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문턱에 올라가 사람을 물어뜯는데 날랜 매와도 같이 빨라서 그림자를 감추고 허공을 스치듯 합니다. 등으로는 푸른 하늘을 어루만지며 눈 깜박할 새에 지나버리고, 붙들면 오고 밀치면 가니 참으로 초준하다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올바른 종지가 유전하여 훗날까지 표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해설: 불법에 계합하여 심안을 열면 대기대용(大機大用)의 마음을 무애자재하게 쓸 수 있게 된다. 펼치면 법계를 능히 삼키고 한 순간에 시방삼세를 꿰뚫으며, 모으면 털끝 속에 우주를 담을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초탈하여 일이 없으니, 한 법도 세운 바가 없기 때문이다. 육조스님께서 종지로 삼은 무념(無念)·무상(無相)·무주(無住)의 돈오법문은 훗날까지 표준이 되어 사자상승(師資相承)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본문: 누구라도 살인을 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뒤에야 작가 선지식이 되었습니다.
해설: 여기서 죽인다는 것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 망상을 끊는다는 말이다. 법을 물어오는 학인의 분별심과 어리석음을 일방타살 해서 즉각 명근(命根)을 끊어줄 수 있어야, 비로소 명안종사의 자비인 것이다.
법을 물어오는 학인 분별심과 어리석음
일방타살해 즉각 명근(命根) 끊어주어야 자비
본문: 황벽(黃檗)스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것을 알아 천태산(天台山)에 행각할 적에 나한(羅漢)이 삿갓을 타고 불은 개울물을 건너는 것을 보자 즉시 쳐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해설: 황벽스님이 천태지자 대사가 개창한 국청사가 있는 천태산을 지나다가 한 스님을 만났는데, 마치 오래 사귄 것처럼 친숙했다. 이에 함께 길을 가다가 개울물이 불어난 곳에 이르러 황벽스님이 석장을 짚고 멈추어 서니, 그 스님이 모시고 건너려고 했다.
이에 황벽스님이 “스님이 먼저 건너시오” 하니, 그 스님은 곧 삿갓을 물 위에 띄우고는 곧장 건너가 버렸다. 그러자 황벽스님은 “내 어쩌다 저 나한 같은 놈과 함께 했을까? 한 몽둥이로 때려죽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평상심이 곧 도(道)로서, 산에서 나무하고 물 긷는 생활 자체가 신통묘용이지, 따로 신통을 구하면 사도(邪道)로서 부질없는 짓인 것이다.
본문: 그런가 하면 백장스님은 마조스님의 ‘할’ 한마디에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뒤로 물러나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해설: 백장스님은 스승인 마조스님에게 코를 붙잡혀 비틀리면서 크게 깨달았다. 그 후에 다시 뵈었을 때, 마조스님은 불자(拂子)를 곧추세웠다. 이에 백장스님이 말했다. “그것뿐입니까? 또 다른 것이 있습니까?” 마조스님은 불자를 원래 자리에다 내려놓고는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서 어떻게 사람을 위하려고 하는가?” 백장스님이 얼른 불자를 들어 보이자, 마조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것뿐인가? 그밖에 또 있는가?” 백장스님이 스승을 흉내 내어 불자를 본래의 자리에다 내려놓고 공손히 서있으니, 마조스님이 크게 할(喝)을 하였다.
이에 삼 일간 귀가 멀어 듣지 못했다. 이후 백장스님은 그 명성이 자자해져서 대웅산에서 개당(開堂)하니, 위산과 황벽 등의 선객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그때 백장스님은 대중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불법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지난날 마조대사를 두 번 참례했는데, 대사의 일할(一喝)을 듣고는 곧장 삼일 동안 귀가 먹고 눈이 캄캄하였다.”
황벽스님은 이 말을 듣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물러나며 혀를 내밀었다. 이와 같은 일이 있고난 후에, 백장스님은 황벽스님에게 법을 부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