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
- 김지하
돌담 기댄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 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 주며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 해 설 >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 연대의 의미가 담겨 있음, 여기서 연대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
토한 뒤 눈물 닦고 코풀고 나서
↪ 시련과 역경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암울한 상황. '잿빛 하늘'과 '무화과'는 어두운 이미지로 시대적 상황을 암시
이봐
↪ 대화체적 방식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 좋은 시절
꽃 없이 바로 열매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주며
↪ 위로의 의미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 꽃 시절이 없었던 친구에게 열매 속에서 속꽃(꽃 시절과 의미가 유사함)이 핀다는 말로 위로하고 있음
그게 무화과 아닌가
↪ '무화과'는 한 인간의 내면적 성숙과 자기 성찰을 환기하는 상징적 소재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에게 없는 '꽃 시절'을 대신하는 말로 위로하기 위한 소재이기도 하다.
어떤가
↪ 두 '친구'는 각각 한탄과 위로의 두 심리를 대변하고 있으며, '무화과'의 이미지를 통해 한탄과 위로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 두 친구가 살아야 하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
비틀거리며 걷는다
↪ 현실이 순탄치 않고 힘겨울 것이라는 점을 암시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 두 친구가 희망하는 세상과 대조되는 어두운 세상을 영악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의미하는 말로 두 친구의 앞날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음
김지하(金芝河)
1941. 2. 4 전남 목포~ . 시인. 1970년대 반체제문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본명은 영일(英一), '지하'는 필명.
생애와 활동
원주중학교와 중동고등학교를 거쳐 196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다닐 때 4·19혁명, 6·3사태 등을 겪으면서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고, 졸업 후에도 박정희 정권의 독재정치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의 선두에서 활동했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1970년대의 문학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정치활동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64년에는 한일회담을 반대한 학생시위에 적극 가담했다가 체포·투옥되어 4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으며, 1970년 담시(譚詩) 〈오적 五賊〉을 발표하여 반공법 위반으로 체포·투옥되었다. 1974년에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되어 긴급조치 4호 위반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가 다음해 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으나, '인혁당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가 석방된 다음달에 다시 체포되었다. 전세계의 주목 속에 오랜 재판과정을 거쳐, 앞선 무기징역에 다시 징역 7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6년간의 옥살이 끝에 정권이 바뀌자 1980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그뒤로는 정치적 발언을 삼가면서, 그리스도교사상·미륵사상·화엄사상·선불교·기(氣)철학 등의 여러 사상들을 재해석하여 자신의 독특한 생명사상을 펼치거나, 그에 따른 생명운동을 벌이는 데 힘쓰고 있다. 시에서도 정치적 경향의 시보다는 주로 생명사상을 바탕으로 한 담시와 서정시를 쓰고 있다.
문학세계
1963년 3월 〈목포문학〉 제2호에 시 〈저녁 이야기〉를 발표한 뒤, 1969년 11월 김현의 소개로 〈시인〉에 〈황톳길〉 외에 시 4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당시 특권층의 부패상을 판소리 가락을 통해 매섭게 비판한 담시 〈오적〉을 발표하여 일약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시세계를 크게 4영역으로 나누어보면, 첫째 초기 서정시로, 현실에 대한 강렬한 부정과 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1960~70년대의 메마른 현실을 반역적 감수성으로 노래한 시집 〈황토〉(1970)와 〈타는 목마름으로〉(1982)가 이에 속한다. 둘째 담시의 세계로, 우리의 전통적 민중문학 양식을 탁월하게 계승하면서 이를 통해 1970년대의 정치현실을 날카롭게 풍자·비판한 시집 〈오적〉·〈비어 蜚語〉 등이 이에 속한다. 셋째 서사시의 세계로, 1980년대의 생명사상에 따른 후천개벽(後天開闢)의 필요성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담아 대설(大說)이라 이름붙인 시집 〈남 南〉(1982)과 〈이 가문 날의 비구름〉(1988) 등이 이에 해당된다. 넷째 최근의 서정시 세계로, 초기 서정시의 직설적인 표현과는 달리 달관의 자세로 구도자적 정서를 담은 시집 〈애린 1·2〉(1987)·〈별밭을 우러르며〉(1989)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1975년 일본·미국·유럽 등의 지식인과 작가들에 의해 노벨 문학상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고, 같은해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가 주는 제3세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터스상' 특별상을 받았으며, 1981년 세계시인대회에서 주는 '위대한 시인상'과 같은해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위원회에서 주는 '크라이스키 인권상' 등을 받았다. 산문집으로〈밥〉(1984)·〈남녘땅 뱃노래〉(1985)·〈살림〉(1987) 등이 있다. 정치적 탄압으로 1970년대에 한국에서 펴내지 못했던 그의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서 출판되기도 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첫댓글 김지하시인의 상처 다 나앗으면 좋겟습니다 음악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