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열대야, 파우스트와 더불어...

[김양순]

파우스트처럼 생각하기, 파우스트처럼 행동하기

오늘로서 밤마다 시간을 쪼개 듣기 시작한 언론진흥재단사이버연수원 7월 인문학강의 '파우스트, 괴테의 마지막 대작, 그 절정의 인생탐구' 수강을 마쳤습니다. 어차피 일에는 집중이 안되고 잠을 청해봐야 열대야 때문에 뒤척이게 될 것 마음 먹고 종강을 해버렸습니다.

이성은 결국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인간의 산물이라는 마지막 정리가 명쾌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한번쯤 파우스트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아니, 파우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행운이겠지요.

파우스트처럼 생각하기, 파우스트처럼 행동하기...

파우스트적이라는 것은 극중 파우스트처럼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문명의 발전사가 파우스트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대 경쟁시장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한 기술의 연구와 투자는 문명을 더욱 진보시켜놓았고 이러한 인간의 발전추구성향이 미래에도 진보의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간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진보된 문명을 만들어냈지만 많은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가족의 전통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인간의 정신은 더욱 피폐해지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도 정당화되는 행태가 일상화 되었으니 말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끊임없이 발전만을 지향하는 행태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집단 강박증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파우스트적인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를 통해 잃은 것은 무엇이고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동서고금을 떠나서 누구나 인간이면서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또는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성의 채찍이 될 것 같습니다.

입시에 쫓기던 청소년기에 진정으로 만나고 싶었던 괴테를 인생 중반이 되어서야 만나게 돼 기쁘고 뿌듯합니다.

평생교육이라 했으니 다변화하는 시대에 다른 많은 공부할 거리가 많지만 인문학 강의 하나 정도는 푼돈 같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가운데 파우스트 강의를 통해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파우스트와 괴테를 만나게 된 건 특별한 행운입니다. 오늘밤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도 이 기분을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접시꽃 당신!

[권혜경]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김양순]

그런데 이런류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잖아요? 성경의 돌아온 탕자나, 솔베이지의 노래가 나오는 페르귄트도 그렇고...
고등학생때나 지금이나 파우스트류의 인간은 제가 좋아하는 인간상이 아니고, 괴테는 너무 대문호급의 표현을 많이 써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향락을 다 누리고, 지을 죄 다 지은 놈이 어느날 갑자기 회개를 하니까 구원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저는 이런류의 스토리 전개를 좀 안 좋아합죠. 어떻게든 죽을둥살둥 성실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다 끝내 자수성가를 하는 그런 한국형 인간극장 같은 주인공이 좋습니다.

[권혜경]

아...!그렇군요...^^

[그린]

생각 뒷 켠에 항상 두고 있는 마음 언젠가 해 보고 싶어요, 그때 조언 부탁합니다. 똑똑한게 쉽게 되는게 아니죠? 마냥 이뻐

[김양순]

사이버 강연은 한 달 기준으로 짜여지지만 복습할 수 있는 기간이 일년이예요. 재작년부터 불어, 영어회화, 파워포인트, 엑셀...제가 못하거나 잘하고 싶은 거 욕심 사납게 배우고 있지만 제대로 남는 건 없어요.
8월은 일본어생짜초보강좌를 신청했답니다. 일본어랑 중국어는 진짜 기초도 모르거든요. 강의료가 대게 4만5천원인데 9만원, 10만원, 12만원 하는 것도 있어요.
저는 언론진흥재단 지원이 있어서 정해진 과정을 무사히 수료하면 돈을 안 내고, 수료를 못하면 제가 돈을 내야하니까 막판에 코피 터지게 하는 편이죠^^

[해빈]

그저 놀아나기엔 너무 늙었고..모든 욕망을 버리기엔 나는 너무 젊다.
괴테가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말이네요~
인간은 소우주인 주제에 자칫하면 전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일생을 통하여 저술한 대 서사시가 결국 괴테자신의 이야기를 쓴것이라면..
양순님도 습작 하고 계신 글들 많으시겠어요~
팬확보는 이미 고정이니..멋진 작품들 기대해봅니다^^

[김양순]

그 대목에 삘이 꽂히셨나요?
파우스트 얘기 중에 쉬운 얘기도 드문드문 있더군요.
"자기 집 화덕과 착실한 마누라는 금과 진주의 값어치가 있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그런 화덕도 없고, 마누라도 없다는 사실...ㅋㅋㅋ

[김진수]

파란 하늘, 자유로운 구름, 깨달음의 접시꽃, 눈부신 언덕... 멋져요. 저는 책을 읽기는 커녕 요새 마구 버리다보니 책장에 책이 거의 다 사라졌어요. 이승의 시간,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이 퇴출대상이죠. 실로 양순씨와 난 이쪽끝저쪽끝이니 그댄 젊고 난 늙었소. 오늘은 아무래도 그 많은 전시회 카탈로그들이 히틀러식으로 몰살 당하게 생겼으니 내 마음 더욱 불길하오. 마치 거의 다 완성된 그림이 맘에 들지 않을 때 확 지워버리는 기분과 정확히 일치해요.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지난 그림이 다 사라져야 아틀리에 구석에 웅크려 새로 태어날 놈 묘하게 꼬나본답니다. 이것이 바로 늙은 놈 젊은 년 따라잡는 궁여지책.^^!

[그린]

킄킄크크... 버리지 마시고 곡간에라도 묻어 두세요.

[김양순]

제가 결혼하고 한 2년쯤 지나서 거의 이혼 직전까지 갔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 책을 버린 거였어요 남편이. 동네 고물상 아저씨한테 줘버린 거지요. 고등학생때부터 먹을 거 안 먹고, 350원짜리 고무줄 짜장면으로 연명하면서 해마다 한권 한권 사 모았던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들을 말이죠. 지금도 생각하면 주먹에 힘 들어가면서 부르르 떨립니다.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라도 그것이 내 책꽂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제 삶의 일부라고 여기고 삽니다. 선생님 책들, 정말 아깝네요. 제가 조그만 정신 바짝 차렸더라면 김진수도서관 만들어 소장했을텐데...

[차오름]

짝!짝!짝!...
난 시간되면 놀 생각만 하고 있으니..
진짜 부럽고 대견하오.
난 대리만족으로 자족하고
담에 조언을 부탁 할 수도있다오..

[김양순]

뭔 소리를...
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고루 다 갖춘 그대가 말여.
나 보다 키도 크고, 이쁘고, 젊잖아.
그러면 그 어떤 것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거 아녀, 차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