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2. 임진년 음력 삼월 초하루 법회 미산 스님 법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상도선원을 지어 봉헌한 지 3주년 되는 날입니다. 이날이 평일이라, 3주년 기념 법회는 지난 일요일(18일)에 했습니다. 법회 후 어린이, 청소년, 청년, 간다르바 합창단 등이 공연을 하고 법우들끼리 조촐하게 축하했습니다.
봉헌은 ‘받들어 바친다’라는 뜻입니다. 공양물을 바치는 행위를 통해 본래 마음자리가 드러납니다. 공양의 의미란 이렇게 공양을 올림으로써 밝고 깨끗한 자리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불, 법, 승가에 공양을 올림은 무량공덕을 성취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날 상도선원의 전신인, 현재 건물 뒤쪽에 있던 백운암은 대웅전, 관음전, 나한전 등 전각을 갖추었고, 그 옆에 창건주 장대보화 보살님이 집들을 지어 어려운 이웃들을 살게 한 ‘나라사랑반’도 있었습니다. 숲이 좋은 곳이었는데 무상의 원리에 의해 없어지고 상도선원으로 거듭 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력을 갖고 헌신적으로 보살행을 했기에 이 결과가 있게 된 것입니다.
오래 다니신 분들, 물탱크 법당 기억하시나요? 2년간 그 물탱크를 개조한 법당 2층에 부처님을 모시고 1층은 요사채와 공양간으로 쓰며 지냈고, 그 뒤 물탱크 법당이 헐리자 현재의 큰길가 닥터부동산 옆에 있는 건물 지하에 법당을 차리고 역경 속에서도 절이 지어져서 이렇게 상도선원 건물에서 법회를 하게 되었지요. 설계 과정에서 법당을 지하에 둔다 할 때 많은 반대도 있었습니다. 오래된 보살님들이, 어떻게 부처님 위로 걸어다닐 수 있느냐 하며 반대하셨는데, 지상에 법당을 두면 면적이 좁고 또 바로 옆에 아파트가 있어 목탁소리도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이 부처님 위로 걸어다니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하여 지하에 법당을 두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절이라고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와보시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겉모양, 즉 물질 세계에 정신 세계가 결합해야 합니다. 즉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고 깨달음을 얻는 교육, 수행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간 마음수행학교, 경전학당을 열어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금주 말에 토요일, 일요일, 연이어 마음수행학교 9기가 열려 강의를 하고, 이러한 강의는 4월에도 이어지며 자애미소명상으로 이어집니다. 부처님 말씀을 바르게 실천하는 생활이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가장 강조한 것이 ‘바른 불교를 펴자’는 것입니다. 정법 불교. 즉, 연기, 중도, 이것을 저버리면 정법 불교가 아닙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 쉬운 불교. 또 삶 속에 실천되는 생활 속 불교. 이것이 제가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본래 청정한 불성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또 21세기는 나눔의 자세를 갖는 사람들이 이끌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섭법을 실천하며, 화엄경에 나오는 법계연기수행을 해야겠습니다.
4섭법에 관한 경전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모두 합장하시고...
부처님께서 알라위의 앗갈라와 근처에 계실 때, 어느 날 핫타까 장자가 오백 명의 장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찾아뵈니, 부처님께서 핫타까 장자에게 물으셨다.
“핫타까 장자여, 그대는 지금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있는데 어떤 법으로 그들을 이끌어 들이는가?”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일로 이끌어 들입니다. 은혜로써 베푸는 것[布施]이요, 부드러운 말로써 대하는 것[愛語]이요, 상대방을 이익 되게 하는 것[利行]이요, 행동을 같이 하는 것[同事]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로 대중을 이끌어 들이나이다.”
“착하다, 장자여. 너는 법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이고, 문(門)답게 대중을 이끌어들이며, 인연답게 대중을 이끌어들이는구나.”
<중아함경> ‘수장자경’
사섭법의 ‘섭(攝)’자를 보면, 손 수(手) 변에 귀 이(耳) 자 세 개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귀가 두 개 있어, 두 귀로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나누려면 세 번째 귀로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연민심을 갖고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글자가 뜻하는 것처럼, 손을 귀에 대고 자세히 들어야 섭수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보시, 애어, 이행, 동사의 사섭법에서 두 번째 ‘애어’는 말을 부드럽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승가대학교에서 교학처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무슨 이야기 끝에 현수막을 붙이자고 제가 제안을 했더니 교학처 직원이 대뜸 “안 됩니다.”라고 하기에 제가 나중에 조용히, “그렇게 ‘안 됩니다’라고 대뜸 강하게 말하는 것과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어떤 것이 낫겠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분이 ‘후자가 낫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부드러운 대화법을 위해서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라는 책도 있고, 그에 의거한 대화법 코칭 세미나도 선원에서 여러 번 했습니다.
이행은 남에게 이익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러한 보시도 때에 맞게 해야 합니다. 때를 맞추어 하는 보시에 대해 경전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때를 맞추어야 할 보시에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멀리서 오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며,
병든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고,
흉년이 들었을 때 베푸는 것이며,
햇곡식과 햇과일을 먼저 수행자에게 베푸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혜롭게 때를 맞추어 보시하고
믿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살아서는 기쁨을 누리고
죽어서는 천상의 덕을 갖추느니라.
때를 따라 잊지 않고 널리 베풀면
메아리가 소리를 따르듯
부족함 없는 복락이 그를 따르니
태어나는 곳곳마다 부귀하리라.
보시는 온갖 선행의 으뜸이 되어
끝내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나니
억금을 보시하고도 딴 생각 갖지 않으면
기쁨은 나날이 더욱 늘어가리라.
때를 맞춰 보시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
마음은 즐겁고 몸마저 홀가분하여
끝내는 마음의 해탈을 얻게 되리니
지혜로운 신남(信男), 신녀(信女)들이여
공덕 지을 좋은 때를 놓치지 말고
때를 맞춘 보시에 힘쓰도록 하라.”
증일아함경 제24 선취품
한 달에 한 번씩 경전을 읽으러 오는 문사수 법회팀이 있습니다. 오는 4월에 수산 스님 5재를 상도선원에서 지내게 되는데 백양사 스님들이 수십 분이나 오시게 되어, 선원 예산으로 미처 충당하기 힘든 준비가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 회원 중 한 분이 선뜻 그 비용을 보시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보시는 때를 맞추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를 맞춘 보시에 대한 이와 같은 말씀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재물로써 보시하고자 할 때는 다음 여덟 가지를 알아야 큰 공덕을 얻을 수 있느니라.
때를 맞추어 보시하고 때 아닌 때 보시하지 말라.
신선하고 청결한 것으로 보시하고 더러운 것으로는 보시하지 말라.
자기 손으로 보시하고 남을 시켜 보시하지 말라.
서원을 세워 보시하되 거만하거나 방자하지 말라.
부담 없이 보시하되 그 과보를 기대하지 말라.
열반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보시할 것이지, 이 다음에 천상에 태어나겠다는 마음으로 보시하지 말라.
수행을 잘 하여 공경할 만한 복전에 보시할 것이지 어리석은 복전에 보시하지 말라.
중생에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보시할 것이지 나만을 위해 보시하지 말라.
선남자 선여인이 재물을 가지고 보시하되 이와 같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면 큰 공덕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따라 보시하되
아끼거나 탐내는 마음이 없어
자기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게 돌린다.
그런 보시가 가장 훌륭하여
모든 붓다가 칭찬하나니
살아 생전에 그 복을 얻고
죽어서 천상의 복을 누린다."
증일아함경 제37 : 팔난품
이런 초하루 법회에서도 공양금을 ‘기도비’라고 칭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대신 기도를 해주고 그 비용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상도선원은 사시예불이나 재를 올릴 때 불공을 집전하는 부전스님이 따로 없이, 법사 스님들이 시간 나는 대로 돌아가면서 불공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교자들의 체계적 교육도 연구해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원을 가지고 보시를 하고, 보시할 때는 큰 서원을 갖고, 과보를 기대하지 말고, 열반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보시하고, 어리석은 복전에 보시하지 말라, 중생에 회향하는 마음으로 보시하라고 하셨습니다. 보시만 잘 해도 성불할 수 있습니다. 보시를 하면 마음이 텅 비어 번뇌망상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방 끈이 길다 보니, 가방 끈이 길고 머리가 큰 분들이 상도선원에 많이 오시는데, 말로나 생각으로는 잘 하지만 몸으로 하는 보현행, 보살행에는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공덕을 짓는 보시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오늘 말씀드렸습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