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090126a_부산YWCA_이바구이야기02-도깨비
* 부산 YWCA 회보 2009년 2월호에 실릴 원고
나무아빠가 들려주는 이바구 이야기
02. 이야기 속에 사는 목숨들 ① - 도깨비
이제부터는 이야기 속에 사는 목숨들을 만나보러 갈까요.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목숨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들은 사람처럼 숨을 쉬고 말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떼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아이들에게 으뜸으로 꼽히는 놈은 도깨비입니다. 사람 사는 동네마다 ‘도까비’, ‘도채비’ 따위로 달리 불리기도 합니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숲길을 걷다 “도깨비가 뭐지?”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깃든 엉뚱한 말뜻꼴이 어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을 때가 많거든요. 여하튼 도깨비에 대한 아이의 말뜻꼴은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 비슷한 괴물”이라는 것입니다.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어름에 늘 함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살고는 있는데 보이지 않다가 어떤 때에 불쑥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낮에 우리 눈에는 달이 보이지 않지만 달은 날마다 어김없이 동에서 떠서 서로 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늘 우리 곁에 익숙한 것으로 있다가 어느 때 둔갑을 해서 도깨비불로 나타나기도 하고, 방망이를 든 장난꾸러기로 나타나기도 하고, 시루떡을 좋아하는 먹보로 나타나기도 하고, 한 판 붙자고 어르는 씨름꾼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요 “사람 비슷한 괴물”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사람 같기도 하고 사람 아닌 것도 같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요놈들. 아이들에게 제가 보는 도깨비의 꼴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린 도깨비의 꼴은 재밌습니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비슷하게 그릴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그린 도깨비도 비슷합니다. 언제 대학생 언니들에게 그려보라고 해도 비슷하게 그립니다. 도깨비의 꼴을 그리는 데에는 천하통일를 이룬 셈인데, 짚고 넘어가야 할 거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려놓은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에는 일본 도깨비라고 할 수 있는 ‘오니’(鬼:おに)의 꼴이 겹쳐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제 나라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르칠 때 교과서에 실린 그림을 보면, 옷은 우리옷을 입었는데 머리에 뿔이 달린 도깨비가 많이 나타납니다. 아마 이 교과서 그림의 꼴이 우리나라 도깨비 그림의 거푸집이 된 듯합니다. 한국 도깨비의 꼴은 워낙 요리조리 꼴 스스로가 없는 꼴이라서 뿔달린 도깨비를 그려 놓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다만 알고는 있자는 것이지요.
이제 달이 서서히 차올라 정월 대보름에는 우리 머리 위로 둥실 떠오를테지요. 우리네 도깨비들도 서서히 사람들 만날 채비를 갖출 것입니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어디 다리 밑이라든가 골목 어귀라든가 집안 구석쟁이라든가 저 언덕 너머에서 우리를 굽어보고 있을 숱한 도깨비들 모두 불러내어 한판 도깨비 떼춤을 추어볼까요. 너도 도깨비, 나도 도깨비, 우리 모두 도깨비입니다. 덩 기덕 덩 기덕 덩 기덕 쿵따.
글쓰는 나무아빠 신용철
(simbang89@naver.com)
신나무 어린이가 그린 도깨비 그림
김규림 어린이가 그린 도깨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