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물을 주면서 민지는 밤새 살금살금 기어 나 온 억새풀들을 찾아내어 사정없이 뽑아냅니다. 더러 허리가 잘려지기도 하지만 억새가 뽑혀 나오면서 몸부림치고 발버둥치지만 요놈들을 그렇게 사정없이 뽑아 내어도 그 다음날 가만히 드려다 보면 억새는 어느새 삐죽이 나와 있다가 민지를 보면 얼른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 버립니다. 그래도 찾아내어 팔을 잡아채면 안나오겠다고 울부짖습니다.
처음엔 억새도 아름답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고운 비와, 구름과, 바람과, 하늘을 바라보고 같이 살아가야지, 저 눈부신 햇살을 받아서 곱게 자라고 싶겠지, 너희도 살아갈 권리가 있고 말고, 이지구 안에서 같이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 지구 안에 사는 식물이나 동물이나 다 같이 살면서 공기도, 구름도 비도 하늘도 다 같이 보고 사는 처지인데 하고 적당히 같이 살아 가야지하며 눈감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이 억새 풀 족속들은 그낭 놓아두면 사정없이 마구 파고 들어와 예쁜 꽃들을 밑동까지 뚫고 헤집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밀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무법자입니다.
민지가 심은 코스모스는 가냘프고 몸매로 겸손히 얼굴을 붉히면서 살랑 살랑 부는 바람에도 고마워하고, 얼굴이 붉히고 겸손하고, 예뿐 색칠을 한 꽃잎을 만들어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데도 코스모스는 교만하지 않고, 언제나 수줍어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민지에게 언제나 고마워 하고 감사하며 자기가 가진 대로 곱게 빛을 내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요놈의 억새는 빛도 없고 예쁘지도 않은 것이, 억새는 한곳에 뿌리를 내리면 불숙 불숙 아무 곳이나 솟아나서 이웃을 괴롭게 합니다. 조그만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와서 큰 소리쳐 떠들고 대고 호들갑을 떨며 씨그럽습니다. 이웃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아끼는 물방울을 빼앗아 가서 얼굴을 씻습니다. 이쁘지도 않은 것이, 그래서 꽃동네 식구들은 슬슬 피하고 안만나 줍니다. 조그만 패랭이꽃은 옆에 올까 저만큼 쭈그리고 앉아서 기도 못 피는 있습니다. 억새는 기운도 세고 남의 것을 내 것 마냥 빼앗아 먹으면서 제것인양 미안하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민지는 그래서 무법자가 더욱 미워져서 원수 같이 보기만 하면 뽑아 버립니다
억새풀은 깡패와 갔습니다. 그놈은 뿌리에 조그만 씨눈을 여럿을 달고 있어서 아무 데고 찾아가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 뽑아내어 버려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밤이면 그 씨방에 이슬을 담아 두엇다가 낯에 살아 남아 납니다 . 그러기 때문에 억새풀은 뽑아서 비닐 주머니에 넣어 묶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데나 살아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나서 이웃을 해를 주고 서슴없이 죽이기도 합니다.
민지는 사정없이 억새를 보기만 하면 뽑아내어 비닐 봉지에 담아 멀리 쓰레기장으로 버립니다.
민지네 꽃밭 동네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제목은 무법자 억새를 단호히 처단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장미꽃 아저씨는 회장이 되고 목단 아줌마는 총무가 되고, 후르메리아 아저씨가 서기가 되어 기록을 하였습니다 . 꽃동네 식구들은 다 모였습니다 . 어린 새싹들도 모였습니다.
장미는 가시가 있으니까, 가시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억새를 가시로 막아달라는 제안이 만장 일치가 채택되었습니다. 장미 회장은 회장답게 승낙을 하고 꽃동네 사람들은 박수를 짝짝 받았습니다.
장미꽃 아저씨는 밤새 자지 않고 장미 가시로 꽃밭에 무법으로 들어오는 자마다 찔러 대기로 하였습니다.
후르메리아는 지키며 꽃내음 주머니에서 냄새를 더 많이 내 보내어서 무법으로 들어오는 자에게 취하게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일어난 나팔꽃이 나팔을 불면 일제히 일어나 밤새 올라온 무법자가 없나 있나 살피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무법자가 있으면 나팔을 불어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꽃동네 식구들은 일제히 합창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
민지가 꽃밭 동네 합창을 알아듣고 달려 나와 줄 것입니다. 밤새 몰래 들어온 무법자들을 하나하나 뽑아 줄 것이니까...
꽃밭동네가 회의 한 대로 장미가시는 들어오던 작은 벌레들을 가시로 찔러 대어 못 들어오고, 퍼런 잎을 자랑하던 억새도 시들시들하다가 민지를 보더니 납작 엎드려 죽은 듯이 하고 있습니다 . 후르메리아가 품어내던 냄새에 억새는 취하여 축 늘어 진 모양입니다.
"어머 억새야 이제 힘들지 내가 무법자 노릇을 안 해도 너를 뽑아 버리지도 않을 것인데, "다른 데로 가서 살아라" 하고 뽑은 억새를 뒤뜰에 버렸습니다 .잔디 속에서 숨어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여 뽑아 버리지는 안습니다. 오늘 아침에 축 늘어진 억새가 가엽게 보였습니다.
코스모스 아침에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꽃망울을 터트리고, 도라지는 밤새 만들었던 꽃바구니를 활짝 열고 꽃잎에 햇살을 받아 저장을 하였습니다. 채송화도 밤새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해님을 향해 활짝 얼굴을 들고, 빨간 마음을 내놓았습니다 "사랑해요" 합니다 .
해님은 빙그레 웃어 줍니다. 아무도 해님이 웃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 어저께 사다 심은 노란 과꽃도 빙그레 웃고 한몫하고 있습니다 .
꽃동네는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아침이면 잘려 나간 치마 자락이 오늘은 그냥 이슬을 한아름 가득히 받아 가지고 있고, 코스모스 아이들도 밑동이 안 잘려 나갔습니다. 채송화도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 과꽃도 오늘 아침에 노란 물감에 물망을 하나 달고 행복하였다 , 평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 오늘 아침은 부산합니다. 그 동안 중단한 일들을 다시 즐겁게 할 수 있어서 꽃동네에서는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꽃밭에는 꽃들이 노래하고요
강가로 놀러 갔던 실바람
춤을 추면은 나팔 꽃 노래 불러요
민지는 파란 호수를 가지고 나와 꽃동네에 물을 뿌려집니다. 민지가 호수를 들고 나오면 꽃동네 사람들은 목욕을 합니다. 햇살은 보랏빛은 물 줄기 따라 무지개를 놓아줍니다 . 무지개 다리가 놓아지면 꽃잎 속에 숨어있던 물방울은 모두 나와서 무지개다리를 건너옵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일년에 한번은 찾아온다는 님을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작은 물방울들이 예뿐 꽃망울을 들고나옵니다. 고운 님을 만나려고 꽃망울들이 속에 들어 있는, 붉은 마음, 파란마음, 노란 마음들이 꽃망울 속에서 일제히 나옵니다. 파란마음, 붉은 마음, 노란 마음들이 모여 무지개는 더욱 예쁩니다. 그러다 오지 않는 고운 님이 오늘 못 만나면 다음을 기다리며 슬퍼집니다. 햇살은 무지개 마음들을 거두어 빛살 무지개 주머니에 넣어 둡니다 .
그러고 나면 꽃들은 꽃술에 꽃가루 만들고, 꽃술 속에 들어 있는 꿀을 먹으려고 찾아오는 나비를 맞이할 준비하는 꽃잎들은 곱게 무지개로 단장을 하였습니다. 씨방에서는 씨를 만들어 내느라고 바쁩니다. 햇살은 하얀 꽃잎에 더욱 고운 물감을 드려서 예쁘게 만들기에 바쁩니다. 줄기들은 땅속에 깊이 물을 찾아 열심히 실어 날러 잎파리에 꽃잎에 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줄기가 물을 못 보내면 꽃잎도 잎들도 힘없이 축 늘어져 있으면, 나비도 벌님도 오지 않습니다. 새줄기 가지는 새 순을 만드느라고 실 피톨 터트리고 바쁘답니다.저녁에 다시 민지가 뿌려 주는 물에 목욕을 하고 밤을 준비를 합니다 . 저녁 노을은 넘어가지 않으려고 구름에게 빨간 마음을 물 드리고 갑니다 .
. 꽃동네 식구들은 한 달에 한번 별님들과 달님들이 함께 내려와서 놀다 가는 날에는 밤이 새는 줄 모르고 꽃동네는 축제가 열립니다. 달님은 가지고 온 노란 불을 뿌려주고 별빛은 푸른 불을 가지고 와서 은하수 이야기하면 밤하늘은 하얗게 내려옵니다. 가끔가다 별들의 전쟁이 일어난 것도 들려줍니다. 그러면 우리 꽃동네 식구들은 무서워 전쟁은 별들은 왜 하나요 물어 봅니다 .별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모른다는 것입니다 .
꽃동네 식구들은 달님에게 별님에게 낮에 있었던 세상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은 꽃밭 동네에서 회의를 하고 장미 아저씨가 회장이 되어 꽃동네를 가시로 지키어 주었다는 이야기와 후르메리아가 진한 향기로 억새풀이 꼼짝 못하고 죽은 듯이 누어 있었다는 이야기와 나팔꽃이 나팔을 불 때 모두 일어나 합창을 하였다는 말을 전하여 주었습니다. 별님은 그 말을 듣더니 푸른 빛 가시로 꽃동네 들어오는 무법자를 막아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듣고 있던 달님은 노란 주머니 열어 노랗게 불을 뿌리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준다고 하였습니다. 달님은 자주 못 들리어 미안하다 합니다 .
구름이 꽃동네를 덥지 않으면 별님은 매일 저녁 찾아옵니다. 별들이 많이 올적도 있고, 엄마 아빠 아기별만 찾아오기도 합니다. 벌 님이 올적에는 항상 푸른 불을 가지고 와서 환하게 밝히어 줍니다 .
별님이 해님이 나오시기 전에 허둥지둥 올라갑니다. 별님은 푸른 불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올라갑니다. 푸른 불은 꽃잎과 풀잎 속에 찾아 들어갑니다 . 푸른 불빛은 꽃잎 속에서 풀잎 속에서 있다가 아침에 해님이 찾아오면 빤짝빤짝 이슬이 되어 있습니다.
물방울들은 낯에는 이파리 속에 숨어들어 갑니다. 꽃동네 식구들 꽃잎 속에 숨어 있는 푸른 불과 노란 불이 낯에는 그늘 밑에서 잠을 잡니다. 민지네 집 꽃동네 꽃들은 밤마다 별님이 잊어 먹고 간 푸른 불에 아이들은 꿈은 소복이 쏟아지고 그 속에서 꽃들은 자랍니다.
달님이 뿌려 주고 가는 노란 불에 행복을 가꾸고, 장미 아저씨가 가시로 지키어 주어, 이제 억새는 몰래 들어오지 못합니다. 별빛은 푸른 불 가시로 밤을 지키고, 달님의 노란 물감으로 꽃밭을 만들고, 후르메리아 진한 향기로 꽃동네는 소복이 쌓이는 행복과 평화로 살아갑니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