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매 Tho Me - 여신숭배
베트남에는 ‘8월은 아버지, 3월은 어머니 기일’이란 뜻의 ‘탕땀요짜, 탕바요매’ (Tháng 8 gio Cha, Tháng 3 gio Me, - 여기서 아버지는 쩡흥다오 대왕, 어머니는 어우꺼, 혹은 하이바쯩을 가리킴)와 ‘부모공경’이란 의미의 ‘터매낀짜’ (Tho Me kính Cha, 부모공경이란 듯) 라는 유명한 말이 전해져 온다. 이번 호에는 이 옛말들과 관련된 베트남의 대표적인 민간 신앙인 터매 (Tho Me, 어머니 혹은 여신 숭배교)를 소개한다.
* 쩡흥다오 (Tran Hung Đao)
두 차례에 걸쳐 몽고의 침입을 물리친 대장군. 13세기 후반 몽고족이 밀려왔을 때 왕이 항복함이 어떠하냐고 묻자, “항복하려거든 제일 먼저 제일 먼저 제 목을 베어바치소서!”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당대의 영웅이었다. 이후 몽고전에서 승리한 후 국왕에 의해 흥다오 대왕으로 승격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를 찾게마련.
온 인류가 한 모태에서 태어났다는 사상, 혹은 자신의 민족이 어느 한 여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상은 어느 국가, 어느 민족에게나 보편적으로 있어온 것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를 찾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베트남 인들이 공경하는 베트남 민족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터매의 뿌리는?
베트남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여인 두 명을 들라면 베트남인들은 단연 어우꺼 (Âu Co) 부인과 하이바쯩 (Hai bà Trung)자매를 떠올린다. 어우꺼 부인 (천룡의 딸인 그녀는 용왕의 아들 락롱구엉 (Lac Long Quân)과 결혼하여 100명의 아이를 낳았다고 함.)은 베트남 54개 민족은 천룡의 후예로 한 민족, 한 동포라는 정신적 유대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성이며 하이바쯩 자매 역시 중국 한나라의 통치에 맞서 거병한 이후 오랫동안 각 시대별 민족의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봉건왕조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숭배되어 온 대표적인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바쯩 자매 외에도 나라를 세우거나 나라를 지키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응옥헌 (Ngoc Hân) 공주, 부이티쑤엉 (Bùi Thi Xuân) 장군, 바데탐 (Ba Đe Thám) 부인, 보티사우 (Võ Thi Sáu) 열사, 윙티딘 (Nguyen Thi Đinh) 사령관 등과 같은 여성들도 오늘날까지 베트남인들의 삶 속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오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인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아온 어우꺼와 하이바쯩은 베트남을 지키는 수호신, 국가 대의의 표상, 심지어 여신 (nu than)으로까지 추앙되어 15세기 레 (Lê) 왕조 치하에서는 국왕에 의해 두 여인은 여신으로 정식 공포되기까지 했으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하이바쯩 자매의 수하 여장군들도 탄티잉 (Thánh Thiên, 박양 성), 박낭 (Bát Nàng, 타이빈 성), 바레쩡 (bà Lê Chân, 하이퐁) 등 베트남 북부와 중부지역의 각 마을 사당에서 여신으로 숭배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대표적 민간 신앙 터매
예로부터 태양, 달, 구름, 비, 천둥, 번개 등은 세계 각국에서 숭배되어 온 대표적인 여신들이었다. 이 점은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머니라는 뜻의 매 (Me)나 머우 (Mau, 한자로 母)가 첫머리에 들어가는 단어 즉, 매미어 (Me Mía, 매는 어머니, 미어는 사탕수수, 즉 사탕수수의 신), 매루어 (Me Lúa, 루어는 쌀), 매르어 (Me Lua, 불의 신), 브응머우 (Vuong Mau, 왕모), 탄머우 (Thánh Mau, 성모), 구억머우 (Quoc Mau, 국모) 등에서 보듯이 베트남 민중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여신들을 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터매 (Tho Me, 어머니 숭배, 한자로는 Đao Tho Mau, 즉 어머니를 숭배하는 종교하는 뜻), 즉 원시 여신숭배 사상은 남딘의 푸야이 (Phu Giay), 하노이의 푸따이호 (Phu Tây Hò), 탄호아의 덴송 (Đen Sòng), 후에의 디잉혼쨍 (Đien Hòn Chén) 등 베트남 전국의 각 사당에서 매년 개최되는 축제에서 보듯이 민간 전통신앙인 ‘조상숭배’와 결합하여 베트남의 대표적인 민간신앙이 되었다. - 베트남인들은 이런 예식을 수행함으로써 애국심과 통합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혀왔다.
[img4]터매, 귀중한 민족문화 유산으로 승화하다.!
한편 베트남의 여신 숭배사상 (tho Mau)은 자체에 내재된 강력한 생명력으로 타 종교를 흡수, 병합하거나 베트남 민족의 성향에 맞게 토착화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불교와 천주교 등과 같은 보편적 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 종교는 불교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왔기 때문에 지금도 베트남의 각 사찰과 사원에서는 이 여신상들이 불상과 함께 모셔지기도 한다. 특히 원시 불경에 등장하는 보살이라는 개념은 본래 남성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유교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관음보살 (bà Quan Âm - 여성)이 되었으며 다시 베트남인들의 ‘터머우’와 결합하여 재난에서 민중을 구하는 신, 또는 여성과 어린이를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베트남 고유의 여신들과 함께 각 가정에서 숭배되고 있다.
또한 4세기 중엽부터 베트남에 들어온 천주교 (Đao Thiên Chúa)의 마리아 (Duc Me Maria) 역시 초창기부터 베트남에 본래부터 존재했던 여신사상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어왔으며 짬족의 포나가르 (Poh Nagar, 회교)도 ‘터매’의 영향을 받아 매팅이아나 (Me Thiên Y A Na)로 변형되기도 했다.
베트남의 전통 민간신앙 가운데 하나인 조상숭배와 어울려 또 하나의 보편적 신앙의 대상이 된 터매 (Tho Me, 어머니 숭배)는 이런 식으로 불교, 회교, 천주교 등 여타 종교들이 유입되어왔을 때도 이들 종교들과 결합, 토착화해나갔으며 심지어 이단으로 취급되어 금지 당하던 시절에서 조차도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와 오늘날에는 베트남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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