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
호텔 위협하는 혁신기업… 192개국 30만개 방 숙박 중개, 2초에 한 건씩 예약 성사… 유사한 벤처 창업붐 일으켜
주목받는 공유경제 모델… 값싼 숙소 찾는 여행객과 빈방 있는 집주인 연결, 현지인의 삶까지 체험
자본주의의 약점 보완… 뉴욕 허리케인 이재민 위해, 방 주인 1000명 이상이 무료로 방 내놓기도
에어비앤비(Airbnb)는 올해 갓 창업 4년을 넘긴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192개국 3만4000여개 도시에 30만여개의 방 (공간)의 숙박을 중개한다. 이 회사 사이트에서는 2초마다 한 건씩 숙박 예약이 성사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지불결제기업인 페이팔(PayPal)의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최고 벤처 투자자 중 한 명인 피터 티엘(Thiel)은 이 회사의 가치를 25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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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게비아 공동창업자가 위클리비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사용자들이 퍼트리는 소문이 에어비앤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비의 최대 15%를 수수료로 받아 수익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다. / 샌프란시스코=안상희 조선비즈 기자
에어비앤비가 주목받는 이유는 돈만이 아니다.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와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의 선구자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미국 비즈니스전문지인 '패스트컴퍼니'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으로 에어비앤비를 꼽으며 "전통 호텔산업을 위협하는 혁신기업이면서 유사한 비즈니스모델 벤처 창업붐을 촉발한 주역"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이비앤비 이후 자동차·옷·재능 등을 공유하는 벤처기업들이 전 세계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WeeklyBIZ는 인터뷰 추진 1년여만에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Gebbia·31) 최고정보책임자를 국내 언론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동창생인 동갑내기 브라이언 체스키(Chesky·31)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창업했다. 두 사람은 웹사이트를 등록·제작하는 데 쓴 단돈 20달러로 시작해 지금의 에어비엔비를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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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연결 넘어 인간적 교감의 창구로"―창업 초기 무시를 당했다고 들었다.
"체스키와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방이나 집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것에 착안해 창업을 했다. 하지만 디자이너 2명으로 된 회사에 눈길을 주는 투자자는 없었다. 3번째 창업 멤버로 엔지니어인 네이선 블레차르치크(Blecharczyk·현 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했지만 투자자들은 창업자 중 두 명이 디자이너라며 우리를 믿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과 많은 의구심 속에서 창업 초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초반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나?
"처음 2년 동안은 매우 힘들고 어려웠다. 그때는 아무도 공유경제라는 것을 믿지 않았고, 공유경제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의 비전은 확실했지만, 사람들에게 우리의 비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입소문이 우리를 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을 공유한 집주인들과 사용자들이 에어비앤비에서 멋진 경험을 한 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알리면서 에어비앤비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구전(口傳)의 힘이 발휘된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나 앱 등 보기 좋은 디자인만으로 고객을 잡을 수 있다고 보나?
"우리는 보기에만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들이 인간적인 교감(personal touch)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서로 공통점을 찾고 이를 나눈다. 집주인이 자신의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을 위해 많은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여행 올 가족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냉장고에 미리 채워넣는 배려를 베풀 수 있다. 때로는 공항에 이용자를 직접 데리러 나갈 수도 있다. 주인과 이용객 간에 일어나는 인간적인 교감은 무궁무진하다. 호텔과는 다른 감동이 있다. 이런 진실한 교감은 단순히 돈을 벌려는 임대 사업자와 에어비앤비가 다른 점이다. 여행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인의 생생한 삶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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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바탕에는 늘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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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에어비앤비 숙박료가 하루 214달러인 유럽 산간지역에 있는 이글루. 2일박당 1463달러 하는 이탈리아의 고성(古城.) /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이익 극대화와 거리가 먼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공유경제가 자본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혁명(natural revolution)이며 더 똑똑해진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영리해진 것이다. 효율성이 필요하고 자원이 부족한 상황, 고립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장점은 간직한 채 효율성을 더한 것이다. 우리는 싼값에 묵고 싶다는 여행객의 고민과 빈방을 놀리고 싶지 않다는 집주인의 고민 모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해결했다. 공유경제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한 것이다."
―공유경제도 결국 돈 버는 방법이 아닌가.
"지난해 10월말 돌풍과 해일을 동반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시를 강타했을 때, 시민 수천명이 이재민이 됐다. 당시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던 셸이라는 여성은 샌디 피해 시민을 위해 자기 집의 방 5개를 에어비앤비에 무료로 내놨다. 우리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샌디 이재민만을 위한 새로운 코너를 만들었다. 48시간도 안 돼 방주인 1000명 이상이 무료로 방을 공유했다. 기적이었다. 일반 호텔 체인이었다면 가능했겠는가.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이전의 민박 사업과 다른 점은?
"경험을 쉽게 공유하고 평판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이 차이를 만들었다. 인터넷은 각 지역에 있는 사람들 간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서로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소유보다 무언가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 바깥인 오프라인에서도 공유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방 벤처가 많이 등장했는데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모방업체들이 우리의 혼(魂)까지는 절대 베낄 수 없다. 우리의 전략은 경쟁사에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우리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기 위한 '춤'을 완벽하게 추려고 한다. 차·집·배·공간 등 공유대상은 모두 실체가 있다. 공유경제 기업은 오프라인에 있는 공유대상과 그것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사이에서 완벽한 춤을 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자동차·의류·장난감·재능 등 여러 분야에서 공유경제를 표방한 신생기업이 대거 등장했지만 아직 성공 사례가 드물다.
"일부 공유경제 관련 기업은 단순히 온라인을 통해 무언가를 공유만 하면 공유경제가 된다고 착각한다. 공유경제의 밑바탕에는 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공유한 집 뒤에도 사람이 있고, 공유경제 움직임에 불씨를 붙인 것도 사람이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