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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면접을 본 후 첫 활동하는 날입니다.
지난 주에 단짝하는 아이들과 언니(청소년)들은 떡볶이 만들어먹고 놀이하자 했었죠.
청소년과 아이들이 머리 맞대 의논하여
각자 조금씩 재료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언니가 할머니 댁에서 키우는 '친환경' 오이 가져온대요. 히히."
언니 이야기 하나에 빵 하고 웃음보가 터지는 동생들, 보는 것만으로도 정답습니다.
아은이는 멸치육수와 떡볶이용 떡 가져오고
신영이는 김밥에 쓸 단무지와 나눠먹을 아이스크림을 넉넉히 사왔어요.
유정이(단짝하는 언니)가 다른 재료를 가져올테니 이번은 안 가져와도 괜찮다던 숙영이에게
지난 주 "음료수 한 병 정도 챙겨오는 건 어떻겠니?" 물었더니
오늘 배움터 오는 길에 "음료수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하며
음료수 한 병을 손에 쥐고 왔습니다.
"숙영아, 작은 것 하나라도 보태려는 그 마음이 참 귀한거야. 잘했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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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영이 어머니 말씀으로 이번 주 내내 학교 수학캠프, 영어캠프 수업이 있었는데
숙영이가 정말 안 가고 싶어해서 억지로 보내지 않는 대신
단짝하는 유정이가 활동할 때 공부를 조금 도와주고
요리를 하든 무얼 하든 놀았으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이런 생각을 숙영이에게 설명하고,
유정이에게 그렇게 따로 부탁해도 좋을지 물은 후
유정이가 왔을 때 그 내용을 따로 부탁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유정이가 숙영이에게
"숙영아, 평소 공부하던 문제집 있어? 2학기 것도 좋고" 하고 묻습니다.
동생들 공부를 돕고 싶어하는 선배가 있고
그 선배는 그 동생이 잘 따르는 사람이니 서로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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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인 유정이와 주희가 김밥용 김을 구워 간을 하곤 동생들에게 맛을 보여줍니다.
"바삭바삭하게 맛있지?" 묻는 언니와 "응, 맛있어 언니" 하는 모습이 참으로 정답습니다.
언니인 청소년들도 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 언니가 다 해줄게" 하기보다
언니들이 먼저 요리하는 본을 보이되 필요한 부분은 부탁합니다.
그게 참 고맙고 다행입니다.
숙영이에게 재료 썰기를 부탁하고
신영이에게 썰은 재료를 다듬어놓고
아은이에게 당근을 볶아 달라 합니다.
청소년들이 동생들에게 묻고 의논하고 때론 부탁하며 잘하니
주방 문을 잠시 믿고 활동에 집중하도록 닫아도 될만큼 편안합니다.
조금 뒤 떡볶이와 김밥이 완성되자 밖에서 재량활동하고 놀던 동생들 맛보라며
접시와 그릇 가득 담아서 가져다 줍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고마워 언니."
동생들 생각해서 넉넉히 만들어 갖다준 마음과
고맙다 인사하고 먹는 마음이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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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이, 정희는 평상에서 먹겠다는 단짝 활동 언니, 또래들을 위해
걸레를 깨끗이 빨아 평상을 닦았습니다.
어찌나 제대로 닦았는지 그대로 누워도 될만큼 깨끗해요.
"다빈아, 정말 잘 닦았다! 누워도 되겠어!" 했습니다.
정리하고 청소할 때 참 잘 앞서주는 다빈이, 고맙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했더니 "다빈아, 정희야 고마워." 언니들도 인사를 전합니다.
깔끔하게 평상을 닦아준 덕에 다빈이, 정희도 단짝은 아니지만
도란도란 둘러앉아 간식을 나눠 먹습니다.
"이제 함께 놀거라며?" 물으니 "네, 1부 끝난 거에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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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과 놀고 난 후, 단짝한 숙영이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언니들이 작은 수첩, 메모장, 손거울 같은 물건을 가져와
배움터 근처에 숨겨두고 '보물찾기' 놀이를 했답니다.
그러곤 찾는 동생에게 주었다는데
일면식 없이 스치듯 지나가는 님비형 자원봉사자나 복지사업의 대상자로 받은 선물이라면
아이의 인격을 생각해 무척 조심스러웠을텐데
동네 선배로서 아는 동생에게 준 선물일테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그래도 다음주에 따로 부탁해야지요. 분란 생길 물건을 선물하기보다 편지, 쪽지는 어떨지...)
다음주는 무얼 하는지 물으니
각자 원통종합복지타운 도서관에서 만나 공부를 조금 하고
멀티미디어실에 함께 모여 영화를 보기로 했답니다.
한 청소년이 한 동생과 개별적으로 만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으나
또래 관계가 소중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동생들을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어
마음 속으로 다음 주까지 믿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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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만들어 먹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하고,
동생의 공부를 돕고 영화 DVD 함께 보고...
한없이 평범한 동네 선후배 방학의 일상이라 고맙습니다.
자원봉사라는 이름보다 아는 동생과 노는 모습에 가까워 고맙습니다.
활동 내내 큰 소리 날 것 없이, 정답고 가까워보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