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를 보며
글/임보
방안 내 책상 위 스탠드에
어디서 왔는지 작은 거미 한 마리 줄을 늘인다
거기 늘여 봐야 쓸데없다고
내가 입 바람을 불어 밀어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다시 또 줄을 늘이고 있다
이놈아, 여기에 쳐 봐야 걸릴 게 없어
배만 곯아 다른 데로 가
그래도 내 말은 아랑곳 않고 고집을 부린다
그놈을 한참 들여다보다
문득 나를 본다
그놈이나 나나 걸리지 않을 그물 치기는 마찬가지
밤낮 내가 치고 있는 시의 그물에
걸릴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쓸모없는 시 그물 치며 허송세월하는 놈이나
어리석은 사냥 그물 늘이고 기다리는 거미나
그놈이 그놈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시와 인식 200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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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거미의 이미지가 참 환상적입니다. 고맙습니다.
준비를 미리 잘해둔것 같아요.교수님! 선경지명 이라고나 할까요? 아껴두었던 편지지예요. ^^* 시답잖은글 에는 아까워서요... ㅎ 감사드립니다.
거미집을 제가 항상 허물어 버려서 전 넘 미안하던데... ㅋㅋㅋㅋㅋ 소리없는 싸움은 어디서나 있는거군요 *^^*
마자여~ 거미집을 그냥 보기엔 그렇더라구요.^^* 그렇지만 살생은 안했어요. 불쌍하기도 하고,뭐~ 그런거 있잖아요. 아침이슬님! 고~마버요. 좋은 하루 되세요...
임선생님 시 줄에 이미 걸렸는걸요,,,
베르테르도 못 잡은 롯테가 내 시의 그물에 걸리셨다고요? 큰일이군요. 헤어나기 어려울 터인데 어쩌지요?
영광스런 걸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