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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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선시
승무
인생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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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05 23:4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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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승무도는 다음 선생님 작품입니다.
읽어도 읽어도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잊고 있었던 시를 님의 덕분에 벅차게 읽고 갑니다^^*
다음 선생님은 '윤회매' 작가님 맞으신지요? 일체 번뇌일랑 깃털처럼 여의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습니다. ☆
네~ 시, 서, 화, 창 뿐 아니라 다도에도 조예가 깊으시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