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을 만드세요 -오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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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국에 돌아가 몇 년 산 일이 있습니다. 풍치 좋은 강북의 P동이었는데. 그 곳에는 모 대학 출신의 한 여성과 두 남성, 모두 40대 중반의 삼인방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세 가정중, 첫 번째 가정의 한 여성, 나머지 두 가정의 남성들은 동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사회적으로는 알려진 인물들이었으며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인연으로 서로 어느 정도 속내를 터놓고 살던 가족들이었습니다.
삼인방 중 한 명인 그녀가 40대 중반에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명문가의 딸로 장차 모 대학 수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그녀는 총명하고 지혜롭고 마음이 남자보다 넓었던 귀족적인 모습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결혼생활은 불행했습니다. 그녀는 별거를 시작하여 할머니가 물려주신 땅에 지은 그녀의 집을 남편에게 양도하고 다시 우리 동네에 새 집을 사서 아이들과 이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원했던 합의이혼을 남편이 수락하지 않아 몇 년을 끌고 있던 상황에서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추락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법정 싸움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사회적 체면을 고려한 때문입니다. 특히 별거 중이었던 남편은 그 때 이미 다른 여성과 동거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간통죄에 해당하는 일이었으나 그녀는 그가 자녀들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런 남편은 그녀가 숨진 뒤 별거할 때 주고 간 집, 또 그녀가 새로 이사해 살던 집, 그녀의 퇴직금까지 모두 챙겨 가져갔습니다. 법적으로 그녀와 이혼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남편은 아들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지만, 미성년자였던 여고생 딸에게는 엄마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교육비 생활비를 주지 않아, 이 딸은 조부모 댁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그곳을 떠나 홀로 독서실에서 기거해야 하는 무일푼의 신세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10월 초 탤런트 최진실 씨가 갑작스럽게 자살한 이후, 자녀의 친권과 재산권에 관하여 이미 재혼한 최씨의 전 남편과 최씨 친정 가족들의 친권 및 재산 관리 주장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곳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부부가 별거 후 1년이 지나면 양자 중 한 명이 합의해 주지 않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이혼이 될 수 있도록 이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별거 후 1년이 지나면 이혼 신청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혼으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배우자의 사망 후 그 배우자의 재산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일차적으로 망자의 유언장에 따라 법을 집행하게 되며, 그 다음 자녀의 법적인 유산 상속 자격을 심리하게 됩니다. 법적 구속력은 먼저 인권 주의, 사실성에 근거를 둡니다. 즉 예를 들면 혼인을 안했다 하여도 실제 동거해왔다면 사실혼으로 간주하여, 동거 기간에 따라 여성은 혼인 신고를 하고 사는 부인과 동등한 유산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최씨의 경우에는 여기 식으로 해석하자면 일단 법정에서 친권을 주장하는 아버지가 몇 번이나 이혼 이후 자녀들을 방문하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결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자녀를 찾아보지 않았거나 생활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면 재판을 신청할 근거조차 없습니다.
만약 자녀들을 보호해 줄 친척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은 자녀를 유기한 아버지보다도 보호양부모를 선택하여 그곳에 맡길 것이며 이혼 이후 자식을 만나지 않은 무책임한 친부에게 보내지 않습니다. 또한 자녀들의 친부라 하더라도 자녀들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어 버린 상황이라면 그 또한 친부는 친권 자격 상실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책임하거나 자녀를 유기한 아버지는 절대적으로 친권을 가질 수 없으며 오히려 망자의 자녀들과 함께 살아왔던 친정어머니(외할머니), 외삼촌 쪽으로 재판관이 손을 들어 줄 확률이 높은 것이 여기 미국과 캐나다 친권소송의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여기서 제가 안타까운 것은 저의 지인의 죽음 이후, 미성년자인 여고생 딸을 버렸으며 별거기간에 다른 여인과 동거하던 아버지가 그녀의 퇴직금을 포함한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된 부당한 한국의 법과 현실입니다. 왜 나의 지인 그녀는 유언장 하나 없었으며, 또 세상 떠난 최진실씨 역시 그 동안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언장 작성도 하지 않은 채 충동적인 자살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나이의 연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유언장을 작성해 놓습니다. 하다못해 반지 한 개라도 누구에게 주겠다는 리스트를 만듭니다. 특히 내가 사는 이곳 온태리오 주는 변호사를 사지 않아도 개인이 자필로 작성하여 서명하면 그날로부터 유언장의 효력이 발생됩니다. 변호사를 고용하여 유언장 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만 원 정도이니 부담도 없습니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먼저 유언장대로 법을 집행합니다. 유언장이 없을 때는 사후 상황 등을 모두 참작하여 판결을 내리는 걸로 압니다. 아버지의 의무를 하지 않은 친부에게 친부라는 혈통과 유전인자만을 따져서 절대 친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국적 인습과 풍습으로 천륜을 강조하여 자녀에 대한 친권을 부당하게 소유하거나, 혹은 자녀의 친권을 이용하여 재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직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후진적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천륜이란 의미도 부모가 부모의 의무를 이행한 후에 천륜의 도를 따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경제적인 것이 문제가 된다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는 제외될 것입니다.
아직도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한국 사회에 잔존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후진적인 가족관계의 법부터 빨리 개선되어야 밝은 사회, 공평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기분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후에 일어나는 분쟁이나 자녀의 미래에 장애가 될지 모르는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밤새 안녕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 |
첫댓글 교장 선생님 이 글도 가져갑니다. 우리 도서관 친구들 방에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