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상(山上)에서 교회장로님의 고충을 상담하다. >>
[1]
오늘 점심식사 후 절 뒷산의 숲속을 산책했다.
따스한 햇볕이 기분 좋게 얼굴에 내려 쪼였다.
오봉산 숲속을 왼손에는 단주를 들고,
오른 손에는 108염주를 들고 아미타불을 염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하늘을 가득가린 나무 숲 가지에 산비둘기 부부가
붐붐하고 기묘한 소리를 내었다.
“봄~ 봄이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숲길 끝에 다다르면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펼쳐지는데, 내가 온 길과는 반대쪽에 의왕시청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 곳 벤취에 어떤 남자가 땀이 나는지 옷을 벗으며
눈은 내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2]
얼마 후 두 사람 좁은 등산로에서 마주쳤다.
먼저 내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봄이 완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안녕하세요. 스님 어디에 계십니까? 오래된 스님들은
사람의 앞일을 훤히 내다본다는데....”라고 그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 네~ 저는 저 아래 오봉정사라는 절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신통력이 없어 사람의 앞일을 훤히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니,
“ 원 스님도 참 겸손합니다. 스님 저 한번 봐주세요.”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에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산을 올랐다.
그런데 그 남자가 “스님 올해 속납이 얼마나 되시유?”라고 하자
“네 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선생님은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되묻자 자기는 62세고 교회장로라고 했다.
[3]
그리고 자신의 소개를 스스로 했다.
그는 결혼 후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집에서 잠을 자다가
연탄 까스에 온 식구가 중독이 되어 부인과 두 아이는 그만 숨을 거두고 자신만이
구사일생 살아났다. 그 후 재혼해서 안양에 있는 금성전선에 약 30년 근무하다가
이제는 정년 후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 결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데,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여 지금은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딸 때문에도 속이 상하고, 지금 경비업무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또 부인이 갈수록
계속 잔소리가 심해서 더욱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생 돈을 모아
시골에 전답을 좀 사 두었는데, 법이 바뀌어서 그것을 팔려고 하니 양도소득세가 60%나
붙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 “음 하나님을 섬기는 교회 장로님도 저렇게 마음 고통이 심하구나.”이런
생각이 들어 자세히 그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사각형 토(土)형이
며 코가 두툼하게 코 방울이 굵고 발달한 것을 보니 재물에 대한 욕심이 많고,
지식에 대한 욕구도 많아 보였다.
[4]
◇ 다시 그 남자가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한마디 해주기를 간청했다.
그래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 선생님은 얼굴 관상 특히 코가 참 잘 생겼어요. 복이 늦게 발복하는 모습을
취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선생님은 앞일을 미리 먼저 걱정하는 것이 흠입니다.
운이란 사람의 마음으로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한답니다. 선생님은 마음이 조급한
것이 운을 갉아 먹는 것입니다. 이제 부터라도 지금 주어져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세요.
부인이 있고, 사랑하는 딸이 있고, 직장이 있고, 교회 장로로서 성도들에게 봉사하고
예수님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봉사하시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하세요.
좋은 운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 도와주는 법입니다. 부디 교회 성도님들과 잘 지내시어
그들에게 진정으로 봉사하시면, 지금보다 더 좋은 직장을 알선해 줄 것입니다.
또 주민등록을 시골로 옮겨 시골에 있는 땅을 놀리지 말고 경작하시고 몇 년 지나면
양도 소득세가 많이 감면될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관상이 좋고 늦게 발복하는 운세이니,
그 땅이 나중에는 확실한 노후대책이 될 것이니 지금 서둘러 팔려고 하지 마세요.
빚 안지고 그냥 살아가며 성도님들께 봉사할 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하세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스님 감사합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마음에 먹구름이 깨끗하게 지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는 것 같았다.
오봉약수터에 내려와 자루 달린 물 컵으로 물을 떠서
두 손을 받쳐 스님에게 공손하게 공양 올렸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감로수 한잔을 마셨다.
◇ 서로 헤어질 시간이 왔다.
“선생님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은 불교에서는 인연이라 하고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의 뜻이라 합니다. 부디 마음 잘 다스리고 성도님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시고
예수님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기도하십시오.” “ 네·스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라고 서로 예를 다하였고, 나는 오봉정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하느님도 예수님도 목사님도 기독교 장로님의 마음속 고민을 다 해결해
주지 못하구나. 모든 것은 다 마음으로 짓고 행한다.(일체유심조)라는
화엄경 한 구절이 생각났다.”
● 오늘은 교회 장로님에게 인생 상담을 하는 뜻 깊은 날이었다.
기축년 이월 계축일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오봉정사에서
남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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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님^^ 너무 뜻있는 대화였네요... 마음 헤아려주는 스님의 말씀 한마디에 온갖고민으로 엉켜있던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셨으니 참으로 부처님법이 위대함을 느낍니다. 스님의 무외시에 감동입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늘~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시는 스님께 감사함을 느낌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무언가 앞의일을 알려고 한다는것은 희망을 묻는 것이거든요. 그 장로님께서는 스님을 만나셨던 인연으로 마음에 희망을 선물 받으셨네요. 스님의 부처님 실천 존경 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후님~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스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듯 합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 일어납니다.. 하산 하시면서 드신 감로수가 정말
콤 하셨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은 다 마음으로 짓고 행한다는 말씀,, 또 한번 가슴 깊이 새겨 넣습니다. 그 장로님께서도 스님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계시겠지요
늘 건안하십시오. 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명금님~~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그 장로님은 많은 생각을 했겠군요. 장로님들은 타종교를 배척하는데 그분도 마음이 많이 열리리라 믿어지네요.
네~ 정민님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가 쉽지 않네요.막상 그사람을 보면 썩좋은 감정이 않생기네요
네~ 감사합니다... 어린왕자님~~ 나무관세음보살~~
일체유심조...다시 한번 새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휴머니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