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출소후 수일 뒤에 입양한 은빈이를 포함한 5명의 가족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같이 점심을 했다.
겨우 걸음마 정도하면서 흰 털옷은 입은 은빈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왜 저런 선량한 가족에게 엄청난 시련이 왔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 큰 사랑을 위하여 하느님이 내린 잠시동안의 시련일련지 모르고 또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검사가 1심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고등법원재판중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과 같은 죄는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판사는 재판 내내 왜 1심에서 선처가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쨋든 고등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후 1여년이 지나 위 사건도 잊혀질 무렵이다. 나는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복잡한 민사소송(동업관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1년을 훨씬 넘겼지만 해결기미가 없다. 기록만 자꾸 두꺼워 지고, 판사들도 판결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며차례 조정을 시도하였지만 쌍방 입장차가 너무 크서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재판정에 가니 종전 부장판사가 바뀌고 전에 본원에서 내형사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엇다. 형사사건에서 그렇게 관대한 처분을 해 주었음에도 내가 인사조차 못해 심히 부끄러웠다.
그러나 내 사건이 진행되자 담당 부장이 나를 알아보고 전에 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입양아 은빈이도 잘 있는지 물어본다. 나는 은빈이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담당 부장은 이를 기억하고 있다.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또 많은 고심 끝에 판결이 내려진다는 것을 알만도 했다.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다보니 상대방 변호사가 재판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언짢아 하는 것 같았다.
판사가 이 사건을 맡게된 이유를 이야기 한다. 본원에 있다가 서부지방법원에 오니 법원장이 나보고 골치 아픈 사건을 맡으라 하여 이사건을 맡게 되었다면서 다행이 이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어 안심했다고 한다.
전에 내가 이변호사님에게 큰 선심을 썼으니 이번에는 이변호사님이 나를 도와 주어야 되겠다고 하면서 화해조정을 시도한다.
조정시 이미 대부분 자료가 기록에 나타나기 때문에 판사는 대충 화해선을 잡고 있다. 또 당사자본인이나 변호사를 설득도 하고 겁도 주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쌍방을 설득하다보니 갭이 1000만원 정도로 좁혀졌다.
그러면 누구에게 약간의 양보를 더 받아 내느냐가 문제인데 판사는 우리 당사자에게 양보를 받아 냈다. 그 방법도 절묘하다. 하다 하다 안되니 판사가 우리 당사자에게 내가 술한잔 사달라고 하면 사주겠느냐고 물어본다. 본인이 그럴 수 있다고 하니 그러면 나한테 술한잔 사준 셈치고 양보해라. 그러면 내가 다음에 만날때 술한잔 사주겠다. 내가 보건데 당신이 양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양보하는 것이 앞으로 몆배의 덕으로 다가 올 것 같아 이렇게 권한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훤씬 지난 뒤에야 화해가 되었지만 우리 당사자도 기분좋아하고 판사도 기분좋아 하고 상대방 본인이나 변호사도 싫지가 않은 표정이다.
첫댓글 판사도 마음을 움직일수 있는 조정을 잘하였고 이변호사님도 역할을 잘하신듯, 역시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니 법에 앞서 마음을 움직이는것은 역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