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저널] 신인상 당선작 중 1
찬밥
권기만
언제 저렇게 많은 알을 슬어 놓았을까
식탁 위 고들고들한 밥
형광등 불빛 오밀조밀 들어앉아
금세라도 깨어날듯 꼬물거린다
말간 빛의 알갱이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생의 막장마저 물어뜯는 것일까
공복의 창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동친다
찬밥 한 덩이로 버티기엔 너무 먼 하루
가다가다 어깨 처진 그믐 같은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식탁 위, 섬처럼 떠 있는 밥그릇
살갗도 대지 않고 언제
저렇게 많은 허기를 고봉으로 낳았을까
삭발한 희망 한 덩이로 웅크린 반달
갱도에 비추는 흐린 램프 같다
어디든 막장이라고 자꾸 안전모를 눌러쓴다
몇 번의 굴절을 더 거쳐야
더운밥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을까
막삽 같은 숟가락으로 눈물을 캔다
한때 물렁했던 기억
갱차에 퍼담는 반지하 거실
어깨 처진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첫댓글 오늘 중앙일보에 실린 분이시군요. 노력하는 사람, 이길자 없다는 걸 보여준 분입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