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장 먼저 만나는 분은 바로 아기돼지들입니다.
마을 입구의 세르게이 아저씨네 돈사부터 들렀습니다.
세르게이 아저씨는 사료값을 벌러 아시노프카 센터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날수 없었습니다. 대신 귀여운 아기돼지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
요즘 돈사가 자리 잡혀서 푹신푹신해진 흙이 좋은지 흙 장난하는 돼지들이 부쩍 늘어 났습니다.
호기심 많은 이 녀석은 자기 몸길이만큼 계속 파 내려갑니다.
얼굴을 땅속에 파묻고 엉덩이에 꼬리만 보이는 모습이 우습기도 합니다.
놀기도 잘놀고 먹기도 잘 먹는 돼지들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
지나는 길에 오랜만에 이노겐지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님과 함께 한참 감자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감자를 심어 놓은 밭에 풀이 너무 많아서 감자 캐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요즘은 한참 버섯을 많이 캐러 다니는 철이라 인력을 구하기 힘듭니다.
시골 평균임금보다 조금 높은 200루블을 준다고 해서 인력이 없다고 합니다.
우정마을 시장에서도 감자를 팔아보고자 1,000kg을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하나하나 손수 캔 감자를 다듬고 있습니다.
노인 두분이서 드넓은 감자밭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지금 한국은 취업난이라는데... 커다란 구름이 되어 한국의 청년들을 이곳으로 실어오고 싶습니다.
손수 대문까지 마중나오시는 이노겐지 할아버지
영락없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다음 만난 사람은 게오르기 아저씨 입니다. 다른 어떤 집보다 고추가 잘되었습니다.
빨간 고추도 드문드문 눈에 뜁니다.
이런저런 농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절로 강제이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민족들이 큰 칼과 총으로 못 이긴 러시아 민족을 고려인들이 작은 호미를 가지고 이겼다면서
아저씨네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십니다.
라리사 아줌마는 겨울 식량준비를 하십니다. 아랫쪽에는 오이를 윗쪽에는 토마토를
넣고 직접 끊인 물과 식초, 소금, 올리브 잎 등등을 넣고 만듭니다.
고려인들의 생활의 지혜가 묻어납니다.
게오르기 아저씨네 식구들이 먹을 병조림.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아들네, 딸네 나눠준다고 합니다.
발로자 아저씨 돼지 입니다. 발로자 아저씨는 돼지들의 건강을 위해
근처 목장에서 직접 우유를 사서 먹입니다.
돼지들이 하루에 먹는 우유만해도 하루에 140L가 된다고 합니다.
저보다 더 잘 먹는거 같습니다. -_-;;
마침 프림코 농장과 계약한 사료를 가져와서 저도 오랜만에 힘 좀 썻습니다.
한켠에 가득 쌓인 사료를 보니 한동안 사료 걱정은 없을거 같습니다.
집안의 모든일을 손수 돕고 있는 안젤라.
올해 10살로 9월 1일부터 끄레모바 쉬꼴라 4학년에 다닙니다.
같은 마을의 크리스티나와 동급생입니다.
시장에서 사 온 분쇄기를 시험적으로 사용해 봅니다.
이 분쇄기를 이용해 농장에서 사온 밀, 보리, 귀리를 갈아 돼지에게 먹일 것입니다.
사용해보니 생각했던거 보다 아주 잘 갈립니다.
이날 돼지 사료 만드는 방법을 장민석 선생님께서 직접 보이셨습니다.
마침 창고의 한쪽 벽면이 박스로 둘러 쳐져있어서 훌륭한 칠판(?)이 되었습니다.
돼지를 향한 발로자 아저씨의 열정은 대단합니다.
돼지 먹이부터 돈사 환경까지 하나하나 세심히 신경쓰면서 강의 내용 하나하나 세심하게
귀 기울입니다.
프림코 농장에서 구입한 사료 40%, 쌀겨 20%, 닭똥&소똥 20%, 토착 미생물 NO4 20%
에 각종 영양물을 넣은 물을 넣어서 만든 사료입니다.
이 사료를 하루 정도 발효시켰다가 내일 먹일 것입니다.
끄레모바 센터에서 먹는 점심입니다.
흘렙, 갈바사, 주스만 사갔을 뿐인데 라직 아저씨의 정성으로 어느새 진수성찬이 되었습니다.
감자, 오이, 토마토, 수박...
풍성한 식탁이 요즘 잘 나오는 농산물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박 이골 아저씨가 기른 수박입니다. 여지껏 7톤의 수확물을 팔았고 이제 조금 남아있다고 합니다.
박 이골 아저씨는 올해 수박 농사가 잘되어서 기분이 좋은지 담배도 끊고 술도 줄였습니다.
정말 정말 맛있어서 먹는 사람마다 맛있다고 감탄입니다. 꿀수박입니다.
제가 먹어본 수박중 가장 맛있는 수박입니다.
우정마을 시장에서도 팔아보고자 80여개 320kg을 사왔습니다.
그런데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만해도 별탈없던 에드워드 돼지들이 오늘 아침 갑자기 죽었습니다.
모두 16마리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전에 수의사가 원인진단을 위해 죽은 돼지 한마리를 가져갔습니다.
갑자기 죽은 돼지 때문에 근심 가득한 에드워드 아저씨에게
돼지우리에 뿌릴 영양물을 만들어 주고 왔습니다.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에드워드 아저씨!! 힘내세요!!
제 친구 비딸리 입니다.
지난 5월 발로자 아저씨 돈사공사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하다 친해졌습니다.
카메라를 보면 항상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어주라 하는 사진광입니다.
아내, 귀여운 딸 셋과 함께 끄레모바에 살고 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지만 친구 같습니다.
저만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에는 아저씨, 아줌마 등등 호칭 없이 이름만 부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