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는 한부모가정이 대세이다
황은숙 박사(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얼마 전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았다. 이 영화는 엄마와 아들의 애잔한 사랑과 아들의 성장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양계장을 빠져나온 암탉이 우연히 청둥오리 알을 품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엄마가 된 암탉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들은 그 엄마의 사랑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건강하게 성장한다.
200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입양가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는 달리 입양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비혈연가족도 혈연가족 못지않게 아름다운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부모가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암탉이는 심리적인 혼란, 경제적인 어려움, 자녀양육의 부담, 사회적인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전형적인 한부모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암탉과 초록이의 깊은 가족애를 지켜보면서 공감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정상가정과 비정상가정
최근 우리 사회가 다변화, 다원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입양가정, 이혼가정, 사별가정, 별거가정, 미혼모가정, 재혼가정, 다문화가정, 무자녀가정, 노인가정, 장애가정, 비혈연가정, 동성애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무엇인가 문제 있는 가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통적으로 정상가정이라고 하면 양부모가정을 의미한다. 양부모가정이란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가정으로 양쪽 부모가 부모역할을 담당하는 가정을 말한다. 양부모가정 형태의 가족체계를 정상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쪽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뭔가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식한다.
한부모가정을 비정상가정인 가정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는 양부모가정은 다수지만 한부모가정은 소수라는 것이다. 양부모가정은 정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이 양부모 형태의 가족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부모가정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가족형태가 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다수와 소수 개념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정상가정으로 인식되는 양부모가정은 전체가구의 약 37%에 그치고 나머지 63%는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1인가정, 3세대가정, 비혈연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다수의 집단이기 때문에 정상이고, 소수집단이기에 비정상적이라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는 가족의 외형적인 구조에 따른 구분이다.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가족 중에 한쪽 부모가 없다면 정상적인 가정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외형적인 구조를 갖추었다고 하여 모두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다.
양부모가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배우자의 외도, 가정폭력, 알콜 중독, 도박, 배우자의 무능력 등과 같은 가정문제는 한부모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다. 가족의 근간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행동은 특정가정과 관계없이 발생한다. 이를 볼 때 가족의 외형적인 구조만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것은 모순이라 하겠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우리 사회는 왜 정상과 비정상에 열중하는가? 정상과 비정상이란 이분법적 사고로 타인을 정죄하려는 심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내면의 열등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역으로 남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심리작용 말이다.
실제로 가정문제를 상담하다보면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가정이 바로 “이혼 전” 가정이다. “이혼 전” 가정은 배우자의 외도, 가정폭력 등으로 가족원 간에 갈등이 심하고 불신감도 높다. 심지어는 배우자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가족관계를 보면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의 외형적인 구조가 아니라 가족원간의 관계의 질이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양부모가정이든 한부모가정이든 가족원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면 그 가족이야 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정상가정인 것이다.
미래사회의 결혼 및 가족제도는 달라진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파비엔 구-보디망’(Fabienne Goux-Baudiment)은 앞으로 60년 안에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에서 120세로 늘어나면서 가족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한평생 살면서 한 번 결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앞으로는 두 세번 이상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2070년에는 인간의 기대 수명이 120세로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 생애를 통해 두 세 번 이상의 결혼을 하게 되고 둘 이상의 배우자를 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120년이라는 긴 생애를 배우자 없이 혼자 살아가기에는 홀로 남겨진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사회의 결혼패턴은 가치관과 가족제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놀라운 변화이다.
최근, 이러한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별, 이혼, 미혼모, 별거 등으로 발생하는 한부모가정이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약 10%인 16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이중 사별가정과 이혼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이혼가정의 증가추세는 두드러진다. 1985년 약 6%에 그치던 이혼 비중이 2005년에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혼가정 등 한부모가정의 증가는 재혼에도 영향을 미쳐 혼인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혼인건수는 약 32만6천 건으로 이 중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가 전체의 78.1%이며, 초혼 대 재혼이 9.9%, 재혼 대 재혼이 12%이다. 한부모가정의 재혼율이 전체 혼인의 약 22%를 차지하는 것은 의미있는 수치라 하겠다.
혼인과 이혼통계를 보면 ‘파비엔 구-보디망’이 말한 대로 결혼 및 가족제도가 변화해 한부모가정에 대한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구나 결혼을 여러 번하게 된다면 이혼 및 사별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부모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일들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가족이란 양부모가정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정은 모든 이들의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이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삶이 가치 있어 진다면 가족의 외형적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가정은 행복한 가정임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한부모가정, 입양가정,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가장 완벽한 세상이기 때문이다.(월간 아름다운가정 2011년 11월호 권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