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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이앙법
【직설】 모내기[苗種]의 방법은 가뭄을 만나도 말라붙지 않은 논을 택해서 한다.
2월 하순부터 3월 상순까지는 논갈이를 할 수 있다.
논마다 10분의 1은 모를 기르고 나머지 10분의 9와 모를 길렀던
10분의 1에다헤아려가며 모를 심는다.
【모를 뽑고 난 뒤에 모를 키운 곳에도 아울러 모를 심는다.】
우선 모를 기를 곳을 갈고, 다른 방법과 마찬가지로 논을삶고 물을 뺀다.
버들가지와 부드러운 순을 꺾어다가 논에 두텁게 깔고 나서 발로 밟으며,
이를 햇볕에 쬐여 건조시킨 뒤에 물을 댄다.
그 다음 먼저 볍씨를 담갔다가 3일이 지나면 건져내고,
짚이나 대로 엮은 용기에 집어넣어 하루를 지낸다.
이를 파종한 뒤에 번지[板橯]로 볍씨를 덮는다.
모가 한 줌 이상 자라면 먼저 갈아둔 모내기할 곳에 옮겨 심을 수 있다.
참나무 잎이나 마소의 똥을 펴놓고, 심을 때에도 논을 다시 갈며,
앞서의 방법대로 논을 삶아 흙을 극히 부드럽게 만든다.
한 포기 당 모 서너 침을 넘지 않게 하며,
뿌리가 아직 흙에 착근되기 전이므로 논에 물을 댈 때는 너무 깊지 않도록 한다.
【흙을 볕에 쪼일[曝土] 때 임의로 찍힌사람의 발자국 깊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방법은 제초하기에 편리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가뭄이 들면 농가의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모내기[下秧]의 길일【모를 심는 것[種秧]이나 꽂는 것[揷秧]이나 모두 같은 말이다.
신미일辛未日, 계유일癸酉日, 임오일壬午日, 경인일庚寅日, 계미일癸未日, 갑오일甲午日,
갑진일甲辰日, 을사일乙巳日, 병오일丙午日, 정미일丁未日, 무신일戊申日, 기유일己酉日,
을묘일乙卯日, 신유일辛酉日이다.】은 총론總論에 있다.
【기해일己亥日과 기미일己未日은이루는 달의 거두는 날이다】
【직설】 올벼못자리[早稻秧基]는 재를 인분人糞과 섞어 못자리에 편다.
가령 다섯 마지기라면 여러 해 못자리로 이용해오던 곳에는 똥재거름[糞灰] 세 섬을 섞고,
처음 못자리를만드는 곳에서는 똥재거름 네 섬을 적절히 맞춰서 섞는다.
인분을 섞을 때에는 극히 잘게해서 고르게 조절한다.
만일 인분덩이가 깨뜨려지지 않고 곡식이 그 위에 떨어지면 도리어 들떠서 썩게 된다.
【경상좌도慶尙左道에서 이렇게 한다.】
참깨 깍지를 썰어서 외양간의 마소가 밟게 하고, 겨우내 쌓아두었던 것이나,
목화씨를 외양간 오줌과 섞은 것도좋다.
【경상우도에서 이렇게 한다. 철이 일러 풀이 없을 때 이렇게 하면 좋은데,
늦벼에 해도 좋다.】
모래논[沙畓]에 만드는 못자리는 물이 있어야 파종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말라붙어 모가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다.
【흙이 볕을 쬐도록 기다릴 것도 없이 파종한다.】
대개토질이 굳건하지 않은 곳이나 혹은 비가 내려 고인 물 때문에 위의 방법대로
흙을 볕에 쬐이지 못한 곳에서는 모종[秧種]이 들떠서 썩어가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선물을 빼고, 만일 뿌리가 흙에 붙지 않았거든 모래로 적절히 뿌리를 눌러주고,
땅에 뿌리가내린 후 물을 대서 잠기게 한다.
모내기할 곳에 물이 말라가면 옮겨심기를 서둘러야 한다.
이때 모가 여린 것은 못자리에물을 채워주면 모의 싹이 자연히 수면 위로 자라면서 키가 큰다.
그러나 여린 채로 키만껑충 웃자란 것이므로, 옮겨 심으면 꺾이고 다칠 우려가 없지 않다.
모종을 즉시 이앙하지 않아 때를 놓치고 파리 같은 점
【요즘 속간[時俗]에서는 파리오줌이라고 한다.】
이 생겼으면, 모 위에 마른풀을 두텁게 덮고 불태운 뒤에 즉시 물을 댄다.
그잎 사이에서 새싹이 한 치쯤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아니면 새싹의 길고 짧음을 적절히 헤아려서 모를 이앙하면 때에 맞추어
이앙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약간 물을 대고 불태우면 뿌리를 상하게 하는 일이 없으니 사흘 뒤에 모내기한다】.
번종법反種法은 논에 물이 없어서 잡초가 우거져도 제초하기가 쉽지 않은 곳에서 쓴다.
물을 얻을 수 있기를 기다려서 모내기 후 이미 자라난 볏모[禾苗]를 상하지 않도록 뽑아
모내기를 할 때처럼 묶어둔다. 논을 다시 뒤집어 갈고[反耕],
고쳐 심기를 모내기하는 방법대로 하면 호미질로 김매는 노력을 크게 덜 수 있다.
물이 있는 곳이라도 인력이 부족해서 제초하기가 어렵다면 역시 이 방법으로 한다.
【벼가 대단히 무성해져서 모내기하는 것보다 낫다.
어떤 사람들은 이 방법이 벼가 덜 난다고 하지만,
경험이 많은 노련한 농사꾼들은 모두 충분히 심을 만하다고들 하였다】.
【나의 견해】 번종反種은 농가의 아주 긴요한 일이다.
곡식은 모두 옮겨 심어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대개 뿌리가 새로운 땅에 붙어 새 흙의 힘을 얻으면 싹이 더욱 잘 나기 때문이다.
【나의 견해】 못자리에 쓸 거름을 만드는 방법은,
만일 들판[野地]이라면 섶[柴]이나 풀과같은 땔감이 매우 귀하니 재도 많이 모으기가 어렵고,
참깨 깍지와 목화씨도 구하기 어렵다.
진실로 해마다 못자리[秧基]를 만들어서 토성이 무르고 힘이 없다면,
반드시 황토를세세히 펴서 잘 삶은 뒤에 물을 대고 모를 붓는다.
모가 한 치 남짓으로 자라나면 다시 구들흙[久突土]을 횟가루처럼 매우 잘게 찧어서 부수고
이를 모 위에 고루 뿌린 뒤에 물을댄다.
【즉시 물을 대지 않으면 못자리가 말라붙으니 구들 흙이 열을 뿜어서 모가 도리어병에 걸린다.】
그리고 혹시 재를 오줌과 섞어서 무수히 뒤집어가며 햇볕에 쬐였다면,
이를모 위에 흩뿌려 떨구는 것도 좋다.
【구들 흙이든 오줌재든 웃거름을 줄 때에는
모두 논의물을 터버리고 잠시 햇볕을 쬐었다가 다시 즉시 물을 대는 것이 좋다】 .
낭만 여행
3.3. 거름 넣는 법
【직설】 모내기 때 풋거름은 버드나무의 연한 가지와 참갈[眞櫟]을 작두로 썰어
외양간바닥의 물이나 인뇨人尿에 적시거나,
혹은 외양간에서 마소가 밟도록 한 다음 따뜻한 재및 인뇨와 섞어서 쌓아두고
거적으로 덮어서 잘 띄운다.
할미꽃줄기[白頭翁草]도 좋지만이것은 대단히 독해서 많은 양을 펴면 모가 상한다.
반드시 방초芳草【어린아이들이 머리를 땋을 때 쓰는 가는 풀 종류이다.】
와 섞어서 위에 있는 방법대로 띄워서 사용한다.
【경상좌도에서 이렇게 한다.】
【직설】 다른 방법으로는 말똥을 태운 재에 화기가 남았을 때,
모에 거름으로 쓸 풀과 인뇨를 교대로 혼합하고 더운 재와 뒤섞어서 재터[灰基]에 쌓은 다음,
거적으로 이를 덮어두면 더운 기운이 가두어져서 빨리 뜬다.【 위와 같다.】
【직설】 갈대풀은 대단히 좋지만 이때는 없을 수 있고, 기다리자면 절기가 늦어진다.
그러나 나날이 싹이 나서 키가 자라므로, 날을 잘 꾀하면 이앙에 쓸 수 있다.
【나의 견해】 농법의 가장 커다란 핵심은 오로지 논밭에 거름 주는 데에 있으니,
언제든 곡식 한 말보다도 재 한 삼태기가 아쉬운 법이다.
비록 어린아이의 오줌이라도 모두 정해진곳에 누게 하여 모두 가져다가 재와 섞는다.
【나의 견해】 아침저녁마다 반드시 먼저 부엌 안의 재를 전부 긁어모아서 불을 땐다.
재 위에서 불을 때면 본래의 재는 사라진다.
【나의 견해】 시골집의 온갖 물건들은 거름 밑천이 아닌 것이 없다.
매일 안팎의 뜰을 쓸어담아 제거해두고, 흙먼지와 섶, 곡식, 풀 등의 부서진 것들을
3, 4일에 한 번씩 모두 모아놓고 불을 놓아 재를 만든다.
옛날에 한 과부가 있었는데, 불을 땔 때마다 생흙을 파서 부뚜막 안에 넣어 때었다.
아침저녁으로 번번이 이와 같이 하고, 불 땐 뒤에 재를 긁어모아 밭에 거름으로 주니
수확량이 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 방법은 논과 토성이 습한 곳에서는두루 좋다.
만일 밭이 지대가 높고 건조한 곳이라면 해서는 안 된다】 .
【나의 견해】 재의 성질은 뒤척일수록 비옥해진다.
만일 오줌과 섞어서 뒤척이면 참으로좋다.
번번이 오줌과 섞지 못하더라도 날마다 나는 쌀뜨물이나
부엌의 허드렛물과 섞어서 뒤척이고 햇볕에 쬐어 말리도록 한다.
햇볕에 쬐인 뒤에 또 섞고 뒤척여 이와 같이 하기를 수도 없이 하는 것이 두루 좋다.
【나의 견해】 사람의 소변은 반드시 옹기에 넣어 오랫동안 썩힌 뒤에야
바야흐로 비옥해진다. 큰 독 두세 개를 땅속에 묻고,
또 질그릇[瓦盆] 너덧 개를 집 뜰 구석진 곳에 늘어놓고 소변을 거두어들여 독에 붓는다.
이를 초겨울부터 정월 보름 전까지는 가을보리 심은밭에 붓고,
정월 보름 후로는 모두 재와 섞어 뒤척여서 햇볕을 쬔 다음,
논과 밭 웃거름의밑천으로 삼는다.
【만일 1년 동안 집안사람들의 소변을 다 모으면 100묘의 밭에 거름으로쓸 수 있다.】
【나의 견해】 닭똥은 모판[秧坂] 웃거름으로 가장 알맞다.
닭둥우리에서 자주 거두어들여야 마땅하니,
닭똥이 둥우리 안에 쌓이면 닭이 병들기 쉽다.
반드시 닭둥우리 안의 똥을모아들여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며,
또한 비나 눈을 맞혀 씻겨 내려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것이 좋다.
【나의 견해】 어떤 것이 삭지 않으면 거름이 될 수 없으며,
만일 푹 삭으면 거름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짚이나 섶, 잡초雜草를 막론하고 모두 아울러 외양간에 집어넣고,
마소로 하여금 너댓새 지나도록 밟게 한 다음, 외양간 바닥은 다른 풀로 바꾸어 주고,
밟힌 풀은 따로 구덩이를 파서 쌓아두며,
외양간 오줌과 허드렛물을 끼얹어 오래도록 띄워가며 숙성시키면 저절로 거름이 된다.
【구덩이는 마땅히 외양간 밖에 만들어서 외양간 오줌을 담는다.
이는 농가에서 으레 행해오던 방법으로 단지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차이가있을 뿐이니,
부지런하면 많이 모으고 많이 모으면 필시 곡식 수확이 많을 것이다.】
【나의 견해】 산 옆의 풀이 많은 곳에 모두 인가人家가 는 것이 아니니,
만일 인가가 들판에있다면 풀을 베어 외양간에 넣고 밟게 할 수 없으니,
마땅히 짚과 각종 곡식의 대와 껍질을 취해서 외양간에 넣어야 한다.
또 황토黃土와 뗏장[莎土], 구벽토舊璧土를 가져다가 논에 펴는 것도 모두 좋다.
【외양간에서 거름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은 말 두 마리가 암소 한 마리를 당해낼 수 없고,
암소 두 마리가 수소 한 마리를 당해낼 수 없다.
이것이 농가에서 수소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나의 견해】 거름을 만드는 방법으로, 가을부터 2월 또는 3월까지는
곡식의 풀, 대, 껍질모두를 외양간에 넣어 밟도록 해야 한다.
봄부터는 그 철에 따라 풀을 베거나 참나무 갈[杼]을 꺾거나 버들가지를 베어,
그 잎을 취하거나 해서 외양간에서 밟게 하여 구덩이에쌓아두면 모두 밭에 거름으로 줄 수 있다.
【 상수리나무[櫟]의 가지와 잎도 좋다】.
3.4. 화누법
또 하나의 방법으로 화누법火耨法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볏모가 두세 잎쯤 나오면 우선물을 빼고, 마른풀을 적절히 두루 펴서 불을 놓아 태우며,
이어서 즉시 물을 대면 잡초가다 죽고 모가 자라 날마다 싹이 오른다.
호미로 김을 매지 않더라도 수확이 평소의 배나많아진다.
중국 남경에서 한 사람이 대엿 섬이나 심는 것은 이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을 말리고 다시 물대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이를 행하기가매우 어렵다.
농가에서 심은 것이 혹시 많으면 호미질하는 일에 때를 놓칠세라 매번 근심거리이고,
거름을 주는 일 역시 빠짐없이 두루 미치기가 어렵다.
농가가 넓은 땅을 경영할수 없는 것이 실로 이 때문인데,
이러한 화누법의 뜻은 참으로 절묘하다.
【일설에는 약간의물을 남긴 상태에서 불을 놓는 것이 뿌리를 상하게 할 염려가 없다고 한다.】
【나의 견해】 화누법이 이전 사람들이 이미 경험으로 입증한 방법임은 분명하다.
게다가중국 남경 사람까지 인용하여 증거를 댔으니 그 방법은 의심의 여지없이 믿을 만하다.
다만, 억측으로 헤아려본다면, 혹시 만전의 방법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불을 놓아 태워서 잡초가 다 죽는다면 볏모가 죽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진실로 논을 말리고 물대기를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뒤집어 간[反耕] 후 물을 빼고 볕을 쬐이며, 마른풀을 두텁게 펴서 즉각 불을 놓고,
이어서 물을 대고 논을 삶아서 씨를 붙이는 것이 옳다.
그리하면 흙에 있는 잡초의 뿌리가 모두 타버릴 것이다.
또한 볍씨를 체로 쳐서 돌피 종자를제거하면,
반드시 벼를 해치는 가라지들이 사라지고 땅은 기름져서 곡식이 무성할 것이다.
그러나 호미질로 김매기를 하지 않아도 수확이 두 배나 많아진다는 것을 나는 믿지 못하겠다.
벼의 성질이란 것은 전적으로 호미질로 공들이기에 달려 있으니,
어찌 화누법으로 그 호미질의 공력을 늦출 수 있겠는가.
실천
3.5. 밭벼 심는 법
【직설】 산도山稻 심는 법. 벼의 품종은 몹시 많지만 모두가 대체로 같다.
그런데 유달리 구별이 되는 한 가지 종자가 있으니, 한도旱稻【우리말은 산도山稻】라고 한다.
높은 지대와물이 찬 곳에서는 적당하지만, 땅이 너무 건조하면 여물지 못한다.
2월 상순에 밭을 갈아두고, 3월 상순에서 중순 사이에 다시 갈아서 두둑을 만들고,
밟아 심기[足種]로 파종을 마치면, 두둑의 마루[畝背]를 밟아 단단하게 다진다.
김맬 때에 두둑 사이를 제거하되,
그 흙으로 두둑 위를 북돋아주어서는 안 된다.
척박한 땅이라면 숙성한 거름이나 오줌재를 섞어서 심으며,
혹은 밭벼 3: 피 2: 팥 1의 비율로 섞어서 파종하기도 한다.
【여러 종자를 섞어 심는 방식을 쓰는 것은, 해에 따라 비가 많기도 하고 가물기도 하며,
아홉 가지곡식이 해마다 잘 되는 정도가 다르고,
따라서 작물을 혼합하면 농사 전부를 망치는 일은없기 때문이다.】
【나의 견해】 산도란 곧 밭벼[田稻]다.
밭벼 역시 그 종자가 다양한데, 쌀의 성질이 단단하고 거칠어서
밥을 지으면 조밥처럼 따로 놀며 흩어지는 것도 있다.
이것은 마땅히 넓은 두둑을 만들어 흩뿌려 심고[撒種],
피와 콩을 함께 넣어 서로 섞어서 파종해야 한다.
또한 쌀의 생김새가 오이씨처럼 허리가 길고, 그 성질은 부드러워 찰벼와도 같은 메벼가 있다.
이는 우선 그 밭을 잘 삶아서 흙에 덩이진 것이 없이 극히 부드럽고 물러지게 해야 한다.
이어서 넓은 두둑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가로로 좁은 두둑을 만들어서,
오줌재와 섞은 종자를좁은 두둑 사이에 흩뿌려 떨구고 흙으로 덮는다.
모가 일어서기를 기다려서 호미로 잡초를제거하고,
비올 때를 맞아서 담가둔 오줌[漬溲]이나 오줌재를 웃거름으로 준다.
4. 땅갈이 [耕地]
【직설】 땅을 가는 방법. 갈이는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흙이 부드러워지고 소도 피곤하지 않다.
봄갈이와 여름갈이는 모두 얕게 가는 것이 마땅하고,가을갈이는 깊게 갈아야 한다.
봄갈이는 갈자마자 바로 다스리고,
가을갈이는 흙색이 말라서 하얗게 될 때까지기다렸다가 다스린다.
밭은 애벌갈이를 한 뒤에 풀을 펴서 불을 놓고 다시 갈면 그 밭이절로 훌륭해진다.
척박한 밭은 녹두를 농사져서 무성하기를 기다렸다가 덮어갈면[掩耕],
가라지도 없고 벌레도 생기지 않으며, 메말랐던 곳이 변해 좋은 땅이 된다.
【훌륭한 밭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녹두가 윗길이고 팥과 참깨가 그 다음이다.
오뉴월 중에 파종하고 칠팔월 중에 뒤엎어묻어서 죽이고
춘곡春穀의 밭으로 삼으면 1묘당 열 섬을 수확한다.】
황무지 변별법. 한자 깊이의 흙을 파서 그 맛을 보아, 그 맛이 단 것이 윗길이고,
달지도 짜지도 않은 것은 그 다음이며, 짠 것이 아랫길이다.
습한 밭으로, 곡식을 심기에 마땅치 않은 곳에서는 서리가 내린 뒤 풀을 베어 저미고,
이를 밭에 두텁게 깔고서 밀을 심는다.
이렇게 하면 우선 밀이 대단히 좋고, 또 땅도 변해서 이듬해 마른 밭[乾田]이 되니,
심지어목화를 심어도 좋다. 【경상좌도에서 이렇게 한다.】
초목이 빽빽하게 무성한 곳을 새로 개간하여 논을 만든 것이라면,
불을 놓아 경작한지 3,4년 뒤에 그 토성을 살펴서 거름을 쓴다.
만일 지대가 낮고 물이 고여 습하고 질척한 황무지라면,
3, 4월 물풀이 자랄 때에 윤목輪木을 써서 풀을 죽인다.
흙 표면이 풀려서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려 늦벼 종자를 뿌리고,
땔나무 두세 개를 소로 끌어서 씨앗을 덮는다.
이듬해가 되면 따비를 쓸 수 있고, 3년째부터는 소로 쟁기질할 수 있다.
【가라지가 생기지 않아 호미질 하는 품을 크게 던다】 .
윤목輪木의 만듦새는 단단하고 강한 나무를 사용하는데,
길이가 네 자나 되며, 모서리가날카로운 오각기둥을 만들어 양쪽 머리를 나무로 만든 고리로 꿰고, 그 고리에 밧줄을 매고 아이를 태운다. 소나 말에 안장을 메우고,
고리에 맨 밧줄로 안장과 뒤의 가로대[後橋]【우리말은 북지北枝】 양쪽을 연결한다.
소나 말이 움직이면 그 윤목의 다섯 개의 예리한 모서리가 절로 구르면서
풀을 죽이고 덩어리를 깨뜨린다.
만일 물이 차올라 소와 사람이 함께 빠져서 들어가 밟을 수 없는 땅이라면,
고로拷㧯【우리말은 도리채[都里鞭]】를쓴다. 풀을 잡고 파종하는 방법은 앞의 방식과 같다.
【나의 견해】 봄갈이를 얕게 하려는 것은,
그것을 얕게 하지 않으면 때에 맞춰 모내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을갈이를 깊이 하려는 것은 그것을 깊게 하지 않으면
겨울을 나다가 얼어 죽기가 쉽기 때문이다.
봄갈이에서 갈자마자 바로 다스리라는 것은 봄볕이 내려쪼여 토성이 마르기 쉽기 때문이다.
가을갈이에서 흙색이 말라서 하얗게 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스리라는 것은,
미처 흙이 마르도록 볕을 쪼이기 전에 파종하면 얼거나 습해지기쉽기 때문이다.
【나의 견해】 밭 갈고 씨 뿌리는 일이란 자연히 때에 따라 얕고 깊고 넓고 좁음의
적절한정도가 있다. 비단 봄갈이와 가을갈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을보리를 심을 때에는
깊게해야 하고 봄보리를 심을 때는 얕게 해야 한다.
논벼를 심을 때는 얕게 해야 하고 이에 호미질할 때는 깊게 해야 한다.
콩과 팥은 깊어야 하고 기장과 조는 얕아야 마땅하다.
논에이앙移秧할 때에 흙이 기름지면 조금씩 쥐어서 드물게 꽂고,
흙이 메마르면 많이씩 쥐어서 배게 꽂는다. 밭에 두둑을 만들 때,
좋은 밭은 발걸음을 크게 떼어 드물게 하고, 메마른 밭은 발을 좁게 떼어 배게 한다.
【씨 뿌리는 일 또한 마땅히 그 좋음과 메마름에 따라혹은 드물게 심고
혹은 촘촘히 심는 방식이 옳다】.
【나의 견해】 씻어낸 듯 희고 깨끗한 명사明沙 모래땅을 새로 논으로 개간한 곳은
속명俗名 할미대풀[寒微大草]【일명 노구초老嫗草】를 많이 캐서 편 다음 뒤덮어갈고[覆耕],
사철 내 저수貯水해두면 명사明沙가 삭아서 기름지게 된다.
비가 온 뒤 물이 불어 탁류가 넘실댈 때 물꼬를 열어 흙탕물을 가둬두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비옥한 흙으로 만들 수 있다.
또 황토를 고루 펴서 갈아엎고, 풋거름과 함께 썩히면 모래와 흙이 섞이며 삭아서 기름지게 된다.
5. 기장과 조 농사 [種黍粟]
【직설】 기장과 조를 심는 법.
【기장은 호랑이날[寅日]·토끼날[卯日·병일丙日·말날[午日]을 꺼리고,
기일己日·닭날[酉日]·개날[戌日]이 좋다.
조를 심는 길일吉日은 정사일丁巳日·을묘일乙卯日·신묘일辛卯日·기묘일己卯日·기미일己未日이고
3월에 든 세번의 토끼날이 윗길이다.】 3월에 서리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은 밭을 택해서
【가는모래와 검은 흙이 절반씩 섞인 것이 좋다. 기장과 조는 성질이 높고 파삭해서,
낮고 습한땅은 맞지 않다.】 씨를 붙인다.
【올기장과 올조는 3월 상순에, 늦기장과 늦조는 3월 중순부터 4월 상순 사이에 심는 것이 좋다】.
먼저 팥을 써서 드물게 흩어서 뿌린 뒤 갈고, 두둑을 따라서 좌우의 발로 심고 번갈아
밟아가며 들깨와 기장 또는 들깨와 조를 섞어서【들깨가 1이면 기장이나 조를 3으로 한다.】
파종한다. 【좌우의 발을 번갈아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흙이 덮혀 있게 된다】 .
싹이 자라면 그 사이에 난 잡초와 포기가 촘촘한 곳은 호미질로 제거하면서,
흙으로 뿌리를 북돋워주기를 세 차례 반복한다. 풀이 없다고 호미질을 멈춰서는 안 된다.
싹이 자라기를 기다려서 양편 두둑 사이에 잡초가 무성하면,
소 한 마리를 써서 그 입에 부리망을 씌우고 두둑 사이로 서서히 몰아서 갈되,
싹이 상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 【두둑 사이에 잡초가 없어지고 흙이 싹의 뿌리를 북돋는다】.
기장은 반쯤 익으면 즉각 베어 거두고【기장은 알곡이 여물면 떨어지기 쉽고,
바람을 만나면 수확을 잃는다.】 조는 충분히 누렇게 익기를 기다려서 수확하면 좋다.
만일 밭이 척박하다면 숙성한 똥거름이나 오줌재를 써서 심는다.
【기장이나 조 두세 되에 숙성한 똥거름이나 오줌재 한 섬이 표준이다.】
기장의 싹이 어릴 때에 호미질을 하면 흙이 싹의 사이에 들어가 익지 않는다.
【기장을 심는 길일은 무술일戊戌日·기해일己亥日·경자일庚子日·
경신일庚申日·임신일壬申日이다.】
조에는 또 늦심어 올되는 청량靑梁【우리말로 생동차조[生動粘] 및
저무일리차조[占勿穀])】과 같은 종류가 있다. 흙이 두텁고 오래 묵은 땅을 택해서 심는다.
【숲의 나무를베어 낸 곳이 윗길이고, 오래 묵은 밭이 그 다음이며, 보리 그루갈이가 아랫길이다.】
5월에 풀을 베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태우고, 재가 미처 식기 전에
【재가 식으면 바닥에 거미가 집을 지어서 씨 뿌린 것이 땅에 닿지 못한다.】
조의 종자를 흩뿌려 던지고 나서, 쇠스랑으로 흙을 일으켜 씨앗을 덮으면,
풀에 호미질하는 힘을 아끼고, 소출은 평소의 배가 된다.
【밭을 다스리는 방법은 가을갈이를 해서 겨울을 나는 것이 윗길인데, 조밭은 더욱 더그러하다.】
사이심기[間種]를 한 조가 혹시 비로 인해 줄기와 마디가 지나치게 무성해지면
이삭이여물지 않는다. 소의 입에 부리망을 씌워,
두 두둑 사이를 갈아서 줄기와 마디에 흙을 덮어버리면,
다시 새 뿌리가 나고 자라기 시작해서 실하게 여문다.
수수[薥黍]【우리말은 당기장[唐黍]】는 낮고 습한 곳이 적당하고,
높고 건조한 데는 적당하지 않다. 2월에 올심으면 호미질을 두 번까지 하지 않아도 수확이 많다.
【나의 견해】 먼저 팥을 써서 드물게 흩어서 뿌린 뒤 땅을 갈아서
들깨를 기장이나 조와 섞어서 심으라는 것은 평지의 좋은 밭에서 갈고 심을 경우의 관례 규범이다. 그러나 밭농사란 항상 좋은 이치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만일 외딴 곳의 척박한 밭일 경우, 이런 관례를 그대로 따를 수 없으므로 숙성한 똥거름이나 오줌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농사직설』 중에서 기장이나 조 두세 되에 대해 숙성한 똥거름이나 오줌 재 한 섬씩
을 표준으로 삼으라고 한 것은, 곡식을 여물게 하는 길이 아닌 것 같다.
마땅히 거름과 재가얼마나 되는지 살펴서,
어떤 때는 되 당 한 섬을, 어떤 때는 되 당 두 섬을 쓰는 것이 좋다.
거름재가 없으면 풀을 베어서 펴고, 말린 다음 불을 놓는다.
그리고 오줌재를 조와 버무린 뒤다른 작물을 섞지 않고 조만으로 심으며,
두둑의 좌우 양옆에만 콩과 팥을 심는다.
【나의 견해】 한 마리 소를 써서 입에 부리망을 씌우고 두둑 사이를 천천히 가는 것을
속명俗名에 후치질이라고 한다. 시경의 주석에 “빈豳 나라 풍속의 고랑밭[畎田]은
두 개의 보습으로 짝을 지어 갈아서 고랑 안에 씨를 뿌린다.
모가 나고 잎이 약간 달리면, 밭두둑의 풀을 매면서
두둑 위의 흙을 무너뜨려 고랑에서 자라는 모의 뿌리에 보탠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혹 김매고 혹 북돋우니 기장과 조가 우뚝우뚝하구나’라고 한 것이다.
김맨다는 것은 풀을 없앤다는 뜻이고, 북돋는다는 것은 뿌리에 보탠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말하기를“모가 크면서 김을 맬 때마다 뿌리에 보태면,
한여름에 이르러 밭두둑은 없어졌으나 뿌리가깊어 바람과 가뭄을 이겨낼 수 있으므로
우뚝우뚝 무성하다.”고 하였다.
이로써 생각건대 서주西周에서 흙을 무너뜨려 뿌리에 보탠다는 것 역시 오늘날의 후치질이다.지금 각지의 상황을 보면 모두가 이 방식을 시행하고 있어서,
경기우도京畿右道에서도이를 많이 행하는데,
오직 경기좌도京畿左道만은 결코 따라하지 않고 있다.
대개 농사일에 게으르기가 기좌畿左만한 곳이 없고, 또 습속이란 것이 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후치법은 밭농사의 가장 긴요한 작업이다.
두둑의 흙으로 곡식의 뿌리에 두텁게 보태니,
바람과 가뭄을 만나도 쓰러지는 일이 적고, 말라죽는 일이 드물며, 장마를 만나면
이랑[畝]이 깊어 물이 잘 빠지므로 휩쓸려 없어질 걱정 역시 거의 없다.
【나의 견해】 『농사직설』 중에 5월에 풀을 베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태우고 흩뿌려 심은뒤 흙을 덮는다고 한 것은,
비록 그 당시 이미 실험을 거쳐 실행하던 것이라 하더라도 기후가 지금과 판이하게 다르니,
결코 이 예를 끌어다 쓸 수 없다. 마땅히 4월 안으로 풀을베어 묵정밭을 불태우고 갈아서
심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골[峽中]에서 화전火田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유
6. 피 농사 [種稷]
【직설】 피[稷] 심는 법.
【강피[羌稷] 심는 법을 붙임】 일명 검은 기장[穄]이라고도 한다.
【양날[未日]과 호랑이날[寅日]을 꺼린다.】 피의 성질은 낮고 습기 있는 곳에 알맞다.
2월 중순에 땅을 갈아서 써레로 삶으며,
3월 상순부터 4월 상순 사이에 언제든지 파종할 수있다.
심는 법은 기장과 조를 심는 법과 같은데, 간혹 흩어서 뿌리기도 한다.
또한 밭을 얻었는데, 만일 척박하다면 거름재
【숙성한 똥거름과 오줌재를 말하며 이하에서도 마찬가지이다.】와 함께,
혹은 먼저 잡초를 두둑 사이에 편 후 갈아서 심는다. 호미질은 두 번 한다.
피에도 늦심어 올되는 것이 있다. 【우리말은 강피】 보리와 밀의 뒷그루[底]로
6월 상순에심어야 좋다.
〖찬요〗 청명일에는 묵은 땅을 갈도록 권한다.
무릇 백성이 밭을 경영하려면 반드시 자기힘을 헤아려야 한다.
차라리 경지가 작아서 좋을 수는 있지만, 커서 나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초벌갈이는 반드시 깊게 갈고 갈아엎은 땅[轉地]은 얕게 가니,
초벌이 깊지 않으면 땅이 삶아지지 않으며, 두벌이 얕지 않으면 삶지 않은 생흙을 움직이게 된다.
요즘 사람들은단지 쟁기질을 깊이 해야 공이 되는 줄 알고,
잘게 부숴서 펴야 온전한 공이 됨을 모른다.
흙을 펴는 공력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비록 모가 일어섬을 보더라도
뿌리는 거친 흙 속에 있어서 벌레가 먹고 말라비틀어지니,
잘게 부숴서 펴야 부드러운 땅에 뿌리내리고 온갖 병이 생기지 않는다.
올기장과 올피와 올조를 갈 때는 모든 곡식 중에서도 녹두 뒷그루가 윗길이고,
참깨 뒷그루가 그 다음이며, 무청蕪菁과 콩의 뒷그루가 다시 그 다음이다.
【나의 견해】 심는 방법은 『농사직설』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매우 적당하지만,
『사시찬요초』에서 말하는 묵은 땅을 가는 방법은 농가에 더욱 절실하다.
초벌갈이를 깊게 하지 않으면 밭을 삶을 길이 없고,
거슬러 갈기[轉耕]를 얕게 하지 않으면 흙이 생채로 움직일 우려가 있다.
이미 초벌갈이를 깊이 했으면 다시 잘게 부숴서 펴는 공을 더한 다음이라야 부드러운 땅에
뿌리를 붙일 수 있고, 부드러운 땅에 붙은 다음이라야 뿌리가 곧 멀리 뻗고깊이 들어가며,
멀리 뻗고 깊이 들어간 다음이라야 싹이 무성해져서, 바람과 가뭄 걱정을덜 수 있다.
【나의 견해】 『농사직설』에서 “피에도 늦심어 올되는 것이 있다.”고 한 것과
“보리와 밀의뒷그루로 6월 상순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은
필시 이전의 사람들이 이미 실행해서 이미 징험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상변화[運氣]로는 6월 상순에 심는다 하더라도 채 성숙하기 어려울까 두렵다.
대개 절후節侯라는 것은 옛날과 지금 사이에 서로 닮은 점이 있더라도
기상변화는 자연히 달라진 것이 많다. 마땅히 5월 안에 갈아 심는 것만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만일 절후가 크게 늦어 상강霜降이 9월 하순[念後]에 들면,
한로는 당연히 9월 초에 있으니 피를 심는 것은6 월 초에라도 외려 가능할 것이다.】
우하영의 천일록 --농가총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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