서 비일상의 오금질로 다시 일상의 멋으로 살아나는 것이 마지막 발뒤꿈치의 덕목이다.
상쇠는 이와 같이 몸의 다섯 부분을 계속해서 움직이며 연희해야 한다.
결코 쉬운 주문이 아니다.
몸의 다섯 부분을 동시에 움직이며 어떠한 연희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서 상쇠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석은 그 자체로 가치가 없다.
가공, 연마의 작업을 통해 귀한 것이 나오는 이치다.
상쇠가 꽹과리를 들고 있으면 십리 밖에서 봐도 저 사람이 상쇠구나 하고 알아버리게 그 꼴이 나와야 한다.
그것은 상쇠로서의 절은 모습이 그의 몸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오랜 숙련을 통해 가능한 절음이다.
김치가 세월을 거쳐 절어지고 그 때 본래의 쉬고 절은 맛이 나오는 것처럼... 그래서 상쇠는 판에서 더욱 커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저 판에 있음으로 해서 돋보이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수환)
2. 상쇠대접
‘상쇠대접’이란 것이 있다.
동네에서 치는 판굿이나, 특히 마을로 걸립 나갔을 때 치배들의 리더인 상쇠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을의 노인네들이다. 동네 어귀에서 문굿부터 화려하게 굿판을 만들고 나서 들당산 어를 때부터 한 사람씩 노인들이 나타나는데, 이때부터 치배들 특히 상쇠는 겉으로는 신명나게 놀아도 속으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며 긴장을 하게 된다.
집돌이가 끝나고 판굿을 어를 때쯤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명이 올라 너도나도 판에 끼어 들어와 제법 큼직한 대동판이 되어 가는데도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지어서 판에서 저만큼 떨어진 양달진 담벼락 밑에 있거나, 마을회관 안에서 문을 열어놓고 앉거나, 막걸리 상을 갖다놓고 판 옆에 쭈그려 앉아서는 깊은 신명을 조금씩 내면서도 선뜻 판에 끼어들지는 않는다.
풍물굿판이 다 끝난 다음날 노인들이 상쇠대접을 한다며 잘 차려진 음식상을 만들어 상쇠를 부른다.
모두들 의례적인 칭찬의 소리와‘욕봤다’라며 추켜 세워주고는 그 때부터 한마디씩 하는데, 이때부터 대접을 받아 즐거워야할 상쇠가 오줌을 질금질금 싼다.
먼저 한 노인이 술 한 잔 따라주고는“자네, 어제 들당산할 때 우리 동네 치배들을 못 어르어냈기 때문에 합굿이 잘 안되었네”하며 푸짐한 상 위에서 고기반찬 한 접시를 상 밑으로 내려놓는다.
노인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데,“자네 굿의 어느 가락이 삐었네”,“넘어가는 가락이 자연스럽지 못하니까 춤들이 끊기잖아”,“휘모리로 넘어가서는 냅다 조여야 하는데 그렇게 느슬렁해서 어떡하나”,“호허굿치고서 왜 방울진으로 넘어가나, 자네 굿모리가 엉망이여”,“소고잽이들 진풀이가 규율이 없어”,“노래굿 한배도 제대로 못 맞추어 내는가, 그래놓으니 동네 사람들이 놀기가 껄쩍스럽잖아”하며 상쇠가 틀리거나 실수하거나 까먹었거나 못해낸 여러 가지 점들을 지적해 내며 그때마다 반찬을 한 가지씩 상 밑으로 내려놓는다.
그래서 별로 신통치 않은 상쇠는 나중에 간장하고만 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며, 자기의 능력을 폄하당하는 가장 치욕적인 대접을 받는 것이다.
상쇠대접이란 풍물굿의 인간화에로의 성장․ 전화의 준거가 되는 좋은 예이다.
굿모리를 잘 아는 사람이 오랫동안 풍물굿에 익숙한 노인들이고, 이 노인들이 굿판의 잘되고 안되고의 기준을 사람들을 잘 놀리느냐 못 놀리느냐, 그래서 그 잘 노는 대중의 열기가 공동체적으로 협화되어 온 동네의 공동체적 삶의 체계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는냐로 여기고 있으며, 그들의 오랫동안의 삶의 경험대로 그런 판을 이루어 내는 굿이 잘된 굿임을 믿는 판단이 굿판의 잘되고 안됨을 가늠해 내는 것이다. (김원호)
셋째, 상담자의 덕목
상쇠는 타인의 고통을 맘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맺힌 것을 풀어주는 무당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판이 문제해결의 마당이라는 믿음,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상쇠의 정말 중요한 덕목은 그것을 믿어주는 것입니다.
상쇠는 평안을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에게는 냉철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함으로 굿을 이끌어야 합니다.
상쇠는 알심이 있어야 합니다. 전라도 말로 알심은 동료를 마음으로 챙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사리와 도리는 다른 말입니다.
사리는 머리로 하지만 도리는 마음으로 합니다.
사리에 맞지만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이 많습니다.
도리를 따르는 것이 상쇠가 갖추어야 할 지혜입니다.
그래서 상쇠는 귀가 얇으면 안 됩니다.
상쇠는 남을 먼저 높여주고 ‘예’에 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바탕으로 마음을 풀어주는 상담자가 되어야 합니다.
광대처럼 넓고 넓어야 합니다.
무당처럼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품어 안고 그것을 풀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읽을거리
1. 광대와 인물
상쇠를 비롯하여 풍물꾼들은 광대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자의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광대정신이야 말로 굿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광대’라는 말은 넓은 광(廣)자에 큰 대(大)자로 넓고 큰 사람을 뜻합니다.
이 말은‘인물’이란 말과도 통하는 데 인물은 사람을 담는 물건이라는 말이지요.
광대는 넓고 넓어서 모든 것을 담아내는 사람입니다.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경험한 차별은 자신이 거부하지만 내 깊은 내면에 자리 잡게 되어 부정적인 기운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러나 차별은 진보에 큰 밑거름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 드릴 때 영혼의 성숙을 기할 수 있습니다.
차별에서 당하는 고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받는 것입니다.
광대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가장 바닥에 있기 때문에 차별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허허롭게 받아내는 일이 전부지요.
넓기 때문에 받아내고 없기 때문에 당당해 질 수 있습니다.
한 집안에 인물이 나면 그 집안사람들과 그와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긍지를 느끼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인물은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 한사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것이죠.
풍물꾼들, 특히 상쇠는 광대가 되어서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넓게 사람을 포용해서 그 사람들을 자기 안에 다 담아내야 합니다.
인물이 되는 것은 외적인 성공에 있지 않습니다. 큰 그릇은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차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스스로 고통 받게 됩니다.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다 담아낼 수 있습니다.
굿의 소임은 개인에게 삶을 돌아보고 영성을 회복하라고 주문하는 일입니다.
풍물굿은 우리에게 광대로 살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중심이 그곳을 향해 있을 때 우리의 모든 작업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노수환)
2. 우주적인 도덕률
상쇠는 우주적인 도덕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
주적인 도덕률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 자신의 경험세계를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당대의 문화성과 인식수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물론 이것은 규범적이고 상식적인 부분이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한다는 것은 위험하며 더욱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
대개 오해의 산물이다.
그러한 오해의 기준의 자신의 가치판단에서 나온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단순한 가치 판단이 타인에게 적용되었을 때는 무서운 업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하는 사람이 더 큰 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사소한 일에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그것은 작정함과 같다.
내가 미워하고 싶은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것과 같다.
내가 미워하지 않기로 작정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가 형성될 것이다.
미운 사람은 무엇을 해도 밉다.
그 사람이 그것을 만회하려 하는 모든 행위도 가식처럼 느껴진다.
이는 벌써 우리 마음이 그를 용서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도리어 미워함으로써 그 사람과의 차별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고 헤어져 버리게 된다.
마음을 풀자! 우주적인 도덕률을 가지자! 과연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크나큰 해를 입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아주 중차대한 일을 내게 하여 큰 상해를 입혔다면 그저 보지 않는 정도로 하면 될 터, 이도 용서한다면 실수한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자기의 사람으로 만드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용서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하여튼 큰 일이 아닌 바에는 이해해야 한다.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고 지력이로나 체력이로나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도덕률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우주적인 도덕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수도 십자가에 박히면서도 ‘저들이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예수의 거룩한 인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분의 위대한 도덕률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자신의 짧은 경험과 도덕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그 사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이후의 평가는 본인 스스로 그것에 대한 응보를 받을 것이다.
자신이 신이 아니관대 평가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명동에 나가보라! 부처 그림 앞에 절하는 시주승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저자가 땡중이라며 시주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주하는 것은 부처님께 하는 것이지 그 스님께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만약 그 스님이 밤에 그 돈으로 나이트클럽을 가서 논다면 스님은 자신이 법계를 어겼기 때문에 본인이 그 업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용서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미움의 싹은 대부분 상대방을 잘 모르는 데서 출발한 오해의 산물이다.
그것은 자신의 도덕률이나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여 그 사람을 미워하기로 작정한 데서 시작한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이는 굿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이다.
내가 작은 물을 엎은 것으로 온 우주가 목마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오늘 꺽은 한 송이의 꽃으로 온 우주의 한 부분이 꺾여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굿의 마음이다. (노수환)
첫댓글 (노수환)선생님 모두 읽어 보았읍니다.너무나도 마음에 와 닿아서 한참동안 ....좋은글 마음에 담아 보겠읍니다"..존귀와 사랑이 넘치십니다.^^
좋은 글입니다. 제가 무림의 고수를 찾아다니며 어르신들께 배운 덕목과 비슷하네요... 제가 배운 샘들의 공통점은 첫째, 상쇠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인간적인 면을 말하는 것 같구요, 둘째, 리더의 역활 위의 글과 비슷하고요, 셋째, 연희자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즉 기능만 잘하고 잘놀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죠!! 지금은 완전 뒤죽박죽이죠.....아쉽지만요, 여튼 전통은 시대를 반영하니까요.....잘 굴려야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죠!! 많은 덧붙임 글은 아니지만, 쇠의 덕목중에서 몇자 적어봅니다. '비인부전' ---> 무엇을 배우려하는고? 그렇다면 ?
좋은 가르침 잘배웠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스크랩해가겠습니다.
너무 가슴에 와닿습니다. 스크랩 해갑니다.
좋은 가르침 잘배우고 갑니다,,,,,,늘 행복하십시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에 찡하니 오는것이...
경험이 살아 있는 글 감사드립니다.
양천예술단총무입니다, 촣은글 퍼가면안될까요.
얼마든지 퍼가세요^^
좋은글 감사 드리고요...양천 예술단/어데로가면 뵐 수 있나요? 저는 양천사람입니다
정말 와닿네요. 의욕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긴다고 할까요 ㅎㅎ 감사드립니다.
좋은글 몇번씩 마음에 새겨 봅니다감사합니다^^
제가 새삼스럽게 부끄럽습니다 노력하는 풍물꾼으로 다시 서겠습니다 감사해요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잘배우고갑니다 앞으로도 종종들리어 많이많이 배우겠읍니다 갑사합니다
좋으신말 씀 잘읽고 머리새겨 공부잘하고 감니다 풍물 놀이할때 하나하나 기억 하여 선생님말슴 되새기며 좋은 풍물 하겟읍니다...
프린터 하여 읽어 보고 또 읽어 보고 합니다. 억수로 감사함
열심히 읽어보며 공부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노력하겠읍니다
정말 마음에 와 닿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새로움을 깨우치게됐습니다. 감솨!
우리네 모두 상쇠같은 마음으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홀륭한 상쇠가 몇명이나 될려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배워야할게 끝이 없지만 하나씩 모르는것을 보고 배우니 너무 행복하고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려침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쇠의 중요한 위치! 잘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