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광장>이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6월 4일 오후 3시,
4천평의 부지 위에 129종 15,000 그루의 장미가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우는 이 날,
올림푸스 산에 사는 열두 신들이,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내려와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장미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장미광장>은 12신의 정원입니다.
개장행사에는 많은 축하손님들이 참석했습니다.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회장, 박영아 유일호 국회의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승철 한국체육학회장, 김영순 송파구청장,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 그리고 주최측인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이한조 한국체육개발주식회사 대표.
이제 <장미광장>은,
평화의 광장 → 소마미술관 → 한성 백제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도심 속 문화관람벨트의 종착역이 되었습니다.
개장식이 끝나고 축하하러 오신 내빈들도 다 자리를 뜨고 없는데,
화단에서 몸을 숙여 작은 카메라로 장미꽃을 찍는 박용성 회장님이 보였습니다.
격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다가가 사인 비슷하게 기념사진 한 장 부탁했더니 선뜻 포즈를 취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역시 소탈한 분이었습니다.
무궁화홀에서 주최측의 대표들이 한데 모여 <장미광장> 개장을 축하하는 자축연을 가졌습니다.
'위하여'도 크게 외치고,
우리 생태해설가들이 한 자리에 다 모여 음식을 먹는 '식구 [食口]' 의식을 겸하여 치뤘습니다.^^^
*아프로디테 여신 *제우스신 * 아기 헤라클레스
장미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아름다움'을 창조하려고 만든 꽃입니다.
그래서 장미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꽃의 여왕입니다.
하얀 장미꽃을 붉게 물들인 신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아들인 에로스신(=큐피드)입니다.
그리고 에로스신 때문에 장미 가시를 만든 신도 바로 아프로디테 여신입니다.
아버지 크라노스신과 거인족인 삼촌들과의 10년 전쟁에서 승리하여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신은,
그 아프로디테여신의 조카쯤에 해당합니다.
제우스신을 도와 크라노스신과 거인족을 물리친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는 바로 제우스신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올림픽대회는 신들의 왕 제우스신을 찬양하기 위한 축제였습니다.
* '프티 트리아농'의 정원
오스트리아의 공주, 14세의 어린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세자 루이와 정략결혼을 합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 위에서 최후를 마친 루이16세의 아내이자 "비운[悲運]의 왕비"였습니다.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 있는 '작은 궁전'의 뜻을 가진 '프티 트리아농' 은 남편 루이16세가 결혼 선물로 준 궁전,
불행했던 그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유일한 공간이었고,
꽃으로 가득찬 정원을 가꾸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옷을 입고, 마음 맞는 여인들과 파티를 몇 날 밤 하고,
연인과 밀회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장미광장>은 바로 "프티 트리아농" 궁전의 정원입니다.
토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밤에 찾은 <장미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남녀노소 골고루 섞였는데 여기저기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웃음소리 들려 왔습니다. ^^^
우리집 창가에서 노란 장미꽃처럼 보이는 조명도 덩달아 화단의 장미꽃 색깔을 더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오고,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라." 시비[詩碑]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입니다.
"가시 조심해 !"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대는 아이를 향해 엄마가 다급하게 외칩니다.
가슴 깊이 찔러오는 날카로운 가시의 깊이만큼,
아름다운 가시나무새의 최초이자 최후의 노래가 생각 나는 밤입니다.
<장미광장>은 벽시계의 시계추처럼 직사각형과 원형의 광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개의 신전 기둥을 지나면 스무 개의 덩굴장미탑이 차례차레 나오고,
다시 양 옆으로 장미화단이 잇달았고,
사각형 광장이 끝나는 곳에 조각 작품 <가상의 구>를 중심으로 원형의 장미화단이 오밀조밀 나누어져 있습니다.
물론 중앙의 화단은 신들의 왕 [제우스 원[園]이고,
[아프로디테원]을 시작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9신의 이름을 딴 화단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사각형광장에는 10신을 뺀 2신의 화단이 있습니다.
낮이 더워서였는지 물에 비친 오색 불빛이 신기해서인지 아이들은 분수대 옆에 많이 모여 있습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붉은 장미 꽃잎을 건져 분수 물위에 던지는 아이들은 신이 나 있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저 먼 곳에 숨어 있는 어린 시절의 동심을 떠올리며 웃음 짓고 있습니다.
분수대 바닥은 오색 불빛이 번갈아 가며 반짝이고,
분수 전체가 푸른 색 붉은 색으로 바뀌면서 장미빛 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 ! 정말 예쁘게 꾸몄네 !
한 여학생이 친구에게 감탄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 밤 하늘의 축하 비행
갑자기 머리 위로 큰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갑니다.
서울공항으로 가는 여객기겠지만, 나에게는 <장미광장>의 개장을 축하하는 비행쇼로 보였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봄이 안 왔는데, 봄은 갔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나온 것처럼,
오랜 시간 답답했던 마음 ,
이 밤 장미꽃 향기 속에 깃든 "아름다움" 으로 가득 메우고 싶어서 <장미광장>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