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베노? (안녕하십니까?)
제가 소속된 구세군의료선교회에서 단기의료선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곳에 구세군에서 선교사를 파송한 직후라 의미가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문의 2인(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약사 1인, 간호사 2인, 선교담당자 1인(구세군사관-목사) 이렇게 6인의 소규모 진료팀이 구성되었습니다.
5/1 12:05 OM 302편(몽골항공)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3시간 비행후 울란바토르(Ulaanbaatar)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사회주의국가로 입국수속이 까다로운 까닭에 걱정했으나 다행이도 출발전 몽골 복지부가 협조하여 차관비서관이 나와 입국수속시 약물과 약제로 인한 고생없이 무사통과하였습니다. 사방이 평야로 먼지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기후는 섭씨 약 14도로 한국의 늦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약 3배의 땅덩어리에 고작 300만명이 살고 있으며 일년에 약 200mm 정도의 강우량으로 척박한 땅을 가진 나라로 울란바토르에만 인구의 1/3이 모여살고 있다고 합니다.
차편으로 숙소인 Baganjorg red rose Hotel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무언가 구경할 시간이 오늘 아니면 없을 것 같아 초대형 징기스칸 동상이 세워진 곳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이동하였는데, 도로는 시내중심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리가 비포장 흙길입니다. 빈부격차가 심각하여 차종류는 한국의 중고차 프라이드 부터 신형 벤츠에 이르기 까지 세계의 다양한 차종류가 함께 굴러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에 세워진 400톤의 철근덩어리가 바닥에서 지지하는 200톤의 철근이 들었다는 13층 높이의 초대형 징기스칸의 동상이 있었습니다. 2010년까지 그곳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비젼으로 다양한 시설들을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는 중심에 선 동상과 한참 앞쪽에 세워진 거대한 입구조형물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다 입니다.
저녁은 몽골식당에서 몽골음식으로 먹었는데 양고기 만두와 바베큐, 말고기 스프, 소고기 요리와 샐러드 그리고 밀로 만든 요리, 한국식 김치(중국산)이 있었고 그들만의 차인 수태채라는 우유에 몽고차를 끓여 낸 육수같은 차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저녁식사후 숙소에 돌아와서 다른 분들은 조제할 약들을 정리하고 저는 통증클리닉 진료를 위해 주사약을 만들었습니다...한쪽에서 뭔가를 주사약으로 섞어서 만들고 있으니 좀 거시기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인 5/2에는 구역병원인 바이조르흐 병원에서 진료봉사를 하였습니다. 몽골은 지역을 몇개 구역으로 나누어서 관할하는 행정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23만명의 주민을 담당하는 이 구역병원은 큰 수술은 하지 않으며 동사무소병원에서 진찰만 받고 진료의뢰 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치료 위주로 간단한 처치만을 담당한다고 하며 이곳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국가병원에 의뢰한다고 합니다. 근무인원이 500명 정도라고 하는데 규모에 비해 많은 직원이 일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회주의국가로 전국민 보험으로 여기 병원까지는 본인부담금이 없다고 합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노트형 챠트와 x-ray, CT, MRI 등 필름을 본인들이 소지하고 진료시에 제출하면 의사가 거기에 기록해 준다고 합니다. 챠트기록을 가지고 심사하여 생계비 지원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여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의대 6년후 2년의 수련을 받아야만 환자진료허가서를 받는다고 합니다. 주5일 근무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 까지 6시간 근무합니다. 점심시간은 12:30~13:00
그곳의 외과과장 진료실에서 제가 통증진료를 하였습니다. 몽골가기전 몽골 복지부에서 자신들 나라의 의사들에게 좋은 치료술을 배울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주사술기에 대해 좀 알려줄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아쉽던 차에 마침 외과과장이 제가 진료할 방문을 잠그고 가는 바람에 그 의사를 콜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조금 지연되었지만 하루에 100명 정도 그동안 치료에 어려움이 있던 환자들 위주로 미리 선정해서 번호표를 주고 대기시켜 보다 질적으로 좋은 진료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내고 보니 일인당 3인분은 족히 되는 증상의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진료를 시작하고 얼떨결에 옆에서 지켜보게된 젊은 외과과장은 처음에는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마침 팔을 올리지도 뒤로 돌리지도 못하는 오십견 증상의 할머니 환자가 왔습니다. 제가 주사치료를 어깨 점액낭과 관절강에 딱 두방을 놓고 보란듯이 할머니에게 팔을 올려보고 뒤로 돌려보라니까 마침 할머니 팔이 올라가고 뒤로 잘 돌아갑니다.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젊은 의사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습니다. 그후로는 제 옆에 붙어서 일일이 제가 볼펜으로 자입점을 해부학적 위치를 그려가며 설명하고 주사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조금 있으니 나이가 좀 더 되어 보이는 의사가 하나씩 들어오더니 결국 4명의 의사가 저와 함께 워크샵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추, 견관절, 흉추, 요추, 주관절, 수관절, 고관절, 슬관절, 족관절을 중심으로 관절내주사 술기와 증식주사, IMS 그리고 늑간신경주사를 비롯한 말초지 주사술기를 전수하였습니다. X-ray실에 가서는 상징적으로 한 케이스만 C-arm이 없어서 Fluoroscpy로 투시하면서 AP상으로만 STE를 시행하여 양하지 통증으로 휠체어 타고온 분을 잠시 세웠습니다. 3년간 대퇴사두근의 불사용성 근위축으로 힘이 부족하여 오래 서지는 못하였고 근력 강화 운동을 잘 하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들에게 의학의 새로운 도전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나름 큰 일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날인 5/3은 선교사가 파송된 사무실에서 간단한 집회를 한 후 시골 외곽지역의 아쪼르트 동사무소병원에서 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 약 6000명을 담당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정선군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하여 더욱 감회가 깊었습니다. 어제 함께 워크샵을 했던 의사들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여기까지 따라와서 함께 진료에 임했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그들이 많은 임상 경험을 할 수 있게 직접 주사치료를 하도록 하였고 결국 제 진료실에서는 한 번에 3명의 환자를 주사치료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레지던트 트레이닝시키듯 임상수련을 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사용하는 약제를 만드는 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진료를 마친 후 그들은 병원에서 준비한 감사패를 제게 전달하였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통역담당으로 봉사하는 몽골인의 친구가 사는 게르(천막집)로 초대 받아 일행이 그곳에서 저녁식사로 양고기 만두와 수태채를 배불리 대접받았습니다.
마지막 진료일인 5/4는 다른 구역인 성근헤르항 병원에서 진료를 하였습니다. 이곳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설이 좀 더 세련되고 평일 근무하는 날이라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여기도 미리 100명 정도를 선별해 놓을 것을 부탁하였는데 환자들은 입원중이거나 중증의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곳 의사들이 진단을 붙이기 애매한 환자들이나 수술여부에 대한 검증,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 등 BK절단된 다리의 CRPS 2형 환자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근무일이라 여유있는 의사가 없어서 참관한 의사는 이따금씩 다녀가는 외과의사 한 분 뿐이었습니다. 대개 근무일에는 의사 일인당 약 100명씩을 봐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장이 많이 아쉬워 했습니다.
한 옵그치 벤? (어디가 아프세요?) ...터트걸(머리), 후주(목), 무르(어깨), 토헐(팔꿈치), 가라(손), 주흐(가슴), 기디스(배), 노르(허리), 옵티크(무릎), 흐르(발)...
호도드 야모르 왜? (소화는 잘 되세요?) ...주괴로(좋아요), 위귀(아니오)
바롱(오른쪽), 중(왼쪽), 호이다(양쪽), 댈(벗으세요), 쇼(걷으세요), 우구래(위로), 허쉬(뒤로), 테레(주사), 요이(아파요), 도씅(끝났어요), 배재(잠깐만요), 소들(힘빼세요), 힙테레(엎드리세요), 통골(숙이고), 귀뛰(펴고)
아무튼 혼자서 전 날 습득한 몽골어로 더듬거리지만 통역을 안거치고도 대략 의사소통 하면서 약 80명의 통증환자들을 치료하고 진료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남은 주사약제들은 선교사님편으로 저와 함께 워크샵을 한 의사들이 있는 병원에 다 전달해 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5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5/5 06:15 OM 301편으로 귀국하면서 소수의 6인이었지만 현지의 15명의 봉사자와 함께한 의사들의 도움이 컸음을 감사하며 몽골나라의 의술이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였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아~멘.
# 총진료환자수 475 명(300명 예상보다 175 명 초과), 통증클리닉 233 명
자, 바이스테 ! (그럼, 잘 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