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박근혜 정권 때에 국민들이 토요일 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라면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제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국민은 지난날 잘못을 바로잡아주길 바라면서 새 대통령을 뽑았고 문재인 새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치 문제엔 새롭게 바꾸려고 애쓰고 있는데 잘못된 말글살이를 바로잡으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와 한글단체는 새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만든 ‘광화문1번가’에 말글 정책 의견을 냈지만 잘못된 말글살이가 바로잡힐지 모르겠기에 이 글을 쓴다. 제 나라의 말글을 바르게 쓰고 빛내는 일은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으로 뭉쳐서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자주 문화를 꽃피우고, 남북통일을 하고, 잘못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나라 말은 그 나라 정신이고, 정신이 바로서야 일이 잘 되고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와 공무원들이 그 중요함과 시급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 6.25 전쟁을 치를 때만 해도 우리 국민 80%는 글을 읽고 쓰지 못했고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들 속에 들어있었다. 그런데 반세기만에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그 바탕에서 경제와 민주주의가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했기에 일어난 당연한 결과다. 한마디로 수천년 동안 써온 중국 한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세종대왕과 한글운동가들 덕이다. 그렇게 애써서 우리 말글 세상이 되고 우리 자주문화가 꽃피는 가 했더니 미국말 섬기기에 푹 빠져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나라가 혼란스럽다. 정보통신 과학시대를 맞이해 과학 글자 한글 덕에 정보통신 선진국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우리 말글을 업신여기고 미국말을 더 받들다보니 그 말도 쑥 들어갔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더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 실상을 살펴보고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정부의 한글 홀대는 어디까지인가?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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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문고’ 알림판이다. 어떤 누리집에 가면 ‘팝업창’이라고도 하는데 누리집을 찾는 사람이 가장 먼저 잘 보이게 하는 글이다. 그런데 이 알림글이 한자와 한글과 영문이 뒤범벅이다. 우리말도 아니고, 중국어도 영어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 우리말을 맞춤법에 맞게 쓰게 된 국어기본법과 공문서 규정을 어겼다. 공문서는 교육을 많이 받지 않는 노인과 온 국민 누구나 보고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왼쪽 찍그림은 경남교육청 알림글이다. 아예 한자와 한글, 영문을 섞어서 특허까지 내고 이 글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이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위 찍그림은 경기도 부천시 부명중학교 교문에 걸린 펼침막과 경상남도 한 교육지원청 행사장에 걸린 펼침막이다. 상급기관인 청와대와 교육청이 말장난을 하니 학교와 교육지원청도 그러고 있다. “너DO 나DO, 꿈잡고(JOB-GO!)”는 우리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며 한문도 아니다. 일본이 훈독, 음독을 한다고 하는 데 우리가 그 꼴이다. 왜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가지고도 그런단 말인가! 이런 잡탕 글을 학생들이 보고 따라서 할 것이다. 이 학교에도 교장도 있고 국어 선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짓이 잘못인줄 모르고 있고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면 창작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까지 한다. 위 찍그림은 서울시가 지하철에 붙여 논 알림글들이다. “줄이GO 늘리GO”??? 박근혜 정부 초기에 국민신문고에 이런 글이 있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인가? 서울시는 이런 알림글을 지하철에 하나도 아니고 계속해서 바꿔서 붙여놓고 있다. 서울시는 새로 개발하는 마곡지구를 ‘엠-벨리’라고 영문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알리기도 한다.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짓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이제 정부가 마을 이름까지 영어로 바꾸고 있다. 아마 머지않아 ‘서울시’란 이름도 영어로바꾸겠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서울시에도 국어책임관이 있고 국어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공무원이 있다. 이 사람들도 이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 정부와 지자체까지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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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업신여기는 것은 행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위 왼쪽 찍그림은 1년 전 대한민국 20대국회 개원 때 국회 누리집 모습이다. 영문은 크게 쓰고 우리 말글은 조그맣게 썼다. 이제 우리 말글은 찬밥을 넘어 미국말 들러리요 장식품이다. 오른쪽 찍그림은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동상 뒤에 만들어 논 조형물이다. 세계화시대에 이런 구호를 만들어 알린다지만 한글을 만들어 준 세종대왕동상 옆에 이러는 것은 세종대왕과 한글을 욕 뵈는 거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꼴이니 국민 개인들 말장난은 탓할 수도 없다. 위에 보여준 기관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그런다. 그 뿐 아니다. 지난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앙부처로 승격시키면서 ‘중소벤처기업부’라고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일찍이 정부 중앙부처 이름에 영어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건의문을 보내고 그 뜻을 밝혔으나 정부는 아무반응이 없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미국말로 바꾸자고 할 판이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느냐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대로 두면 영어가 더 판쳐서 손도 못되게 될 것이다. 외국말을 더 섬기는 못된 버릇은 1300여 년 전 통일신라 때부터 뿌리 내린 언어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못된 버릇은 선진국으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자주 독립국가가 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나라 말이 바로 서야 그 나라도 국민정신도 바로 선다. 쉽고 바른 말글살이가 정부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튼튼한 나라를 만든다. 한글이 빛나면 우리겨레와 나라가 빛난다. 아래 찍그림은 광화문 한글회관에 내 걸린 펼침막이다. 새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고 나섰으니 잘 하도록 밀어주고 지켜보자고 한다. 그렇다. 우리도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으나 평화롭게 보낸 건의문을 첨부하니 새 정부는 제발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문제를 키우지 말라! 국민을 섬기는 자세와 태도가 성공한 정부, 대통령을 만들 것이다.
▲ 정부의 우리말 홀대에 항의하는 펼침막 © 리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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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찍그림은 주시경 선생 얼굴상이 있는 한글회관 정문에 걸린 한글단체 펼침막이다.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글] 대한민국 중앙정부 부처 명칭에 ‘벤처’란 외국말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새 정부 출범을 축하면서 새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가지 건의합니다. 오늘 치 신문보도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6월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을 육성시켜서 일자리를 늘리고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벤처’란 외국말을 대한민국 중앙부처 이름에 들어가는 것은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그 까닭은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도, 대한민국 중앙부처 명칭에 ‘벤처’란 외국말을 넣으면 우리 한국사람으로서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나아가 우리말이 우습게 여기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굳이 ‘벤처’란 외국말이 들어가지 않고도 그 정책 목적과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진흥부'나 ‘중소기업지원부’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상인들까지 도와주고 육성하는 것이 그 목적과 휘지를 살릴 수 있고 우리말로 짓밟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 봅니다. 만약에 우리의 간곡한 건의를 무시하고 외국말을 중앙부처 명칭에 넣는다면 올 한글날에 대통령이 “우리말 으뜸 헤살꾼”으로 뽑혀 우리말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음을 밝힙니다. 2017년 6월.1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고영회, 김경희, 노명환, 박문희, 이대로, 이정우. 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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