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계곡과 대천 진단
장산계곡과 대천호수 그리고 대천을 둘러보면서 하천전문가들의 처방전을 들었다.
●장산계곡정비사업?
이준경 : 장산계곡정비사업은 애초부터 재해방지가 아니라 물놀이 공간을 염두에 두고 공사를 했다. 재해방지를 위한 사방댐 형태는 필요하지 않았다. 사방댐 역할은 대천호수가 잘하고 있는데도 재해방지를 위한 장산계곡정비는 무리한 공사였다. 많은 토사가 밀려드는 대천호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토사가 계속 쌓이니까 대천호수 바닥의 물을 빼고 준설을 자주해야 한다. 준설의 경비도 문제지만 대천호수 물을 빼 바닥이 드러날 때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식물과 동물들의 생태가 다 망가진다.
최대현 : 계곡의 무너져 내린 부분에 정비를 한다고 한 게 이런 꼴로 나타나 해마다 손을 봐야하며 토사유출도 심해 대천호수 준설이 잦아졌다. 장산계곡의 가장자리 부분이 무너졌다고 하면서 해운대구청에서 공사를 하려고 할 당시 처음부터 필요없는 공사라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받아 시행한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공사를 해야 한다면 “계획에 포함된 공사 내용전체를 100으로 봤을때 80%는 정비하지 말고 그대로 두고, 나머지 약 20%도 정말로 무너진 곳만 공사를 하라”고 자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지금의 형태로 계곡 공사를 감행했다.
●장산계곡도 휴식구간을 정하자
이준경 : 장산 등산로만 휴식년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계곡도 부분구간 휴식제를 실시해야 한다. 많은 주민들이 계곡으로 몰릴 때 일정구간을 정해 물고기를 비롯해 수생동물들이 인파를 피해 쉴 공간이 있어야 건강한 계곡이 유지된다. 계곡 휴식년제인 셈이다.
●콘크리트로 굳어지는 대천을 보며
대천호수 아래는 아주 튼튼하게 콘크리트로 중무장을 시켜놓고 있다. 그 아래는 다행히 갯버들을 비롯한 갈대들이 대천가에 많이 정착한 모습이다. 해운대 도서관 근처를 오니 고착철망이 바닥에서 비쭉 모습을 내밀고 있다. 철망이며 돌에 박힌 편자로 걱정을 한다. 특히 다들 돌에 박힌 편자를 보곤 물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친자연형하천공사를 해놓고 역으로 인간이 만든 시설물로 들어가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춘천 3호교 아래 바닥에 철망이 다 드러난 곳은 벌써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다 메워놓고 있다. 지나가는 주민들이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방법은 없는가”라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또 어떤 분은 “대천을 이 꼴로 만든 놈을 꼭 좀 밝혀 달라“고 한다. 한창 떼 지어 고기가 노닐 시기인데 가끔 피리 한 두 마리 만 보일 뿐 은어나 떼지어 노는 물고기는 볼 수 없다. 키가 조금 큰 사람은 선 채로 통과하지 못하는 위험한 춘천 4호교와 대천마을까지 내려왔다.
근처에서 차 한 잔을 하면서 저마다 소감을 늘어놓는다.
●재해의 개념으로 보수하면 끝이 없다. 대천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준경 : 제방이 무너지면 재해다. 그러나 제방 안 저수호안의 경우 무너져도 재해는 아니다. 그런데 저수호안이 무너진 것을 다시 손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미애 : 해마다 부서진 곳을 보수하다보면 다음엔 그보다 약한 지점이 붕괴될 수 있다. 그러면 또 그 부분을 콘크리트로 보수하는 행위를 반복하다보면 대천은 어느덧 콘크리트 하천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주민들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최대현 : 대천 내의 산책로를 포기하자. 양쪽 산책로 중 최소 한쪽의 산책로라도 포기하자. 대천은 신도시 조성 때 하천을 따라 제방 밖에 양쪽 모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를 더 욕심내서 하천 안으로 산책로를 만들고 보니 붕괴가 된다. 한쪽의 산책로는 붕괴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자. 그러면 붕괴되어도 돌은 저절로 자기자리를 찾아간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붕괴된 자리가 자연스럽게 자연상태로 될 것이다.
강호열 : 화명동 대천천의 경우 재해의 경우가 아닌 곳은 붕괴가 되어서도 보수를 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저절로 복구된 지점이 있다.
이준경 : 대천이 붕괴되는 것은 장산계곡의 정비사업과도 연관이 있다. 홍수 시 물과 함께 토사가 밀려와 그 힘이 더 해졌다. 장산계곡정비 전에는 대천이 비교적 홍수에 잘 견디어 냈다.
●주민들 스스로 대천을 가꾸어야 할 때
최대현 : 앞으로 하천 내 저수호안이 더 붕괴가 일어난다면 욕심을 버리고, 하천내의 산책로를 포기해야 된다. 굳이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하천 밖에 산책로가 있지 않은가. 대천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가지는 애착이 매우 강하다. 주민들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대천을 가꾸어야 한다.
강호열 : 높은 주민수준으로 좋은 단체가 만들어질 것이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면 멋진 도심하천으로 만들 수 있다.
강미애 : 우리 동네의 경우 학장천, 구덕천은 그동안 생명이 살지 못했던 하천이었다. 주민들이 이 하천을 살리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고 작년 말부터 다양한 물고기가 돌아왔다. 해운대의 대천의 경우는 은어도 올라오는 멋진 하천이다. 하천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으면 그만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쉬는 하천으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주민들의 지혜을 모으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북구 대천천과 학장천에는 시민단체가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해운대 대천도 대천을 보다 바람직한 생태하천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할 시민단체 결성이 필요하다.
이준경 : 신도시라이프가 주축이 되어 대천을 위한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강호열 : 화명동 대천천으로 와서 시찰을 한번 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상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렇게 훌륭한 하천인데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루빨리 대천을 위한 모임이 결성되어 주민의 이름으로 보호해야 한다.
하천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대천은 선망의 대상이면서 또 한편으론 아픈 자식을 보는 대하는 눈길이었다. 자식이 아프면 어찌해야 하나? 마냥 조물락거리기만 하면 자식이 낫질 않는다. 병의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한다. 모두가 대천을 자식처럼 여길 때 대천은 살아날 것이다.
대천을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하여 처방전을 내린 전문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준경(생명그물 정책실장),
강호열(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최대현(걷고싶은부산 대외협력국장),
강미애(학장천살리기 주민모임 대표)
지난 7월 23일 장산계곡과 대천을 찾은 하천전문가들. 왼쪽으로 부터 이준경, 최대현, 강호열, 강미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