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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갤러리 기획 초대전
'월미도 아저씨의 꿈꾸는 시선'
김 형 기 展
2012. 10. 1 - 10. 30
전북 남원시 광치동 634-13 (전시문의: 010-9865-1237)
월미도 아저씨의 꿈꾸는 우화(寓話)전 서문
1. 저는 이 사람을 잘 모릅니다!
1991년 여름 어느 늦은 밤 H대 회화과 실기실에서는 군대에서 막 복학한 한 복학생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여름 밤, 이 이상한 풍경이 몇 번 반복되자 주위 학생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혼자 춤을 추는 것이 아니었다. 한 여인과 함께였다. 그 여인은 그가 직접 캔버스 천에 솜을 넣어 만든 봉제인형으로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여주인공을 빼닮았다. 이를 위해 그는 곰같이 웅크리고 앉아 몇 달을 바느질을 했다. 누군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조선 여인네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합니다!"
또 언젠가 실기실에서 동기들과 함께 라면을 먹는데 한 친구가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이 복학생은 바닥에 떨어졌던 젓가락을 씻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젓가락을 모두 뺏더니 함께 뒤섞고는 다시 각자 나눠서 먹게 하는 것이다. 이런 해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복학생이 바로 작가였다.
그런데 이런 에피소드는 20여년이 흘러도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막상 그의 작업에 대해 글을 쓰려고 보니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 나름의 이야기 흐름을 만들고 논리를 만들고 하는 것이 흔히 진행되는 과정인데 그의 작업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다양한 전시를 통해 보여준 그만의 독특한 퍼포먼스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이 그의 작품에 다가가는 길처럼 보인다.
1993년 여름 대학로에 있었던 첫 번째 그룹전에서 작가 김형기는 옷을 모두 벗고 음식을 싸는 랩을 온 몸에 둘둘 말고는 거기에 조명이 점멸하는 전선을 한 번 더 둘러싸고는 누드 퍼포먼스를 했다. 나 또한 그 그룹전에 참여했었다. 당시만 해도 실험적인 예술이나 아방가르드 예술에 관심이 있다는 작가들은 일단 벗고 시작했다. 당시 대학로 노천극장을 관리하던 경비아저씨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니 대뜸 “그래 이번엔 누가 벗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 퍼포먼스에서 그만 랩이 찢어지는 민망한 순간이 있었는데, 작가가 끝까지 의연하게 대처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관객들은 때 아닌 볼거리로 환호를 질렀다.
작가는 그 몇 년 후 그룹전을 위한 작업으로 ‘자연장군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미 대학에서 연극반활동을 통해 그 나름의 감성과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에 나무와 풀, 꽃과 동물 등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작품으로 해석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입구에서 자신이 역시 직접 제작한 고대의 장군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했다. ‘자연장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현대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시장가치에 매몰된 사람들의 마음과 감각을 새롭게 일깨우고 사람과 사람이 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계를 퍼포먼스와 사진작업으로 표현하려 한 것이었다. 작가는 신화적 이야기와 원형적인 영웅 상을 결합해 ‘자연장군’이라는 이미지를 자기 고유의 형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후 2004년 광주비엔날레 ‘클럽’전과 2009년 청계예술축제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자연장군 시리즈를 번안하고 해석하며 진행하였다.
작가는 1993년 이후 ‘타임캡슐’, ‘다리’ 등의 그룹전활동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와 유쾌한 에피소드를 많이 남겼다. 가정을 이룬 후에는 고향인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전은 물론 인천의 미술인들과 함께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해왔다.
2. 숨은 그림처럼 살기
김형기의 삶과 작업은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작업은 그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표현과도 일치한다. 매번 작업할 때 마다 다소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치 꼴라쥬를 하듯 나열하곤 했다. 그러면 그와 함께 협업하는 큐레이터나 동료 작가들은 어리둥절해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사적인 소설적 표현이 하닌 시적이거나 또는 암시적인 우화와 같은 표현을 쓴다고 말할 수 있는데, 다른 이들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한 말이나 행동이 작업인지 아니면 그냥 생활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그의 이러한 모습이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적 태도를 입증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위한 작업 노트를 보면 아주 드물게도 작업의 아이디어를 쉽게 풀어놓고 있다.
... 캔버스에 주로 먹물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우연히 만들어진 먹 선을 따라 보여 지는 자연형상을 찾아 형태를 표현하였다. 나의 작업은 이렇듯 처음부터 작가가 모든 것을 그리지 않고 오토마티즘 기법으로 액션 페인팅을 하거나 무의식 상태에서 페인팅퍼포먼스를 한 후 자연히 만들어진 화면과 서로 공유하며 표현했다. 화면 속에서 보석을 캐듯, 고고학자가 보물을 발견하듯, 화면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찾고 형상주변의 먼지를 털어내듯 작업을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보며 강한충격과 재미를 느끼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은 주변과 충돌하지 않고 어울려 그 속에 녹아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신기함과 편안함을 준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동네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귀여운 강아지들, 화려한 성당의 모자이크처럼 형형색색의 칼라와 기기묘묘한 형태들이 비재현적 기원에서 출발해 재현적인 대상들을 자연스럽게 찾아간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그리지 않고 오토마티즈 기법으로 액션페인팅을 하 듯 또는 퍼포먼스를 한 후 자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재현의 대상이 없는 이미지에서 대상(숨은 그림)을 찾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이다. 이 문화적 가치와 태도와 관습에 순순히 따르면서도 예기치 않은 이미지들과 조우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 김형기의 창작의 요체이다.
그의 창작의 뿌리를 살펴보려면 다시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한다. 1995년 인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덕원갤러리에서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던 청년작가들 60여명을 모은 ‘집단정신’이라는 당시로서는 초대형 기획전을 열었었다. ‘타임캡슐’그룹의 맴버였던 작가는 공동설치작업을 준비하면서 전시장 중간에 거대한 나무를 제작하여 매달았다. 또 그 나무를 둘러싸고 마치 혈액을 공급하듯 고무 호수를 연결하여 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는 대형설치작업을 연출했다. 그런데 이 작업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1988년 대학 구내의 가로수 기둥에 직접 나무로 인간을 만들어 설치했던 야외설치작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에 인간의 손에선 나뭇가지가 자라고 있었다. 당시 작가는 자주 길을 가다 갑자기 나무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제스춰를 종종 보여주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상한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나 또한 도대체 저 정신은 또 저 퍼포먼스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의아해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되돌아보니 이미 이때부터 자연의 친화 또는 감응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995년에 설치했던 대형 설치작업은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표현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일련의 변치 않는 감성과 의식은 그의 작업노트에서 보듯 이번 전시의 숨은 그림찾기에서도 발견 할 수 있다.
그러한 자연친화와 생명순환의 예술적 발견과 표현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창작 과정에 무수히 숨어있는 놀이하는 인간의 쾌감, 유희이다. 작가는 창작과정에 작동하는 유희의 정신은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결과 된 형상만으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감각과 아이디어를 읽어내기에는 뭔가 역부족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우리는 페인팅 퍼포먼스 등, 어떤 무엇이 되었건 과정이 좀 더 많이 드러나는, 말하자면 ‘라이브 아트’와 같은 것을 기대하게 된다. 아마도 페인팅퍼포먼스의 결과를 감상하면서 작가와 접촉할 수 있는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미 또는 어떤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컨대 그와 이야기하고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한편의 우화를 짓는 것과 같아 보인다. 그는 아직도 창작을 할 때 한 땀 한 땀 조선 여인의 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태도로 일관한다. 변치않는 태도와 가치지향의 삶이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도 변치 않는 현실 도는 꿈의 왜곡을 만드는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질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작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찾아도찾아도 숨어있는 형상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를 닮은 형태들이 수시로 사람에서 꽃으로 꽃에서 집으로 집에서 동물로 다시 동물은 나무와 돌로 그렇게 영원히 회귀하고 순환하는 변태와 변성의 운동이 펼쳐진다. 이런 식으로 평균적인 일상에서 그는 짓궂은 놀이를 통해 우리의 시선을 영원한 미로로 밀어 넣는다. 형상의 미로로 수렴하는 욕망이 작가와 작품의 내면에 숨어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김형기의 작업에 무엇인가 숨어 있다.
이번 전시를 지켜보면서 문득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몫인지 아니면 그를 또는 그의 작업을 바라보는 사람의 몫인지 또는 그 누구의 몫도 아닌 그저 인연이 되어 그렇게 눈앞에 펼쳐져서야 알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는 숨은 그림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
인천 生
199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2001년 인하대학교 미술대학 교육대학원 수료
개인전
2012 월미도아져씨의 꿈꾸는寓話-내영혼에 먼지를 털다. 인천중앙도서관갤러리. 인천.
2012 송은갤러리 기획초대전 '월미도아져씨의 꿈꾸는 寓話', 송은갤러리. 남원.
2011 김형기 기획초대전-자연형상 김형기전 우리은행 강남갤러리. 서울
2011 월미도아져씨의 꿈꾸는우화寓話-자연형상 찾아도 찾아도... 구올담 갤러리.인천
2011 자연형상 찾아도 찾아도-자연형상 동물들.부스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인천.
2010 월미도아져씨의 꿈꾸는우화寓話-자연형상 김형기전, 토포하우스. 서울
2010 ‘환타지를 꿈꾸다’ 미추홀도서관 미추홀터전시실. 인천
2009 Korea Art Summer Festival 부스개인전 SETEC. 서울
2009 김형기 기획초대전 북경798단지 中方角(중방각)화랑. 중국북경
2007 인천 아트페어 부스개인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2005 형상찾기. 김형기展 구올담 갤러리, 인천
그룹전, 기획.단체전
2012 WOW와友 展. 토포하우스. 서울
2012 한국미술의 빛 展. 공평아트센타. 서울.
2011 Seoul Art Festival. 강남메리어트호텔 아트페어. 서울
2011 아름다운 사람들 展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인천
2011 제7회 서울와우북페스티발 오프닝퍼포먼스 ‘김형기와 아이들’-홍익대부근설치무대. 서울
2011 김형기와 아이들2-가로수나무 안아주기 퍼포먼스-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1 유지환‘REPLY2011-평화,인천,소통’인천-월미도-영종도-인천국제공항-홍익대 퍼포먼스
2011 제1회 인천평화미술프로잭트. SEA OF PEACE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1 환경미술제. 인천종합문화예술화관. 인천
2011 정크아트 사제동행전, 인천학생교육문회회관 가온갤러리.인천
2011 WOW와友展 이앙갤러리. 서울
2011 ‘한국의 현대미술 회화展’ 크로스베이갤러리. 호주시드니.
2011 ‘음악과 미술의 향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인천
2010~1996 在仁 홍익미대동문전. 인천
2010 ‘가만히 들이다’ 자연장군-아트벤치설치작품, 인천아트플랫폼주변, 인천
2010 ‘부조화속의 조화’ 전북도립미술관. 전라북도
2010 인천미술협회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 인천
2010 녹색예술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인천
2010 싱가포르 어포더블 아트페어. 포밀러 원피스빌딩. 싱가포르.
2010 제28회 제물포예술제 이민사박물관. 인천
2010 환경미술회화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2010 책, 가슴으로 읽고 그림으로 남다. 미추홀도서관. 인천
2010 송은예술기획 ‘비상’전 제이갤러리(인사동). 서울
2010 현대미술의 이미지전-전라남도 지리산온천지구 일원.
2009 인천미술협회전. 수봉문화회관 전시실. 인천
인천세계도시축전기념-환경미술 깃발축제. 인천환경공단 내 하늘공원.인천
국제10개도시미술교류전 인천-터키교류전 인천평생학습관 가온갤러리.인천
환경테마전-반딧불이 마을. 인천신세계갤러리. 인천
2008 청계 예술축제-‘청계의 밝’. 자연장군3.0설치 청계천일대 수표교. 서울
인천세계도시미술 국제교류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2007 국제현대미술아트비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06 광주비엔날레 -열린아트마켓. 광주비엔날레. 광주
2005 북성동프로잭트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인천
2004 광주비엔날레 주제전-클럽퍼포먼스
-‘아낌없이주는나무’.‘김형기와 아이들’.‘일회용쓰레기’. 광주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02 놀이터 프로잭트2002전, 홍익대학교앞 놀이터. 자연장군2설치 서울. 영은미술관소장.
청량리역 30,000+31일전, 청량리역 광장, 자연장군2.0설치. 서울
월드컵 공원 환경 시민 한마당전, 자연장군 설치. 월드컵공원. 서울
한강 육갑문프로잭트. 반포 육갑문. 서울
2001 독립예술제 -내부공사 자연장군1 설치 홍대앞 놀이터, 서울
1993 ~ 1997 타임캡슐 정기 그룹전 및 초대전. 서울
인천미술인협의회 창립전, 정기 단체전. 인천
현장확인전 정기전 인천
황해미술제 정기전 인천
1996 타임캡슐 초대전. 서남미술관. 서울
타임캡슐 ‘96’전 덕원갤러리. 서울
1995 집단정신전 타임캡슐 부스초대전-덕원갤러리. 서울
나혜석 현대미술제 초대전. 경기 문화회관, 수원
광주 통일 미술제. 광주
1994 타임캡슐‘ '94-Terror'전 덕원갤러리. 서울
다사리 그룹 창립전, 소나무갤러리. 서울
1993 타임캡슐 창립전, 소나무 갤러리. 서울(이기수.김기용.김형기.남일)
타임캡슐 창립전-퍼포먼스 ‘창세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서울
속화전. 소나무갤러리. 서울.
거리미술제, 설치 홍대앞 거리, 서울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총동문회 이사
인천카톨릭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사)한국미협 인천광역시지회 이사
사)환경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 이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미술영재 큐레이터반 강사.
인천예술고등학교 강사.
월간 아트프라이스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