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10. 12. 15 ~ 12. 20(5박6일)
동행자 : 노짱과 갑오연화(34년 옆지기)
34년을 같이 살아 온 옆지기와 제주도 한라산 등반과 결혼 기념(12. 19) 여행을 계획, 12월 15일 아침 일찍 06시 5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콜 텍시를 이용, 김포 공항으로 향합니다.
대형 배낭 2개에 텐트를 비롯한 야영장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던 화물에 이상이 체크되어 전화 호출을 당합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연료통에 연료를 조금 넣고 갔더니 역시나 여지없이 발각이 되어 버렸습니다.(비행기 탑승 시 연로나 깨스는 금물)
8시 15분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제주에서 운수업(신흥택시 와 천일 운수)을 하는 사촌 매제가 보내준 택시가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을 경유 성판악으로 가려면 눈길이 예상되어 체인을 채워야 한답니다.
체인을 장착한 택시를 타고, 한라산 정상 등반 후 하산지점인 관음사 야영장에 먼저 들러 야영장비 일체가 들어 있는 배낭을 보관(원래 보관을 해 주지 않은데 사전에 섭외를 하였음) 하고, 성판악으로 향합니다. 성판악으로 가는 도중 체인이 끊어저 약간의 시간을 허비합니다.
동계의 성판악 출입 시간은 09시입니다. 첫눈을 맞은 제주도 차량들이 5.16 도로에서 거북이 경주장을 방불케 합니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 합니다. 09시가 지났지만 아직 성판악에 당도하지 못합니다.
나 혼자라면 어찌 할수 있지만, 갑오연화가 있어 걱정이 됩니다.
드디어 눈발이 흩날리는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을 합니다. 시간이 12분 경과 되었습니다.
주차장에는 대형버스를 비롯하여 승용차들로 거의 만차이나, 등산객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말자 등산로 입구로 뛰어 가니, 단체 산행팀의 마지막 후미 가이드가 일행을 챙기고 있을뿐, 개인 등산객은 우리 둘 뿐입니다. 다행히 통제는 하지 않고 있으나 빨리 출발하라고 합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12시에 정상 등산객을 통제를 하고 있어, 성판악에서의 통제는 좀 느슨한 감이 있습니다.
성판악 등산로 입구
일단 배낭을 내려놓고 등산준비를 합니다.
오늘 새벽 집을 나선 후, 한라산 등반 기점인 성판악에 도착을 할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바로 등반을 해야 할 갑오연화의 체력이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무얼 먹기도 그렇습니다.
어찌 하였던 반드시 12시 이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여 한라산 정상을 등반하고 관음사로 하산하여 오늘밤 야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2시 23분 한라산 정상을 향하여 등반을 시작합니다. 등로는 아직 많은 눈이 쌓이지 않아 걸을 만 합니다.
이제 600m를 걸었습니다.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6.7km 남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눈발이 점점 커짐니다.
출발 후 어디선가 요란한 기계음 소리가 계속 소란스러웠는데 알고보니 딸딸이였습니다. 짐을 싣지도 않고 공차로 등로 바로 옆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름 냄새가 매우 역겹습니다.
성판악 입구에서 2.6km 구간입니다. 갑오연화가 웬일인지 조금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평상시 이정도는 산책길에 불과한데 아무것도 먹지않아 체력이 문제인가. 아니면 컨디션 조절에 문제인가. 아무튼 걱정이 됩니다.
갑오연화를 앞서기도 하고 뒤따르기도 하면서 한사람씩 추월을 하며 꼴치를 면하고 힘들게 올라갑니다.
10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이제 겨우 3.1km 지점을 통과합니다. 12시 이전에는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라 무인대피소에 도착을 합니다. 눈발은 멈추었다가 다시 거세지기를 반복 합니다. 상고대의 멋진 모습이 산을 오를수록 장관입니다.
산죽밭을 지납니다. 산죽잎이 눈의 무게에 힘들어 하는것 같습니다.
산죽과는 대조적으로 나무에 피어있는 상고대는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라오름 갈림길 삼거리입니다.
힘들어 하는 갑오연화를 사라오름 계단쪽으로 불러세워 한 장면 연출을 해 봅니다. 그러나 갑오연화는 주변의 경치를 즐감하기에는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멋진 상고대에 나만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 봅니다. 연신 샷다를 눌러봅니다.
11시 12분입니다. 드디어 진달래 대피소가 700m 남았습니다. 이제 굴러가도 12시 이전에 진달래대피소를 통과 할것 같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나에게 부담을 느꼈는지 갑오연화가 자신은 알아서 올라 갈테니 나에게 그냥 먼저 올라 가기를 권하였으나 그럴수 없다는 것은 갑오연화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700m를 남겨둔 이지점에서는 어느정도 안심하고, 내가 먼저 올라가서 라면이나 따근하게 끓여놓고 기다릴 양으로 앞서 올라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오르다 보니 남은 700m가 지금까지 올라온 구간 중, 제일 경사도가 심한 코스로 갑오연화에게는 만만치 않을것이 분명하여 걱정이 되나, 시간상 아침을 겸한 점심을 먹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되어 갑오연화를 뒤에 두고 먼저 갇기를 시작합니다.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진달래 대피소가 보이는 안부에 도착을 합니다. 여기의 상고대는 더욱 장관입니다.
멋진 상고대 사이로 멀리 한라산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이 보입니다.
12시 23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을 합니다. 성판악에서 약 2시간 6분 소요 되었습니다. 산행지도에는 약 3시간 걸리는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피소 안,밖에는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느라고 복잡하며, 컵라면 파는 창구에는 줄까지 서있는 모습입니다.
점심을 준비하려고 관리소 측에 물어보니 취사 및 버너사용은 일체 금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갑오연화가 도착을 하지 않아 마중을 갑니다. 한참을 내려가니 힘들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배낭을 받아들고 격려를 하며, 대피소에 당도를 합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컵라면을 하나 시켜, 집에서 준비해 온 김밥과 함께 아점을 해결합니다. 안내 방송에는 계속해서 한라산 정상으로 올라 갈 등산객은 12시이전에 출발을 하라고 합니다.
마음이 바쁘니 그나마 먹는둥 마는둥 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진달래대피소를 떠나면서 기분전환으로 한컷 합니다.
한라산 정상은 눈보라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의 눈바람이 장난이 아니다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이 구간에서의 갑오연화는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힘들어 한다.
힘들어 쉬고있는 갑오연화의 모습입니다. 말도 하기 싫은 표정입니다.
해발 1,800m 지점으로 고도상으로 150m 남았습니다. 바람에 몸을 지탱하기가 버겁습니다.
역시 오가는 사람들의 틈속에 힘들게 오르고 있는 갑오연화의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똑같은 회사 유니폼을 입은 남여 단체 등산객들의 행렬이 보기 좋습니다. 인원이100여명이 넘음직 한것으로 보아 극기훈련을 겸한 등반대회 성격인것 같습니다.
정상 직전입니다. 눈보라 속을 헤치고 올라오는 갑오연화입니다.
13시 22분 드디어 한라산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성판악에서 약 4시간 걸렸습니다. 보통 소요 시간보다 30분 빠르게 완주를 한 셈입니다.
한라산 정상의 관리소 직원 두분이 정상에 오른 등산객에게 머물지 말고 바로 하산을 하도록 독려를 하고 있습니다.
강풍으로 더 이상 머물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런 기상 상황이며 진달래 대피소에서 통제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합니다.
아아무리 상황이 다급하여도 정상에서의 인증샷은 해야 합니다.(정상등정의 시비를 없애기 위하여...) 우선 천신만고를 겪으며 정상에 오른 갑오연화의 인증샷을 합니다.
이로서 갑오연화도 우리나라(남한)의 고산 순위 1.2.3.4봉을 등정 완료를 하는 순간입니다.
정상에는 몇사람 없습니다. 노짱과 갑오연화도 함께 인증샷을 해야합니다. 어렵게 부탁을 하여 사진을 찍어봅니다.
귀중한 순간임을 아는지라 두번 인증샷을 해주는 센스를 발휘해 줍니다. 무명 등산객님! 고맙습니다. 꾸 ~벅
분화구는 눈보라로 한치 밑을 내려다 볼수가 없습니다. 관리소 직원이 계속해서 재촉을 합니다. 정상에 오른 등산객 90%이상이 성판악으로 하산을 합니다. 가파른 경사도의 하산길인 관음사쪽은 우리를 포함하여 10여명 내외입니다.
관음사쪽으로 하산하는 사람을 파악, 만약을 위하여 삼각봉 대피소로 무전을 합니다.
우리는 관음사 야영장에서 야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죽으나 사나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 가야 합니다.
이제 힘든 오름길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갑오연화가 조금은 여유를 찾은것 같습니다. 멋진 상고대에도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내림길의 경사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관음사에서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가 성판악 코스에 비하면 훨 어려울것 같습니다.
한라산에서 동계훈련 및 빙벽훈련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하더니, 관음사 계곡이 그 장소인것 같습니다. 계곡이 깊고 직벽에 가까운 거대한 암벽이 보입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규모가 크고 튼튼합니다.
2.4km 내려 왔습니다.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을 하여 안내판을 보던 갑오연화가 한참을 내려 왔는데도 아직도 관음사까지 6.3km가 남아 있음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대피소 직원이 내다 보더니, 빨리 내려가라고 독촉을 합니다. 관음사까지의 내림길도 만만치 않다는 무언의 의미인 것입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지나자 너덜지대가 나옵니다. 눈 덮인 너덜지대를 걷기가 불편합니다. 자꾸만 발이 꼬이고 미끄러 짐니다.
계곡을 가르는 다리가 여러개 나옵니다. 이미 체력의 90% 이상을 소진한 갑오연화는 많이 힘들것이라 생각합니다.
가파른 계단길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도를 많이 낮추어야 될것 같습니다.
4시 29분 관음사 날머리에 도착을 합니다. 나야 그냥 오늘의 산행이 무사히 끝난것에 안도할뿐이지만, 갑오연화에겐 행복한 골인 지점일 것입니다.
관음사 야영장의 모습입니다. 텐트를 칠 나무테크 위에 눈이 쌓여있어 눈을 치우고 텐트를 칩니다. 야영장에는 텐트 3동이 쳐 있습니다. 한동은 관리소 측에서 쳐 놓은것이고, 2동은 서울에서 온 젊은 등산객 두명이 쳐 놓은 것입니다. 서울에서 온 젊은 친구 2명은 어제 저녁에 도착을 하여 야영을 하고, 오늘 아침 관음사에서 한라산 정상을 원점회귀 산행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단한 젊은이들입니다.
취사장으로 취사도구를 옮기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관리소에서 직원이 와서 오늘 저녁 제주도 산간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으니, 야영이 어렵다고 하면서 꼭 야영을 하려면 텐트를 취사장으로 옮길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들은 하는 수 없이 취사장 바닥으로 텐트를 옮겨 야영을 하기로 합니다.
야영장에 설치된 텐트를 취사장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철수 직전의 야영장의 텐트 모습입니다.
취사장으로 야영지를 옮기고, 식사를 한다음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온 젊은들과 술잔을 나눕니다.나이로 보아 혼기를 지난 듯한데 아직 총각들이랍니다.
야영장비를 보니 제법 산을 다닌 경력이 역역합니다.
이틀째...
이틀째를 맞습니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이틀째 산행을 고민합니다.
갑오연화는 어제의 산행 후유증으로 오늘은 불가할것이 뻔한 사실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산행을 하기도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누굽니까. 취사장의 텐트에 갑오연화를 남겨두고 12시를 전후하여서 도착하겠음을 호언 장담을 하고 길을 나섭니다.
취사장을 나서면서 야영장 운동장 전경입니다. 온통 하얀 눈 세상입니다.
야영장 입구 매표소를 나서자 어디로 가는냐고 직원이 묻는다. 윗세오름을 갈것이라고 하니 여기서 천황사 입구 까지는 대중교통은 없을뿐 아니라 소형 차량은 전면 통제가 되었는데, 무리라고 만류를 합니다. 그러나 가겠다고 하니, 어리목 입구에 전화를 하여 윗세오름까지 등산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더니, 윗세오름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일반 차량은 다니지 않고, 간간히 제설차가 눈을 치우고 있을 뿐인 산중 도로를 혼자 걷습니다.
눈은 약간 소강상태에 들어갑니다.
명마목장의 말들이 한가롭습니다.
제설차가 조금전에 지나갔음에도 금방 도로에 눈이 가득입니다. 또 다시 눈이 세차게 내립니다.
셀카로 한컷 찍어봅니다. 눈 쌓인 아스팔트길 걷기가 매우 힘듭니다. 좀처럼 길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직도 천황사 입구 1,100도로 삼거리 분기점이 1.5km 남았습니다.
눈 쌓인 아스팔트길 정말 걷기가 팍팍합니다. 분깃점이 300m 남았습니다.
1,100도로 분깃점이 저 멀리 보입니다. 저기 보이는 3거리가 지금 나에겐 희망입니다. 저곳에 가면 혹시 어리목을 통과하는 대중교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1,100 도로 분깃점입니다. 제설차량이 장비를 단도리하고 있어, 기사분들께 교통편을 물어보니 어리목까지는 모든 차량이 통제되어 걸어갈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희망과 기대가 절망으로 변합니다. 관음사에서 걸어 온 여기까지의 거리가 6.1km, 그리고, 여기서 부터 어리목 정류소까지가 6.2km 입니다. 어림잡아 어리목 윗세오름 들머리 까지는 7km는 더 걸어야 할 듯합니다.
이제 멈출수가 없습니다. 목적지인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와야 할 뿐입니다.
마음을 다 잡고 걷기를 시작합니다. 저 멀리 어리목(중문 방향) 과 대정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이 보입니다. 검문소가 있는 곳 입니다. 나는 그 곳에서 어리목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삼거리에 도착을 해보니 어리목쪽으로는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어떠한 차량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마침 삼거리에는 제주 KBS방송국에서 제주지방의 첫눈과 대설 현장을 취재하려고 나와 있다가 폭설을 헤치고 혼자 걸어오고 있는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여 한동안 인터뷰에 응해주고 다시 어리목을 향해 걸었습니다.(KBS 제주방송 12월 16일 저녁 9시 뉴스에 나 옴)
삼거리에서 어리목 가는길은 상당한 오르막길입니다. 어리목이 4km 남은 지점을 지나갑니다.
멀리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온 행렬의 선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장을 찍고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을 건내자, 조심하라는 답례 인사를 합니다.(폭설로 인하여 훈련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3공수 특전사 요원들이였음)
시야를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어리목에서 내려오는 일방통행로입니다.
고도 900m를 알리는 지점입니다.
1,100 도로에서 어리목 광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멀리 보입니다.
아무것도 지나지 않은 호젓한 눈길을 걷는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관음사에서 13km를 약 3시간을 걸어 11시 49분 어리목 광장에 도착을 합니다. 어리목 광장에는 관광버스 2대와 승용차 5~6대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매표소 직원이 문을 열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 옵니다. 윗세오름까지 간다니까 통제는 하지 않지만, 무리라고 만류를 하며, 어승생악이나 다녀오라고 합니다. 내가 관광버스로 온 단체 등산객을 물어보니, 윗세오름까지는 약 10여명 올라갔을 뿐이고, 나머지 중 일부만 어승생악으로 갔으며, 나머지는 차에서 대기중이라고 합니다.
통제 시간인 12시 이전에 윗세오름 입구를 통과하지만, 일정에 막대한 시간차가 발생합니다. 12시를 전후하여 관음사 야영장으로 복귀를 할것이라 말하고, 혼자 야영장에 두고 온 갑오연화가 걱정입니다. 전화를 하여 이제 윗세오름으로 오를 예정이니 기다리지 말고 점심을 해결하도록 부탁을 합니다.
윗세오름으로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디를 다녀 오는 등산객인지 모르지만 한 두 사람씩 내려오기 시작 합니다. 올라가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 저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올라 갈 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1.6km 올랐습니다. 약간의 허기를 느끼기 시작하였으나, 배낭속에는 쵸고렛 3개와 사탕 몇개가 고작입니다. 우선 쵸꼬렛 3개를 먹고 숭늉을 마셔 허기를 달래봅니다.
산행 준비를 너무 안일하게한것 같습니다.
눈 쌓인 오름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20여명의 등산객이 내려 옵니다. 윗세오름까지 가지 못하고, 사제비 동산에서 하산을 한 모양입니다. 한 여자 등산객이 내려 오면서 등산팀 가이드의 지시로 윗세오름까지 오르지 못하고 사제비 동산에서 하산을 한것이 너무 아쉽다며, 푸념을 하고 내려갑니다. 단체 산행이란 산행능력이 제 각각으로 리더의 판단에 따라 산행을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제비 동산에 도착을 하고, 능선길로 접어들자 눈보라가 몰아쳐 앞을 가누기가 어렵습니다. 썬글라스에 눈이 붙어 앞이 보이지 않아 썬글라스를 벗으면 눈이 따가워 앞으로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지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는 해발 1,500m 지점입니다. 쵸꼬렛의 효력이 다 되었는지 다시 허기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별 도리 없이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사제비동산에서 윗세오름까지의 등로는 완만,경사능선으로 난이도는 별로 없는편이나, 악천후에 허기까지 겹쳐 어렵게 올라갑니다.
만세동산을 지나 이어지는 나무테크 등산로에는 강풍에 눈이 쌓이지 않아 걷기가 좀 수월합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을 합니다. 2시간 20분 코스에 약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 휴게소 매점은 이 건물 뒤에 있습니다. 휴게소는 문이 열려있으나 매점에는 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습니다.
배는 곺아 죽겠는데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 보아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하는수 없이 등로 통제소의 직원에게 찾아가 매점 사정을 물어보니 그럴리가 없다며 가 보더니, 아마도 물을 뜨러 노루샘에 갔을 거라며, 뒷문으로 들어가 문을 열고 컵라면을 주어 허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똑 같은 컵라면을 진달래대피소는 2,500원, 윗세오름 대피소에서는 1,500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윗세오름의 14시 07분 현재 기상상황은 기온 -9.3도, 풍속 4.0, 오늘 강수량 11.0 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등반은 통제되어 있을뿐 아니라 영실로 내려가 보았자 관음사 야영장으로 회귀하는데 어려움만 가중될것이기에 어리목으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야영장에 홀로 있을 갑오연화를 생각하니 한시도 지체 할수가 없습니다. 내리막 눈길을 속도전으로 걸어 어리목에 도착, 왔던길을 되 짚어 관음사 야영장에 도착을 하니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이로서 한라산 등반을 전부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틀째 관음사 야영장의 밤을 맞습니다.
3일째 날이 밝았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을 떠나야 합니다.
어제로 등반 모드는 모두 끝나고 이제 관광 모드로 전환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밤은 비교적 잠을 잘 잔 편이였습니다. 악천후에 많이 걸었던 탓도 있지만, 오늘은 12시에 렌드카를 픽업하여 차량편을 이용, 일주관광의 편한 일정으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야영장을 떠나며...
야영장에 세워진 안내판
이틀간 야영을 하였던 취사장(뒷편 건물)을 뒤로하고...
노짱도...
렌드카 픽업은 공항근처의 천지렌드카 입니다. 여기서 제주공항까지 가려는 교통편도 만만치 않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5.16도로 삼거리까지 약 40여분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 간 다음 대중교통 및 택시를 이용하여 공항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고마운 제주사람이 나타납니다. 어제 저녁 늦게 올라와 친구들과 야영을 하고, 오늘 저녁부터 가족들과 함께 야영 할 텐트를 교체 설치하고, 시내로 내려가는 제주도 캠사의 온달 "홍기만"씨가 우리들을 공항 렌드카 사무실까지 기꺼히 데려다 주겠다는 겁니다. 그저 호의에 감사를 할 뿐으로 생면부지한 사람을 편하게 배려하는 마음씀이 예사로운 친절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이 지면을 빌어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