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덕청대사 원각경 서문
이 경전은 단적으로 법으로써 이름했으니 <일진법계 여래장의 마음[一眞法界如來藏心]이 그 체[體]이고, <깨달음을 원융하게 비춤[圓照覺相]이 그 종[宗]이고, <일승원돈(一乘圓頓)>이 그 교상(敎相)이고, <허망함을 떠나 진여를 증득함[離妄證眞]>이 그 오묘한 작용[用]이다.
<단적으로 법으로 이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기신론]에 따르면 ‘이른바 법이란 중생의 마음을 가리킨다(所言法者 謂衆生心)’ 고 했는데 [원각경]의 원각(圓覺) 두 자는 이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그 법체(法體)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 마음은 또한 여러 가지 호칭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니 대원만각(大圓滿覺), 묘각명심(妙覺明心), 일진법계(一眞法界), 여래장의 청정한 마음(如來藏淸淨眞心)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능가경]에서는 적멸한 마음[寂滅一心], [기신론]에서는 일법계대총상법문체(一法界大總相法門體)라 말한 바 있다. 이와같이 칭호는 여러 가지이지만 총괄적으로 말한다면 원각묘심(圓覺妙心)이랄 수 있다. 오직 이 마음이 십법계(十法界)에 있어서 범부와 성인, 미혹과 깨달음, 의보(依報 :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의지하는 국토, 집, 옷 등 주변환경)와 정보(正報 : 과거에 지은 업으로 인해 자기 자신이 받게 된 과보), 인(因)과 과(果)의 근본으로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니 법신이라 일컬어지기도 하고, 또한 중생의 마음이기도 하므로 불성이라고도 이름한다. 일체법이 모두 이 마음에 의해 거립되는 까닭에 단적으로 법으로써 일컫은 것이다.
[대방광원각경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經修多羅了義經)]이란 이 경전의 명칭에 있어서 대방광이란 다름이아니라 이 마음에 체상용(體相用) 삼대(三大)가 구족되었다는 뜻이다. 대방광의 대란 곧 체대(體大)로 이 마음은 법계를 포괄하고도 남음이 있고 태허보다 넓어 바깥이 없으며[無外] 종횡으로 다함이 없을 정도로 광대해 밖이 없으므로 대라 이름한다. 대방광의 방(方)이란 곧 상대(相大)로 방은 또한 법의 뜻으로 풀이되는데 예컨대 이 마음은 중생에 있어서 불성이 된다. 이 성품에는 궤칙(軌則)이 있어서 중생이 한번 불성을 들으면 곧 이해하게 되어 오랫동안 윤회하더라도 잃지 않게 되므로, 중생의 궤범(軌範)이 되어 사물을 대할 때마다 이해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성품을 지니기에 모양없는[無相] 참 마음이 모양있는[有相] 일체의 법칙이 되는 까닭에 방은 상대가 된다.
또한 대방광의 광(廣)은 곧 용대(用大)이니 이 마음자체[心體]는 어느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국토에 현현하고 어떤 것이든 하나도 빼놓음이 없이 감싸지 않음이 없으므로 용대가 된다. 이와같이 체상용 삼대의 뜻이 한 마음에 원융하게 구족되었으니, 이 경전에서는 이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중생의 미혹과 부처의 깯달음에 있어서 수행을 통해 증득하게 되는 근본이기에 단적으로 법으로써 경전명칭을 삼는 것이다.
수다라(修多羅)는 범어인데 계경(契經 : 부처님의 가르침은 위로 진리에 계합하고 아래로 중생의 마음에 계합한다)의 뜻으로 무릇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경전을 통틀어 계경이라 일컫는다. 예컨대 이치에 계합하고 중생의 근기에 계합한다는 말이다. 다만 중생의 근기에는 크고 작음이 있으므로 소승을 위해 설법한 것은 불요의경(不了義經)이라 하고 대승을 위해 설법한 것은 요의경(了義經)이라 하는데 이르테면 궁극의 진리를 그대로 현시한다는 것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이란 이 경전 명칭이 시사하듯이 이 경전은 요의경이지 불요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이란 이 경전의 제목 열한 자 가운데 앞의 열 자에는 이 경전에 제시된 법과 그 뜻이 드러나 있고 마지막 경자(經字)는 이 경전에서 사용한 문자를 따로 가리켜 말한 것이다.
<일진법계여래장의 마음이 그 체>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경전에서는 [신통 대광명장에 들어간다(入於神通 大光明藏)]고 말했으니, 여래장의 청정한 마음 자체는 평등해 둘로 나뉘지 않으므로, 일진(一眞)이라 했다. 또한 [법계의 성품은 궁극적으로 원만하다]고 했으므로, 인지법행(因地法行), 대다라니문(大陀羅尼門)이라 일컫었다. 곧 일법계대총상법문체(一法界大總相法門體)가 모든 부처님의 인지(因地 : 부처의 지위가 과지(果地)라고 한다면, 성불하기 위해 수행함이 바로 인지(因地)라함)이자 보살이 수행하는 근본이기 때문에, 이를 이 경전의 체로 삼은 것이다.
또 <깨달음을 원융하게 비춤이 종(宗)>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경전에 따르면 모든 여래께서 본래 일어난 인지에서 <청정한 깨달음을 원융하게 비춤>에 의해 길이 무명을 끊어 부처의 도를 성취하게 되므로, 이를 이 경전의 종으로 한 것이다.
<허망함을 떠나 진여를 증득함이 그 오묘한 작용>이라 함은 무슨 뜻인가. 이 경전에 따르면 [일체가 허공꽃임을 알진대 윤회에서 벗어나게 된다(知是空華, 卽無輪轉)] [허망한 줄 알면 곧바로 허망함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허망함에서 벗어나면 곧 깨닫게 된다(知幻卽離, 離幻卽覺)]고 했으므로, 이를 그 오묘한 작용이라 한 것이다.
<일승원돈이 그 교상>이라 했는데 이 경전은 순전히 각성(覺性)을 밝혔으니 삼관(三觀)을 원융하게 닦아 한마음을 단숨에 증득하라고 말한 바 있다. 비록 25가지를 나열하기는 했으나, 단지 <한 마음의 전환[一心轉換]>이 중요할 뿐이지 단계나 지위는 원래 있지 않다. 그래서 일승원돈을 교상으로 삼았다.
이와같이 다섯 가지 해석법[오중五重 : 모든 경전의 대강을 풀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전해석 방식으로 석명(釋名), 변체(辨體), 명종(明宗), 논용(論用), 판교(判敎)라는 다섯 가디 해석법)은 천태종에서 경전을 해석하는 궤칙으로, 이렇게 해서 [원각경]의 핵심사상이 남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이 이 경전을 접하면서 이 도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 경전의 절반 이상을 수용한 것이리라.
* 한글세대를 위한 원각경/ 오진탁 교수역 /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