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열리는 창
이해인
<기도의 창>
수녀원 성당의 종
나는 기쁨이란 단어을 무척 사랑한다. 어린시절부터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 신기하게 여겨져 행복했고 놀라운
것들이 하도 많아 삶이 지루하지 않았다. 나의 남은 날들을
기쁨으로 물들여아지 하고 새롭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마음의 창에 기쁨의 종을 달자. 사랑하는 이들을 기쁨으로
불러모으자. 슬픈 이들, 아픈 이들, 우울한 이들, 괴로운 이
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기쁨천
사가 될 순 없을까? 어쩌면 기쁨은 우리가 노력해서 구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이기심을 조금만 버려도 기쁠 수 있
다. 자만에 빠지지 말고 조금만 더 겸손하면 기쁠 수 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교만이나 허영심이 싹틀 때 얼른 기
도의 물에 마음을 담그면 기쁠 수 있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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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용 메모지와 몽당연필
정원의 꽃향기에만 취하지 말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숨겨
둔 내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겠다. 숲의 새소리가 아름
답다고만 하지 말고 함께 사는 이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노래로 들을 수 있어야겠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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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방문길에 오빠가 선물한 남매 인형
땅에 떨어진 만리향 꽃잎들이 조그만 별과자 모양을 닳았
다. 은은한 향기인데도 멀리까지 날아가네. 천리향보다는
덜 자극적이면서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 아아 꽃들은 어찌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아름답게 자신이 향기를 만들어가
는지! 꽃들이여, 언제나 내 고운 그리움인 꽃들이여, 오늘은
꽃향기 속에 내 몸이 아파 쉼을 필요로 하네.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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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늘 깨어나는
이른
캄캄한
나만의 소중한
새벽 시간
드디어
시의창을
마치고
기도의창을
시작합니다
제가 재주가 좀 있으면
기도의창에는 아기자기 수녀님의 일상에
아끼시는 소중한 물건들이 사진으로 함께
보여지는데 그것까지 보여드리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황금들녘
하나둘
사라지고
텅빈 자리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가을들녘입니다.
2010년 10월21일
철없는 농부의아내
첫댓글 수녀님은 우리의 기쁨천사이십니다. 나무와새님은 그 기쁨천사의 노래를 날마다 노래하는 기쁨의 새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