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기(名技)들의 연시(戀詩)

그대에게
봄 오고 그댄 오지 않으니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덧없는 마음
들여다 보는 거울엔 먼지가 끼어
거문고 가락만 달 아래 흐르네
부안 기생 매창

취하신
님께
취하신님 사정 없이 날 끌어다
끝내는 비단적삼 찢어놓았지
적삼 하날 아껴서 그러는 게 아니어
맷힌정 끊어질까 두러워서 그렇지
부안 기생 매창

말 위에서 시를
읊는다
성천길 위에 말 멈추니
꽃지는 봄날 두견새 시름일세
물길은 평양으로 통하고
땅은 강선루에 잇닿았네
성천 기생 채소염

상사몽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기를 지고
송도 기생 황진이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는데
訪歡時歡訪(농방환시환방농)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그든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송도 기생 황진이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
모르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송도 기생 황진이

내사랑 남 주지 말고 남의 사랑
탐치마소
우리 두 사랑에 잡사랑 행여 섞일세라
아마도 우리 사랑은 류가 없는가 하노라
일생에 이사랑 가지고 괴어 살려 하노라
송도 기생 황진이

먼곳에 있는 님에게
부치다
헤어진뒤 (雪山)설산 막혀 아득한 저길
꿈속에서나 님 곁에서 웃어봅니다
깨고 나면 베겟머리 그림자도 볼수 없어
옆으로 몸 돌리면 등잔불도 쓸쓸해요
진주 기생 계향

죽어서 잊어야 하랴 살아서 잊어야
하랴
죽어 잊기도 어렵고 살아 그리기도
어려워라
저 님아 한 말만 하소서 사생결단
하리라
평양 기생 매화

매화 옛 동절에 봄철이
돌아 온다
옛 피든 가지마다 핌적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 분분하니
필동 말동 하여라
평양 기생 매화

놀이터의 노래에 목이 쉬어
돌아와서 화가 나 함부로 뜯는
가야금이여 줄이 끊어지도록 뜯으며
뜯으며 이밤을 새일거나
평양 기생 장연화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송도 기생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