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이라?

<에피소드1>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 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옛날 사람들은 설날에 떡국을 끊일 때 꿩고기를 넣어서 끊였는데, 그 이유는 꿩고기가 맛이 좋기도 하지만 ‘하늘 닭’ 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동국세시기에는, 떡국에는 꿩고기가 쓰이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처럼, 설날 떡국을 끊일 때, 꿩 대신 닭고기를 사용한 데서 ‘꿩 대신 닭’ 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에피소드2>
연합뉴스에 의하면(2009.10.20) 덴마크 코펜하겐의 명물인 인어공주 동상이 당분간 `동생' 인어상으로 교체될 예정입니다. 티볼리 놀이공원은 인어공주상이 내년 4~10월 중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전시되는 동안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가 좀 더 작은 동상을 공원에 전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어상은 에릭슨가(家)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티볼리 공원 담당자인 라스 립스트는 성명을 통해 "언니 인어공주상이 상하이에 가있는 동안에도 모든 이에게 동상을 볼 기회를 주고자 에릭슨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꿩 대신 닭' 인 소형 인어공주상이 전시되는 것입니다.
<에피소드3>
경제학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대체재로 분류 되는데,속담으로 풀이하면 '꿩 대신 닭'으로 표현됩니다.
<에피소드4>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시어머니의 며느리 구박이 심했답니다. 아들을 빼앗긴 시어머니의 애정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지금 세상에도 시부모의 ‘시’소리만 들어도 싫다는 며느리도 있는 모양입니다. 옛날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은 며느리도 화풀이(?)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요샛말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니까 부엌에서 죄 없는 강아지를 부지깽이로 때리는 것입니다.
우연히 주말TV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둘째 며느리인가 본데, 시어머니의 구박, 맏동서(?)의 오만함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몰래 시장에서 바가지를 사가지고 옵니다. 싱크대 속에 감추어 두고 화가 날 때마다 밖에 나가서 박을 깨는 것입니다.
<에피소드5>
2학년이 된 영수는 옆집 철수가 자전거를 타는 걸 보고 잔뜩 샘이 납니다.
영수: 엄마, 나도 자전거 사 주세요.
엄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 위험해.
영수: 집 앞에서만 타면 되잖아요.
엄마: 자전거 살 돈이 어디 있니?
영수: 아빠에게 말하면 되지.
엄마: 넌 아직 어리니까 자전거는 나중에 사기로 하자.
영수: 그럼. 방안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 자전거라도 사 주세요.
엄마: 그래, 그게 좋겠다.
특정 대상에 대하여 만족을 취하려했지만 그 욕구나 충동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에 상황이나 욕구 등을 다른 대상으로 옮기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적으로는 대치라고 합니다. 다른 용어로는 치환 또는 전위라고도 하지요.
위의 에피소드를 보면 대치적인 요소가 많이 보입니다.
<에피소드1>은 떡국을 끓일 때, 옛날에는 꿩고기를 사용했지만, 꿩을 구하기 힘드니까, 꿩 대신에 닭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에피소드3>에서 보았듯이 닭이 꿩의 대체재로 활용된 것입니다. 아무튼 맛있는 떡국이 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꿩이기는 하지만 닭으로라도 대치시켰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에피소드2>는 인어공주를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을 위하여 작은 인어공주상을 가지고 있던 에릭슨가에서 이를 선뜻 내 놓은 것입니다.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티볼리 공원 담당자의 대치노력이 가상해 보입니다.
<에피소드1,2,3>은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 어울리는 에피소드입니다만, <에피소드4>와 <에피소드5>는 좀 다릅니다. 물론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 어긋나지는 않는 경우입니다.
대치(displacement)는 흔히 공격적인 대치와 애정적인 대치의 양식으로 나타납니다.
공격적 대치란 본능적인 공격욕구를 조정해서 보다 안전한 상대에게 이동시켜 발산하는 것입니다.
<에피소드4>를 보면 구박 받은 며느리가 공격적 충동을 갖게 되지만, 시모에게나 맏동서에게 공격을 가할 수 없으므로 이를 조정해서 보다 안전한 상태에서 공격을 하게 됩니다. 다만 그 대상이 죄 없는 강아지가 될 수도 있고 바가지가 와지직 깨질 때 느끼는 쾌감일 수도 있습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기는 하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이것도 스트레스 방어기제인 것입니다.
애정적인 대치란 본능적인 충동 에너지(소유욕)를 만족시킬 수 없을 때 다른 대상으로 옮김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5>를 보면 2학년생인 영수는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단호한 반대에 직면합니다. 돈도 없고 어머니를 이길 힘도 없습니다.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애정욕은 강합니다. 싸울 수도 없고 떼를 써도 소용없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장난감 자전거라도 사달라고 한 것입니다. 애정의 상대를 대치시킨 경우이지요.
어린이 TV 광고를 보고 있으면 한결같이 구매충동을 갖게 합니다. 아이들은 보는 것마다 갖고 싶고 부모는 이를 말리고. 실랑이는 끝이 없지요. 아이들은 많은 구매 욕구와 충동을 가지게 되어 그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른들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바로 ‘꿩 대신 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욕구를 그대로 관철시키려는 데서 오는 저항을 미리 알아차리고, 좀 덜 만족하더라도 강한 욕구와 충동에 대처하는 방어벽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입니다.
(200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