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서울처럼 멋진 도시에서 보내기 참으로 좋은 달입니다. 월초부터 조명 장식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데 해가 거듭날수록 장식들은 점점 더 창의적으로 발전합니다. 미국에서도 조명 장식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보통은 크리스마스 테마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죠. 한국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 장식들이 빛을 발하고, 미국에서처럼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시기에 밝은 빛을 선사합니다. 저는 신세계 백화점 주변처럼 큰 조명 장식이 있는 곳들을 지나며 운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직접 걸어다니면서 도시 곳곳의 작은 조명 장식들을 발견하는 것은 더 즐겁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조명 장식 중 하나는 대사관 인근, 을지로와 세종로의 교차로에 있는 조그마한 잉어 장식입니다.
신세계 백화점이 자랑하는 겨울 조명 장식
올해에는 흔히 보던 연휴 조명 뿐만 아니라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스노우보더들을 위해 설치된 스키 슬로프가 대사관 직원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서울 스노우잼 대회는 참 인상적인 행사였습니다. 바쁜 도로 한가운데에 세워진 임시 슬로프 위에서 스노우보더들이 점프를 선보인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이제 스노우보더들은 사라졌지만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광장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열린 서울 스노우잼 대회
하지만 연휴가 가장 의미있는 이유를 꼽으라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혹은 신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학교, 교회, 직장, 혹은 자선단체를 통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곤 하죠.
한국인과 미국인이 함께 도와가며 “되돌려주는” 한 예로 문화자선단체인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2006년, 한국에서는 2007년에 설립되었고, 홍콩에서도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뷰티풀 마인드는 특별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특히 신체적 장애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음악에 큰 비중을 두고 활동합니다. 세상에서 한국보다 음악이 더 사랑받고 포용되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뷰티풀 마인드는 한국의 뮤지션들과 경제적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시각 장애, 자폐증, 뇌성마비를 포함한 여러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갑니다.
올해 저는 뷰티풀 마인드 콘서트에 두 번 다녀왔는데, 최근 공연은 12월 13일에 열렸습니다. 많은 음악가들 중 재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김경민씨도 있었습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그가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유키 구라모토의 “로맨스”는 열정적이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경민씨는 그의 자작곡인 “그리움”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시네마천국의 러브 테마와 사운드오브뮤직의 메들리를 연주한 하트시각장애인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그날 저녁을 빛내주었습니다.
제게 연휴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또 하나의 단체는 바로 구세군입니다. 작년에 구세군은 한국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였습니다. 정동에 위치한 구세군 서울제일교회는 제가 살고 있는 대사관저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웃사촌인 저를 교회 100주년 기념 특별 예배에 초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2년 연속으로 구세군 노래선교단이 친히 관저에서 열리는 대사관 크리스마스 파티에 와서 노래 선물을 해주셨습니다.
대사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노래 부르는 구세군 노래선교단
대사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는 구세군 노래선교단
미국에서는 연말연시의 물질주의와 화려함에서 벗어나 연휴의 진실된 의미를 상기시키는 구세군의 노력을 오랫동안 환영해왔습니다. 구세군 냄비와 종, 그리고 두터운 옷을 입고 나온 자원봉사자들은 12월 내내 미국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좋습니다.
그러나 저로 하여금 정말 연휴 기분을 들게 한 것은 지난 주 정동제일교회에서 외국인들과 한국인 음악가들이 함께 모여 연주한 헨델의 메시아 공연이었습니다.
정동제일교회에서 펼쳐진 헨델의 메시아 공연 (정동제일교회 사진 제공)
국적도 다양하고 아마추어와 전문 연주자들이 섞여 구성된 공연팀은 본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함께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제게 있어 이는 크리스마스 연휴의 본질을 되새겨주는 공연이었습니다.
2009년 12월 3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를 가졌습니다. (백악관 공식 사진)
올해 인터넷을 통해 저를 방문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한미 관계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연말을 어떻게 보내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러분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월초 워싱턴 DC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에서 하신 연설 중 일부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오늘밤, 우리는 참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집으로부터 먼 곳에서 오직 믿음으로만 인도된 부모님 자녀로 태어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2,000년 동안 잊혀지지 않을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는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든지 간에 우리는 서로 형제나 자매처럼 사랑하기 위해 부름받았노라고 이 아이는 전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행복한 연휴 맞이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멋진 사진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이 아름답네요. 대사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지난 한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힘차게 화이팅하세요!
검도 시합 마치고 지금 도착해 글을 올립니당. 볼만한 사진들이 많이 있네요. 한국은 연말 크리스마스가 되면 유독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 무엇인지 맞춰 보세요??? ㅋㅋㅋㅋ 솔로인 저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괴롭구요. 보통 집에서 가족과 보냅니다. 백악관은 서방을 상징하는 색깔인 흰색이 잘 어울립니다. 천궁도에서 서방은 배우자 및 파트너 무엇보다 적<Enemy>을 상징하죠. 한 아이의 메시지 사랑은 <Water sign>의 전공이라 할 수 있고, 이젠 크리스마스보다 <Hanukkah>를 기념하고자 합니당.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카드 잘 받았구요. 대사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사님의 인간미 넘치는 글 잘읽었습니다 ! 한국인의 정서를 어쩜 그렇게 잘 이해하시는지 심은경 대사님 께서 직접 찍은 사진인가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부디 돈독한 한미 관계가 되길 기원합니다 ~~
사진들 훌륭합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항상 대한민국이 존재함을 기억하여 주시고.
또한 미국의 발전을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너무 좋은글입니다우리카페에서 홍보하겠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감동적인 글입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우리 카페 회원 들에게도 홍보할게요. 멋진 대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