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 동시에 진행될 뿐만 아니라 뿌리가 천근성으로 수분 등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육묘기 때부터 꽃눈분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박과 채소 중에서도 비교적 생리장해가 많은 작물이다.
이렇게 오이에서 나타나는 생리장해와 병해충 피해를 구별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잎과 줄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생리장해 대책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 생리장해와 병해충 피해의 구별요령
일반적으로 생리장해와 병해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사항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일반적으로 생리장해는 밭 전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병해충 피해는 일부 한쪽에서 발병하여 점차 번져 가는 형태가 많다.
○ 생리장해는 보통 잎의 앞과 뒷면에 동시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해는 한쪽 면에서만 발생하여 뒷면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다.
○ 생리장해는 전염되지 않지만 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점점 퍼져나가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 급속히 번지는 경우가 많다.
○ 덩굴쪼김병, 덩굴마름병 등은 도관이 갈변하는 경우가 많으나, 양분이 너무 많거나 부족하여 생리장해가 나타날 때 줄기를 잘라보면 거의 도관이 갈변하지는 않는다.
○ 대부분 생리장해는 냄새가 없는 반면 병해는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 잎과 덩굴에 주로 나타나는 생리장해
● 순멎이 현상
생장점 부근의 마디사이가 짧아지고 암꽃이 많이 달리면서 생육이 정지된다. 증상이 심하면 줄기와 잎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생장이 멈춘다.
발생원인은 육묘기부터 생육 중기에 걸쳐 주로 발생하지만 환경이 불량하면 언제라도 발생하는데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환경조건의 개선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암꽃이 착생되기 쉬운 환경 즉 온도가 낮고 해가 짧은 조건에서 주로 발생된다. 지속적으로 저온관리를 했을 경우에는 서서히 나타나고, 짧은 기간에 저온에 부딪치게 되면 급속히 발생한다. 육묘시 포트의 흙이 적거나 건조할 때, 양분(특히 질소질)이 부족할 때, 식물에 상처가 생길 경우, 아주 심은 후 건조나 습해 또는 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 뿌리가 장해를 받았을 때, 밤 온도는 적온이더라도 낮 온도가 낮을 경우에도 발생된다.
이러한 순멎이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육묘할 때 포트 간격을 넓게 하여 줄기가 연약하거나 웃자라지 않도록 하고, 아주심을 때는 되도록 어린모종을 심어 곁줄기나 순멎이 발생을 방지한다. 야간온도를 흑침계는 10℃, 백침계 오이는 13℃이상 되게 관리하며, 생장점 부근에 많이 붙어 있는 암꽃은 제거하고 보온에 힘쓴다. 양분과 질소질 비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옮겨심기나 아주심을 때 뿌리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며, 아주심은 후에는 건조나 습해 또는 비료를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한다.
● 축엽현상
발아 후 떡잎의 색깔이 매우 진해지고, 본잎이 위축되어 엽맥이 희미해지며 순멎이 현상이 나타나는데 얼핏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잎은 쪼글쪼글해지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심한 증상을 나타내고, 잎이 극히 작아지면서 심하면 생장점이 없어지기도 하며, 과실은 얼룩무늬가 생기고, 침은 아주 작아 잘 떨어져 나가며 대부분 불량과가 된다.
발생원인은 육묘 중에 질소질 비료를 너무 많이 주거나, 상토의 pH(산도)가 4.5 이하일 때 질소질거름을 많이 주면 일시적으로 생육이 불량해지고 축엽현상이 발생된다.
방지대책은 상토의 pH를 6.5내외로 유지하고 질소성분이 과잉 흡수되지 않도록 하며 3요소를 균형있게 시용하여 각 성분간에 길항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본 밭에 돈분이나 계분을 밑거름으로 줄 때는 충분히 발효시킨 후 덩이가 뭉치지 않도록 고르게 펴서 시용한다.
● 급성위조
수확 초기부터 수확 최성기에 걸쳐 발생한다. 건전하게 생육하던 식물체가 날씨가 좋은 낮에 갑자기 시들고 저녁이 되면 회복되는 증상이 며칠 반복된 후 결국은 회복되지 못하고 말라죽는다.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없고 줄기를 잘라보아도 도관부가 갈변되어 있지 않다. 생육이 왕성한 식물체에서 쉽게 발생하고 토양수분이 충분해도 위조증상이 나타난다.
발생원인은 통풍이 잘 되고 증산량이 많은 하우스 억제재배에서 발생이 많다. 지상부와 지하부와의 생육 균형이 무너질 때 주로 발생되는데, 도관이 막히거나 수분 공급이 부족하여 잎에서의 증산량을 뿌리의 흡수량이 감당하지 못할 때나 접목이 불완전하고 접수와 대목의 친화성이 낮을 경우에 발생된다.
방지대책은 완전한 접목이 되도록 하고, 흑종호박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신토좌계 호박으로 접목한다. 맑은 날이 계속되거나 습도가 낮고 바람이 강해 증산작용이 왕성할 때에는 물주는 양을 많게 한다.
● 웃자람에 의한 식물체 피로현상
잎이 보통이상으로 커지고, 잎 색깔이 약간 옅어진다. 잎의 크기에 비하여 과실이 커지지 않는다. 측지발생이 빠르고, 적심 하면 바로 손자덩굴이 발생된다. 암꽃이 빈약하게 자라고 자방의 크기도 작아지며 개화가 되어도 과실비대가 잘되지 않고 유과(流果)의 발생이 많아진다.
발생원인은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질소질 비료를 많이 줄 때, 일조부족 등으로 영양생장이 과다하게 될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방지대책은 물주는 횟수를 줄여 비료흡수를 억제시킨다. 잎을 따주어 일시적으로 뿌리의 활동을 제한하여 초세를 억제시킨다. 낮과 밤의 온도를 약간 낮게 관리하여 웃자람을 막고 고온·과습을 피하며 환기를 충분히 실시한다.
■ 종합대책
오이 생리장해는 어떤 한가지 원인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발생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피해가 심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생리장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좋은 퇴비를 많이 넣고 깊이 갈아서 뿌리의 발달을 좋게 하며, 알맞은 온도를 유지시켜주고, 양분과 수분을 적절히 공급해 주며, 덩굴의 유인·정지 등에 의한 통풍과 햇빛을 잘 받도록 하는 등 재배환경을 개선하여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