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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와 협동 그리고 농민운동
○ 들어가며
1995년 농민운동에 들어서서 18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투쟁에 나서고 한다고 했는데 무엇이 남았는가. 돌아보면 회한의 마음이 든다. 수입개방의 수많은 투쟁에서 우리는 외국 농산물에 그 자리를 내 주고 계속해서 물러 서 왔다. 이제 농협마저도 수입농산물을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수입 농산물 판매를 정당화하고 있다.
면단위에서는 20년 전에 막내 활동가가 아직도 막내 활동가로 모든 잔심부름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운동이라고 했는데 후배를 만들지도 못했고 그나마 농민운동에 투신하는 후배 활동가들은 가물에 콩 나듯 귀한 처지가 되었다.
대중투쟁을 중심에 놓고 20년 수입개방 반대투쟁으로 집중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농민들이 연로해서 대중투쟁의 장으로 모시고 갈 분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그만큼 우리의 투쟁력도 약화되었다. 농민의 수가 줄고 나이도 많은 관계로 정치적인 단결력도 약하고 조직력도 약한 조건에서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밖으로는 수입개방의 광풍에 쓰러지고 안으로는 농가 고령화와 농가인구의 축소로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이중고 속에서 열심히 활동해야할 활동가들은 아이들이 자라서 한참 학비 걱정할 중년으로 경제적 고통이 크고 계속된 대중투쟁의 오랜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어 투쟁에 나섬에 소극화되어 있다.
이러한 현재의 조건에서 농민운동이 어떤 실마리를 가지고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깊은 고민으로 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들은 지난 10년간 농민운동의 정치세력화로 관심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으로 이어지는 속에서 몇몇 지역의 성과적인 모습도 있었지만 많은 곳에서는 농민들의 의식수준에 너무 앞서 간다는 평가가 많고 그 결과 10년의 활동에 비해 여전히 낮은 조직률로 나타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다시 진보정의당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농민운동의 큰 혼란을 초래했다. 또한 적은 활동가 층이 당 운동과 농민 운동으로 이원화되는 경향도 나타나서 어려운 농민운동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농민운동의 정치세력화 과제도 현재의 조건과 수준에서 새롭게 방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대중운동의 처지와 조건이 다른 데 하나의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접근과 새로운 고민을 통해 농민운동의 활로를 찾는 열정이 필요하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서 역발상의 지혜로 현재 우리가 가진 암울한 현실을 우리의 장점으로 바꾸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화위복은 어쩌다 생긴 횡재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마저도 복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농민운동의 답답한 현실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갈수 있도록 창조적인 고민을 해보자
1. 역발상의 지혜가 필요하다
처음 올림픽이 열리고 육상 경기를 했다. 모두 서서 달릴 때, 처음 쪼그려 앉아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출발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금메달을 땄다. 역사발전은 인간 창조성의 역사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통해 역사의 진보를 이룬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또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그 사람의 장점이 단점이 되고, 또한 다른 상황에서는 그 반대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살이다. 그래서 자신의 단점이 또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이 전화위복의 지혜다. 그리고 그것은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서 가능하다.
수입개방에 망가진 농업, 늙고 병든 농민, 농업이 무너지고 난 뒤의 공허한 농촌 현실에서 우리의 장점과 힘을 찾아내는 지혜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좋은 조건에서 누가 못하겠는가. 오늘날의 농업과 농민농촌의 절망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지역의 지도자가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 먹거리 위기가 국민을 식량주권의 주체로 세운다.
미국산 GMO밀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GMO콩과 GMO 옥수수는 아무 문제가 안 된 가운데 우리 식탁을 점령했다. 밀은 미국인들의 주식이니 자신들이 주로 먹는 빵에는 GMO밀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으나 가축사료나 수출용 곡물에 대해서는 GMO를 찬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반면에 우리나라는 쌀이 주식이지만 쌀 못지않게 콩도 많이 먹고 있다. 콩밥, 콩나물, 두부, 된장, 간장, 고추장 ,식용유등 등. 콩은 우리 생활과 전통식단에 주종을 이루고 있다.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콩은 GMO 미국 콩에 밀려났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가 GMO콩의 위험에 직접 노출되게 되었다.
수입개방의 물결은 값싼 농산물가격이라는 장점으로 국내 농산물가격의 폭락과 우리 농업의 몰락을 가져왔고 대신에 국민의 먹거리와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단점을 드러냈다.
수입개방과 그로인한 우리 농업의 몰락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위기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이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수입에 대해 전 국민적인 촛불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생협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지며 박근혜 정부의 불량식품을 국민이 몰아낼 4대악으로까지 규정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농업문제를 농민만의 문제로 가두어 둬서는 안 된다. 농업은 더 이상 농민의 소득문제나 생존권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국민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농민을 무시하거나 농민을 떠나서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다. 농업을 지키나갈 주체가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 자신도 농업 사수의 주체 , 건강한 먹거리의 주체라는 분명한 시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같은 농업문제도 국민의 식량문제라는 인식으로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농민의 주체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농업이 처한 현실과 본질을 주체적으로 꿰뚫어 보는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제 농업문제를 국민의 먹거리로 바라보면 농민은 생산의 주체이고 국민은 소비의 주체로서 함께 우리 농업을 지켜나갈 두 개의 기둥을 얻게 된다. 농민의 단결된 투쟁력 못지않고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운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 위기가 가중될수록 협동이 더욱 절박한 시대적 과제로 되고 있다.
규모화하면 된다며 농기계를 규모화하고 기반 시설을 규모화하면서 빚만 규모화 되었다. 이제 농가들도 농기계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5천만 원, 1억 원 가까운 농기계가 몇 달만 사용하고 창고에 서있다. 기계 값을 벌기위해서 농작물을 얼마나 팔아야 가능한가. 따져보면 답이 안 나온다.
경북 예천 지보면에서는 농가들이 소를 함께 키우고 축사를 공동이용하면서 직거래를 개척해서 농가소득을 향상하였고 농가들이 모여 농기계를 공동 이용하여 모내기를 하면서 고령의 노인들의 일손을 돕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성과가 반영되어 국가차원에서도 농기계임대 은행이 생겨났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콤바인을 구입하여 마을의 모든 논을 함께 추수하는 곳이 있다. 다른 곳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벼베기를 마칠 수 있다. 벼베기 작업으로 받은 돈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되고 그 기금에서 콤바인을 운전한 상대적으로 젊은 농민기사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협동을 발전시켜서 못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와서 공동으로 못자리 상자 쌓기 작업을 해내고 있다.
농가들이 스스로 협동을 생각하고 있다. 한창 규모화를 향해 달릴 때는 다른 농민에게 뒤처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내가 다른 농민을 이기고 더 빨리 규모화에 도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정부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생존을 위해 규모를 키우고 저마다 농기계를 종류대로 다 갖추었다. 그것이 전업농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전업농으로 살아남아야 정부 지원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전업농 육성 정책은 농촌을 극단의 경쟁으로 몰아갔다. 그것은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떨어지는 길이었다. 그것은 결국 생산과잉과 가격하락으로 모두를 공멸의 길로 이끌었다. 이제 노령화된 농촌에 협동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 소농과 노인이 더불어 잘 살아야 농촌에 미래가 있다.
이제 60은 노인정에도 못 들어가고 그야말로 청춘인 시대가 도래 했다. 도시에서는 사오정이라 해서 인생의 한창 나이에 정년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하는데 농촌은 이미 나이 들어 스스로 쓰러지기 전에는 최소한의 일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곳이다.
현재의 농촌은 노인들의 농촌이다. 연간 매출 1천만 원 이하가 대략 70%로 대다수인 농촌이다. 30년 40년 농사의 전문가인 노인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농촌에 젊은 귀농인인들이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고 한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노인들이 농사에서 떠나야 젊은 사람들이 규모화해서 잘 살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경쟁력이 없는 농가는 계속 퇴출시켰다.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버티고 젊은 농민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남아 있는 젊은이들에게 빚만 안겨주었다. 노인들은 소득이 돼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가 있기에 농사를 짓는다.
전업농이나 기업농만 살 수 있는 농촌에는 청년 귀농인들의 설 자리가 없다. 소농과 고령농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청년이나 귀농인들도 살아 갈수 잇는 터전이 된다. 노인들이 잘 살 수 없는 농촌에는 그 누구도 잘 살 수 없다. 이것이 간단한 이치이다. 농기계가 넘쳐나는 마당에 노인들이 힘이 부족해서 농사를 못 지을까? 얼마 지나면 돌아가실 노인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농촌은 노인들이 실체고 노인들이 살고 죽는 문제가 현재의 농촌이 미래의 땅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2. 농민운동의 책략이 필요하다.
농민운동이 많이 약화되었다. 농가의 고령화와 수의 감소가 농민운동 역량 감소의 큰 흐름이지만 무엇보다 우선 활동가들이 보충되지 않는 조건에서 20년 농민운동의 오랜 피로감이 쌓여 있다. 지난 20년의 농민운동 투쟁 경험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농촌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활동가들은 방법을 몰라서 투쟁하지 못하는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투쟁하면서도 허전한 부분이 있다. 조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하나의 커다란 전략을 세우고 한걸음씩 다가가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속에서 피로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수입개방 반대운동 이후에 뚜렷한 자기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 농민운동이 힘이 강한 조건이 아니기에 더욱 우리의 힘을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우리 힘에 맞게 우리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시간과 계획을 세우고 한걸음씩 전진하는 농민운동의 대전략이 필요하다.
○ 농민들이 가진 힘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농민들이 물푸레나무를 들고 서울 거리에 서면 전경들이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서울 상경시위가 유력한 무기로 될 수 있었다.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을 선도하며 수도 서울에 이슈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상경시위를 한번 하자면 버스비가 100만원이고 그나마 갈수 있는 분들도 많지 않고 연로하시다. 노인 분들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로 되고 있다.
서울 상경 시위에서는 농민들의 힘이 주요하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농민운동 하던 막내도 20년 세월에 지역의 이장이 되고 농협 이감사와 대의원을 하고 있다. 물리적인 힘은 약화되었지만 지역에서 갖는 정치적인 영향력은 성장한 것이다. 농민들의 성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지역을 변화시키고 농협을 변화시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는 없을까. 약한 힘으로도 큰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이용하는 전략을 세워보자
○ 농협을 농민운동의 지렛대로 만들 수 있다면.
최근 동부한농이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어서 농민들과 직접 경쟁에 나섰다. 대기업이 빵가게 골목상권을 침범하듯 동부한농이 생산에 직접나선 것이다. 불매운동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시위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서울에서 여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동부고속이라 황당했다. 동부고속밖에 없기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비료도 상토도 보조 사업으로 배정되면 안 쓸 수도 없다.
그런데 농협중앙회가 동부한농을 계통구매에서 제외시켜버리면 개별농민들이 동부한농 제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게 된다. 동부한농 제품 안 쓴다고 농협중앙회가 손해 볼 일도 없고 농민들이 손해 볼 일도 없다. 동부한농은 이런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농업 진출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
농협이 농민운동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사실상 농민운동이 더 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다. 면단위로 이사회와 대의원회가 조직되어 있고, 마을마다 영농회가 조직되어 있는 면단위 권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 불정농협은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 농협을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농협을 사실상 개혁하는 일은 불가능처럼 보였다. 농협은 힘껏 두드리면 그때뿐이고 원래 그 자리로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다시 원위치 이었다. 농협 개혁은 농민운동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시시때때로 나오는 구호였지만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불정농협은 달라 보인다. 농협의 최저가격보장제등 몇 가지 혁신정책뿐만 아니라 농협운영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대의원회에서 3만원까지 스스로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대의원들의 수준을 높이고 진짜 주인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다르다.
○ 불정농협은 무엇이 다른가.
불정농협은 훌륭한 조합장이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된 농협 개혁 모임의 대중적인 농협 개혁운동이 있었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끈기 있게 공부했다. 농협개혁 학습모임이 있었고 점차 발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되었다. 그들이 농협의 대의원이 되고 이감사가 되고 조합장이 되었다. 공부모임에서 나온 농협 개혁 과제가 현재의 정책이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집단적으로 공부하고 집단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현재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무론 불정농협은 미완성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농협이 농민운동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두 명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줄기차게 매달려서 변화를 이끌어 낸 현재는 다른 지역에 희망의 싹을 보여주고 있다.
○ 지역농협을 지렛대로 지역농업을 바꿔가는 불정농협
불정농협은 전국 콩 생산의 중심지로 되고 있다. 그리고 감자와 콩의 이모작 체계를 도입하여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불정에서 괴산 전체로 확산된 감자와 콩 이모작 체계는 지역 농협의 경제 사업이 모태가 되어 지역 농업의 틀을 바꾼 사례로 되고 있다. 불정농협의 콩 작목반은 이제 전국 28여개 콩 작목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국 콩 생산자 연합회 준비위를 모색하고 있다. 콩 값을 생산자 조합원 전체가 주인답게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농민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은 농협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역 군의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최근 불정농협의 콩 사업은 충북 전체의 콩 생산 클러스터 사업을 발전하여 중부지역의 콩 생산과 가격을 주도하고자 한다.
○ 지역농정의 지렛대로 전국을 움직일 수 있다.
전국의 품목별 생산자들이 경쟁하여 몰락할 것인가. 협동하여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인가. 전국 콩 생산자들은 단결과 연대로 최저가격의 보장을 위해 힘을 모을 뿐만 아니라 GMO콩의 위험성을 알리고 학교급식에서 GMO콩을 몰아내는 운동부터 전개하려 한다. 지난해 정부는 국제 콩 가격이 폭등하자 군대에 우리 콩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변경하여 수입 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한다.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 국산 콩의 자급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군대의 우리 콩 공급을 확대해야할 마당에 우리 콩의 판로를 막는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최근 충북 음성에서는 지역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조례가 채택되었다. WTO 조항 때문에 최저가격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우리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소식이다. 지역의 농정 틀을 바꾸는 일이 비록 작아도 지역 농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지역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중앙 정부농정의 큰 틀을 바꾸는 기초가 되어 진다.
농업의 근본적인 변화는 중앙정책에 달려있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지렛대로 지역 농정의 변화를 적극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수입개방과 경쟁력 강화라는 중앙 정부의 근본적인 틀의 변화가 너무도 공고하다. 그 틀을 부수는데 지난 20여 년간 매진해 왔으나 개방의 속도는 늦추었지만 근본 방향을 돌려세우기에는 우리의 힘이 미약하다. 미약한 힘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농정 틀을 바꾸고 지역으로부터 그런 힘을 축적해 나가며 중앙정부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농정을 바꾸는 일이 중앙농정을 바꾸는 일에 비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농정과 근본적으로 궤를 같이한다. 충북 음성에서처럼 그들의 공고한 개방농정의 경쟁력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 가야한다. 각 지역에서 창조적인 투쟁으로 지역농정의 벽을 허물어 나가야 한다.
예산의 수립시기가 되면 벌써 몇 년째 경기도친환경 농업인들은 경기도청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예산의 수립 과정이 친환경 농산물의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치열한 생존권 싸움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하다보면 실력이 나아진다. 처음에는 예산만 올리면 되는 줄 알다가 겪으면서 제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자각한다. 그리고 선거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 두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고
한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많은 농민운동 활동가들이 자신의 열정을 바쳐 농민운동을 해 왔다. 농민의 삶의 침해하는 수입개방과 정부의 살농정책에 맞서 싸워왔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정직하게만 싸워왔다. 옛말에도 선비를 장수로 세우면 반드시 패한다고 했다. 싸움이라는 것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곳을 공격하고 상대를 끊임없이 속이는 일인데 정직한 선비는 정정당당한 정면승부 밖에 모른다. 우리가 힘이 강할 때는 정면승부가 최선이다. 그러나 우리의 힘이 약한 조건에서는 상대를 극복하고 당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모색되어야 한다. 따라서 농민운동 20년 경험과 지혜를 모아 농민운동의 책략과 농민운동의 대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주어진 조건과 우리의 여건에 맞게 투쟁을 계획 설계하자
농사에서 종자를 심고 거두는 시기를 아는 것은 농사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일이다. 농민운동에도 시기를 잘 알고 시기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힘이 강할 때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주체의 힘으로 정세를 만들어 가며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주체의 힘이 약할 때는 주어진 시기와 계기를 활용해서 우리의 의제를 이슈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대선시기에는 격동기이니만큼 전면적으로 궐기하고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선점하는 투쟁이 효과적이다. 지난 대선시기에는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문제를 쟁점으로 만들고 식량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공약을 촉구했다. 식량 자급률 50% 공약, 식량보장법의 제정, 국가수매제의 실시 등이 있다. 그리고 2015년 농협 조합장 전국 동시 선거에 대비하여 농협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를 요구하였다.
○ 2014년 지방자치선거와 2015년 농협 조합장 전국 동시 선거를 앞둔 현재의 시점에서 과제는 무엇인가.
① 자치와 협동 아카데미를 만들자.
전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학습모임이 꾸려지고 있다. 불정농협의 힘이 결국은 활동가들의 주체적인 학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집단적으로 개혁의 과제를 공유하고 집단의 힘으로 관철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습모임은 조직의 기초 토대가 되었다.
최근 나주에서는 자치와 협동 아카데미를 시작하였다. 농민회뿐만 아니라 자치와 협동을 고민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조직적으로 또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 진행되는 아카데미를 출발로 자치와 협동운동의 주체를 세우자
② 생산자 조직에 적극 참여하고 협동조직을 많이 만들자
작목반도 협동조합이다. 공동으로 협동하는 모든 조직은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본질적으로 협동조합이다. 우리 주변에는 농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생산 조직이 많이 있다. 작목반, 마을 영농회, 영농조합, 한우협회, 한돈 협회, 친환경 농업인연합회 등 생산자 조직과 협동 조직이 많이 있다.
이러한 협동조직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맞게 조직하고 교육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적 요구로부터 출발하는 경제적인 조직이지만 협동조합의 내용을 공유하고 공부하면 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요구로 나갈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경제적인 요구와 정치적인 요구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경제적인 요구가 개인적인 바람에서 멈추지 않고 집단적인 요구로 발전되면 정치적인 요구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활동가들의 교육 조직사업이 된다.
③ 농협개혁의 대중적 주체로서 지역농협 대의원회의 역할을 높이자
2015년 전국 농협 조합장의 선거가 한 날 한시에 치러진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국이 농협 선거로 빠져들 것이며 이것은 농민들의 총선과도 같이 뜨겁게 진행될 것이다. 우리는 2015년의 사상 초유의 동시 선거를 제대로 준비하자. 선거후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본이 아니라 전국 농협의 공동의 개혁과제를 내걸고 공동공약을 추진하는 농협개혁을 위한 범 농민진영 후보군을 공동투쟁의 과정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미는 사람을 찍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농협 개혁의 공동과제가 전국적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그것은 선거의 승패를 떠나 많은 농협 대의원과 조합원을 각성 시키고 궐기 시키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2015년 농협개혁운동의 대중적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되는 농협 대의원회의 역할을 지금부터 높여 나가야 한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의원회 실천 활동이 준비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첫째, 대의원의 힘으로 동부한농의 농협 계통구매를 막는다.
최근 대기업의 농사 진출로 동부한농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각 지역 대의원들이 농협의 계통구매에서 동부한농을 제외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농협 대의원들의 요구를 중앙회가일방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우며 무시한다 하더라도 대의원들의 농협개혁 각성 도는 더욱 높아지는 계기로 될 것이다.
둘째, 대의원이 앞장서서 농협 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을 몰아낸다.
최근 전국의 농협 하나로 마트 매장에 수입농산물들이 진열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농협이 농민조합원들의 협동조합임에도 농민조합원들의 지역 농산물을 팔기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지는 못할망정 일반 유통회사와 똑같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도 전국적으로 농협 대의원회를 조직하여 결의하게 만들면서 농협 경제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해 나가고 당면에서 쟁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이후 2015년 선거에 핵심 개혁과제로 공약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대의원의 결의로 농협을 한중 FTA반대 투쟁 대열에 세운다.
한중 FTA 반대투쟁도 우리 농민들만 망하는 일이 아니고 농협이 함께 망하는 일인데 수수방관할 것인가. 농협 대의원들의 결의로 한중 FTA반대 대회에 조직적인 참여를 결의하고 농협에서 차비를 지원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④ 자기 지역의 조례를 제대로 알자.
제주도에는 농업발전기금으로 농가들의 대출이자를 낮추어 주는 조례가 있고, 음성에서는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조례가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창조적인 조례들이 있다. 다른 지역의 조례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의 조례를 잘 알고 연구하는 것이다.
나주의 신정훈 전 시장이 어느 강의에서 자랑하기를 나주에는 330개의 조례가 있고 다른 지역보다 100개는 많다고 자랑을 했다. 통상 국가의 법이 제정되면 자동적으로 제정되는 조례를 제외하고 지역주민들의 스스로 요구에 의해 주체적으로 만들어진 조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 현황이 그 지역의 주민 자치역량을 반영한다고 한다.
신정훈 전시장의 경험에 따르면 정부정책의 방향이 농민의 삶을 결정적으로 좌지우지 하지만 정부정책의 실행 과정에서는 90%이상이 지방정부를 거치도록 되어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고 한다. 지자체가 뜻이 없어 못하지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우리 지역의 조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 지역의 농민을 포함한 주민의 삶과 생활의 가장 저변에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조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이 된다.
우리가 정치투쟁을 하고 국가 권력을 바로 세우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 민중들의 삶 구석구석에서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함인데 , 권력을 잡기위한 연구도 부족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하는 권력을 잡는 이유는 더 부족하다.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기성 정치인들은 권력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달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깊은 탐구로부터 권력 의지가 출발해야한다.
⑤ 국민과 함께,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농업 공약을 많이 만들자
2010년 지자체 선거를 휩쓴 공약은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건강을 농민에게는 희망을 주는 공약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지자체 차원의 공공급식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의 공공급식에 지역 먹거리를 활용하는 지역 먹거리 지원 조례도 덧붙일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국가 차원의 기초 농산물의 국가 수매제를 하지 못하더라도 지방 정부차원의 기초농산물 지자체 수매제로 학교급식에 계약 재배하는 방법도 실행할 수 있다.
일본처럼 농촌교육 체험을 의무화하는 교육 조례도 만들 수 있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진보 개혁을 표방하는 지자체 후보라면 얼마든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 국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지방정부가 모범으로 보여주면 진보적이지 못한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승리가 모여야 국가권력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선거 때만 믿어 달라고 하고 저 당보다는 우리가 낫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⑥ 농협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를 쟁취하자
2015년 조합원 동시선거에서 1인 2표 방식으로 표 한 장만 더 넣으면 추가 경비 부담 없이 중앙회장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다. 240만 조합원을 거느린 농민들의 정치적 대표체를 만드는 일이다. 10만 명의 행정인력과 230조의 돈을 가진 정부조직 다음 가는 거대한 농민조직을 갖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가능할까. 새누리당이 다수인 조건에서 가능할까. 민주당이 의지가 없는데 가능할까. 많은 의구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앙회장 직선제에 대한 농민 조합원 전체의 뜻은 분명하다. 비록 당장 조합원 직선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농협중앙회가 얼마나 비민주적인 조직인지 농민조합원들은 한 표의 주권도 가지고 있지 못한 정치적 노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이후 농협 개혁 투쟁의 과정에서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 마치며
농협과 지방정부에 대한 조직적인 도전을 성숙시켜 나가자. 그것은 그 농협만 잘 살자 거나 그 지역만 잘 살자는 조합주의 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농업정책의 근본 변화 없이 그 지역만 잘살거나 그 농협 만 잘 사는 일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농민들의 생활적인 요구도 금방 가정 첨예한 정치적 요구의 끝으로 맞닿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에 운동의 개량화를 걱정하기에는 우리의 정치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 사실상 개량화의 여지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자치와 협동은 농민운동의 대중적 주체를 형성하는데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농민들의 밀접한 생활적 요구가 집약되는 농협개혁을 주요 과제로 부각시키고 작목반을 비롯한 각종 생산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다. 또한 지역 현장에서 농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지방정부의 농정공약을 연구하고 고쳐나가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농업정책을 개발하는 일이다.
당면해서 자치와 협동운동은 농민들이 생활 속에서 삶의 주체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일이며 비록 낮은 수준이라도 집단적으로 공부하고 집단적으로 준비되는 집단적 정치세력화 과정이 될 것이다.
자치와 협동은 농협과 지자체를 지렛대로 이용하며 대중투쟁을 벌여나가고 정부 정책을 바꿔나가는 대중투쟁 노선의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자치와 협동이 농민운동을 대체하거나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농민운동의 중요한 영역으로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농민운동의 기초체력을 향상시키는 운동이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