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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로제리오)의 삶과 노래
내가 ‘까까남(男)’으로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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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년센터「숨」의 간사회의를 끝내고 우리신학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밥을 지어 집에서 싸온 반찬과 함께 먹는 것이 너무 좋았었는데, 오늘은 사정이 생겨 분식집이었다. 나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철저하게 외식을 사절해왔던 터라 대부분의 동료들이 염려해주었지만, 또 이럴 때는 맛있게 한 끼 외식을 때리는 것도 별미라 여겼다. 주문한 자장이나 짬뽕이 나오는 동안 탕수육을 먹었는데, 덤으로 군만두 두 접시를 더 주셨기에 아홉 사람이 다 먹기에는 조금 양이 많았었나 보다. 각자 음식을 다 먹었는데도 군만두가 서너 개씩 남아 있었다. 이쪽 탁자에서는 배가 부르긴 해도 남겨서 버리느니 하나씩 더 먹기로 했는데, 저쪽에서는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긴 사람은 안 먹어도 되나 보다. “아이, 너무 심하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하다니.” “형님. 그간 이런 저런 일로 분주하게 지내느라고 연락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그래도 제가 형님이 베트남에 오셔서 하셨던 강의를 듣고 지금까지 꼭 지켜오고 있는 일이 있어요. 물 절약을 위해 소변 후에는 변기 물을 내리지 않고 그냥 덮어둔다는 말씀을 듣고,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 후로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실천하고 있어요. 그만하면 나름대로 열심히 산거지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5년 전, 베트남의 호치민 한인성당으로 초청강의를 갈 무렵, 전주교구 사제인 후배의 사제관에서 자게 되었다. “형. 소변이면 내리지 말고 그냥 나와.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대변 보고나서 한꺼번에 내릴거야. 기왕에 말이 났으니 부탁 좀 할께. 형이 전국 방방곡곡도 부족해서 세계 곳곳에 초청강의를 다니기에 말인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탁 좀 해 줘. 신부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 제발 물 좀 아껴 써 달라고.” 세면장을 둘러보니 변기 물통에는 벽돌 두 장이 들어있었고, 위에는 페트병이 떠 있었다. 받아지는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세면대에는 조그만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었는데, 손이나 얼굴을 씻거나 이를 닦은 물들을 되받아서 변기 물통에 채우고 있었다. 그런 물도 소변을 누고서는 내리지 않고 뚜껑을 덮고 나온다지 않는가.
“선생님은 환경오염을 줄이신다고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고 계시는데, 저는 샴푸 린스를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썼던 것은 물론이고, 한 달에 서너 번씩 미장원에 다니면서 파마에, 염색에, 고데까지 했던 걸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요즘도 머리를 감을 때면 눈물을 흘리다가 금방 해맑게 웃던 순박한 그 얼굴이 자주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사용하는 샴푸의 양을 줄이거나, 한 번은 빨래비누로 감고 나서 칙칙하게 엉킨 머리칼을 풀기위해 한 번은 샴푸로 감게 된다. 적게 짠 샴푸는 물을 몇 방울 떨어뜨려서 묽게 만들면 숱이 많은 내 머리에도 충분해진다. “제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있는데요. 치약을 조금만 짜는 거요. 말씀처럼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십오 년 이상을 그렇게 썼더니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치아도 다른 사람에 비해 오히려 건강한 편이예요.” “선생님. 제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한 말씀해주시면 들을 것 같습니다.” 보름 후에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아온 소년에게 잘 타일러서 소년은 설탕을 먹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고마움을 전하러 다시 찾아간 소년의 어머니가 물었다. “선생님. 처음 찾아뵈었을 때 말씀해주셔도 되지 않았을까요?”
사진 - 고태환 김정식/가수 겸 작곡가로 생활성가의 개척자이며,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그레고리안과 지휘법을 공부하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위한 자선음악회와 환경보전과 인권회복을 위한 사회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와 예술가요 및 연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 ||||||
첫댓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않으면 종국에는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너무 가슴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길가다 환한 대낮에 생각없이 켜있는 가로등을 보면 꼭 어떻게든 끄고 가야 마음이 편하고 공공장소에서도 빈방에 의미없이 켜있는 불은 꼭 끄고 지나가고 공동화장실에 고장이 나서라도 무심히 흐르는 물은 무슨수를 동원해서도 잠가야 마음이 편한 저도 조금은 남다른 의식구조를 갖고있는 사람중의 하나라 이런글을 만나면 100년지기를 만난듯 반갑습니다. 내것이 아까우면 당연히 남의 것도 아껴주고 무엇보다 '후손에게 빌려쓰고 있는 자연'을 더는 훼손하지말고 남겨주어야 되는 사명이 우리에게 있기에... 글라랍니다.
고마운 제수님. 그렇지요. 우리는 100 년 지기 이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