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을 보고
조조할인을 위해 새벽같이 온 식구를 들 깨워 투탑CGV로 향한 것은 무더위가 한풀 꺾인 팔월 그 마지막 날이다. 연일 한국 흥행기록을 갱신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명량을
아직 못 본 것이 국민의 한사람으로 웬지 부끄러워 막내딸을 충충거려 뜻을 이룬 것이다.
오랜만이다. 7번방의 선물을 본 뒤로 처음 가족과 함께 한 영화감상이었다.
전직 사회과 자격증은 일반사회지만 발령지에 맞게 역사, 지리,세계사 등 관련 과목을 거의 가르쳐
중학교에서 명랑하게 싸우다 하늘이 노래 전사했다고 암기시키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명량하면 영웅 이순신이 크게 싸워 승리해 행여 구태의연하고 심드렁해질 수 있는 전쟁영화가 아닌가 내심 걱정을 하며 찾아갔지만 와-천만에, 기우(杞憂)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고의 개봉 신기록이란 것과 걸맞게 새로운 방식으로 리얼하고 진정 스릴이 넘쳤다. 전쟁 액션을 현대감각에 맞게 리얼리티한 연출이요. 입체적인 구성으로 오케스트라가 울려퍼지는 웅장한 배경음악에 압도되어 마지막 거북선이 나타날 때까지 그 어느 것도 틈을 주지 않고 오직 충실한 애국자로 단단히 무장한 새벽이었다. 구국의 일념-. 그런 애국심이 참을 수 없이 내 몸에서 활활 솟구치는 불타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330척에 맞선 12척의 배가 울돌목이란 해류의 변화를 이용해 승전고를 올리는 지략을 겸비한 일국의 전쟁영화다. 특히 최근 국내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수많은 갈등의 늪에서 특히 정치가 올스톱하면서 마치 찜질방에서 견디는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요즘 시원한 식혜와 같은 청량제였다.
국내는 물론 흥행이 북미전역에 30개 극장에서 개봉되어 12억의 매출 최다를 기록했다니 그럴 법도 하다. 국내를 오늘(31일) 시점에서 인터넷을 열어보니 1679만 9512명-. 150억의 제작비인데 1296억의 흥행으로 아바타를 제치고 대한민국 영화계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벽인데도 4,50여명이 우뢰와 같은 배경음악에 완전 압도되어 숨을 죽인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군인정신-. 더욱 실감이 나는 것은 그 역을 올해 영웅이 전사한 52세의 동갑 최민식이 묵직한 언어로 감동을 자아냈다. 작금의 세태를 보라! 애국심이 한해로 연못바닥처럼 고갈됨을 느낄 때, 그 교훈 하나하나가 폐부를 찌르는 것은 단세포적인 나만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국수주의니 과대포장된 멜로드라마라며 부정적인 역사의식으로 비아냥거린다. 썩을 놈! 불순분자나 일본인의 경우겠지-.아니 요즘 기가 찰 노릇은 역사책에 유관순을 빼버렸다는 것을 보라! 적장 구루지마 모자가 무거워 촬영후 목디스크가 유발되었다는 대역배우 류승룡을 볼때면 웃음이 앞선다. 왜? 7번방의 선물에서도-.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감독이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많은 촌철살인들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중에서도 피땀흘려 노를 젓던 민초 군졸들이 승전보를 울리고 누워 하는 말 호로새끼였다.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 고생한 거 모르면 호로새끼지
영웅 이순신은 일본에서도 배사마와 유일하게 존경하는 인물이란다. 훌륭하다. 세계적인 장수다.
판파지적인 요소로 부각시킨 우리의 장군 그는 지금도 광화문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이 영화의 깔끔한 마지막 처리는 무엇보다 다음을 예고하는 거북선의 출현이었다. 명량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360도를 돌며 포를 쏘아대는 조선의 돌격선 판옥선, 그 위에 지붕을 얹은 것이 거북선이란다. 거북선 활동은 다음 한산도 대첩을 예고한다. 촬영을 위해 갑옷만 2800벌, 전라도 광양에 초대형 해전 세트장을 제작해 실제 해상전쟁을 유감없이 선보인 명화 명량-. 이 가슴뛰는 영화는 그래서 벌써부터 촬영지가 관광지로 북적댄다고 한다.
아침을 늦게 외식했다. 묵언이던 내자 역시 갱년기에 힘입어 더욱 애국심에 열을 올린다. 초.중.고모두 단체 입장해야 한다고-. 동원문화에 익숙했던 70년대를 실감케 한다. 막내딸은 어떻한가! 실제 일본인이 적장으로 오타니 료헤이가 출연했다고 막내딸 또한 열변을 토하면서 한 술 더 뜨며 그 심정을 맞춰보란다. 슬프겠지 했더니 아니란다. 기분 좋았다고 일본인은 말했다나-.
히트친 영화감독 김한민의 다음 명화 한산도 대첩 그리고 노량해전을 기대한다.(끝)
*글; 德田(강원수필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