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튼튼 마음 튼튼

심리학을 공부하던 시절, 한때 성격과 체격유형 또는 체액유형과의 관련성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먼저, 성격과 체격유형과의 관계입니다.
크레츠머(Kretchmer)는 체형을 세장형(細長型), 비만형(肥滿型), 투사형(鬪士型)으로 나누었습니다.
체격이 마르고 키가 큰 세장형은 꼼꼼하고 깔끔하고 신경질적이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정신분열증에 걸릴 성향이 많다고 합니다. 몸이 뚱뚱한 비만형은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고 활달하며 기분의 변동이 심하며 이들은 조울증에 걸릴 성향이 많답니다. 투사형은 근육이 발달하고 정력적이고 담백하면서 활동적인 사람들로서 조울증보다는 정신분열증의 경향이 다소 많다고 합니다.
셀던(Sheldon,1954)이라는 분은 크래츠머의 연구를 더 발전시켜 체격을 내배엽형, 중배엽형, 외배엽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습니다.
임신하면 태내에서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는데 이 세포들이 점차 3개 층을 이루게 됩니다. 안쪽의 것이 내배엽, 중간이 중배엽, 바깥쪽이 외배엽입니다. 내배엽은 후에 내장이 되고 중배엽은 근육이 되고 외배엽은 골격이나 신경을 만듭니다.
이 3개의 세포층의 어느 것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내배엽형은 크래츠머의 비만형과 유사합니다. 중배엽형은 투사형과 유사하며 외배엽형은 세장형과 유사하죠.
다시 말씀 드리자면 내배엽형은 둥글고 부드러운 체격과 큰 배를 가진 신체적 특징을 보이며 내장 근육이 잘 발달한 유형으로 성격 특성은 편안함을 좋아하며 사교적이고 애정을 중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배엽형은 강한 뼈와 근육이 잘 발달한 유형으로 건장하고 곧은 체격을 가지며, 활동적이고 자기주장 적 이며 정력적인 성격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외배엽형은 근육이 섬세하고 약한 유형으로 수줍어하고 내성적인 성격 특성을 가진 것으로 믿었습니다.
조선 후기 이제마(1836-1900)의 사상체질론도 이 유형론에 속합니다. 그는 사람들의 체질을 신체 내부 장기와 외모, 성격 등을 바탕으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구분했습니다.
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며 정열적이고 야망이 있는 사람이며, 소양인은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으며, 욕심은 없으나 성격이 급한 기질이고,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으며 마음이 넓으나 편협할 때도 있고 땀이 많은 기질이며, 소음인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으며 내성적이고 세심한 기질이라고 합니다.
체형과 성격, 체격과 기질, 체질과 건강사이의 관계는 고정관념일 때가 많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신체유형과 성격사이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신체적 외모와 특징들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지각하는 방식이나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느끼고 경험하는 데도 확실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체액과의 관련입니다.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체액을 혈액, 점액, 흑 담즙, 담즙의 4개로 구분하고 그 중 어느 것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상격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혈액이 우세한 다혈질의 성격은 다정하고 유쾌하며, 점액이 우세한 점액질은 동작이 느리며 느긋한 성격이고, 흑 담즙이 우세한 흑담즙질은 우울하고 슬퍼하며, 담즙질은 쉽게 화내고 동작이 민첩하다고 구별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성격과 유전적 요인과의 관련성을 강조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성격과 환경과 분리하여 논의할 수 없는 것이기에 위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셔서는 아니 됩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대면할 때 우선 느끼는 점은 그가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신체적으로도 건강합니다. 즉 ‘몸 튼튼 마음 튼튼’이라는 공식을 전제하여 ‘마음 튼튼 몸 튼튼’이라는 교환법칙이 성립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최근 생리심리학이나 신경심리학에서는 신체와 정신이 양분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 등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이 정신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내분비의 이상은 신체발육이나 신체기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신기능에 장애를 가져옵니다. 또한 불완전한 신체 상태로 인하여 우울해지거나 불쾌와 좌절, 절망감 등을 갖게 되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수가 있는 걸 보면 신체적 상태나 조건은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 튼튼 몸 튼튼’이라는 것도 생각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불쾌한 기분이나 근심이 생기면 식욕이 없어지고 안색도 나빠지고 머리도 아프게 됩니다. 공포를 느끼거나 수치심을 느끼고 불안하게 되면 우리 몸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지요. 갈등과 불안에 휩싸이다 보면 신체기능의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다시 정신적인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몸 튼튼 마음 튼튼’, ‘마음 튼튼 몸 튼튼’이라는 말은 신체와 정신은 하나의 통합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건강한 아이로 키우면 좋은 성격의 아이가 될 것이며,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아이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2009.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