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세계] 1990년 신인상
세미나
김상미
오늘의 주제는 마르크스였다.
우리는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나는 왼쪽 창가에 앉았다. 이론에 강한 그들은 끊임없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엥겔스가 굶고 있던 마르크
스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는 장면을 떠올렸다.
연민과 존경으로 엥겔스의 시선은 성에 낀 유리창처럼
아름다웠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마르크스의 예측은 오류를 범했다
고. 사회주의는 그토록 날카롭고 이지적으로 사람의 마
음을 파고들지만 유머가 없다고, 유머가 없다는 것은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라고―
사람들은 모두 마르크스가 부르주아 출신이었던 것을
잊고 있다.
부르주아 출신이 프롤레타리아식 커피 맛을 어찌 알겠
는가!
거대한 토론의 한가운데 작은 토론은 죽고, 그 자리에
남은 우리는 슬그머니 자본주의적 미소 속에 그를 끌어
당기지만, 무자비하게 벗겨버린 그의 옷을 다시 입힐
수는 없었다.
마치 그것이 가장 정확한 결론인 양―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