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트렌드와 가치…삶
요즘 일요일 저녁 6시 텔레비전을 켜 봤는지…. 그러면 재미난 현상을 보게 된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박 프로그램인 SBS의 ‘패밀리가 떴다’와 KBS의 ‘1박2일’ 모두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해 전 MBC의 〈전원일기〉가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폐지된 것을 감안하면 이색적인 현상이다.
이 현상을 두고 한 언론매체는 ‘TV 속 귀농 열풍’이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으로 돌아가고픈 현대인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 삶의 여유를 찾으려 농촌을 찾는 도시민이 부쩍 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완도 청산도와 신안 증도를 보자. 슬로시티는 느리게 사는 삶을 지향하고, 지역요리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환경을 훼손하는 생활을 멀리하는 삶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겐 답답하기만 한 이곳이 지금은 도시민들의 로망(꿈)이 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25만명의 도시민이 찾았다.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이곳에서 도시민들은 따뜻하게 우려낸 차가 다 식도록 기다리면서 자연을 느끼는 ‘느린 삶’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며칠 후면 숨 막히는 도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만 아쉬워할 뿐이다.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귀농 패턴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생계형 귀농에서 벗어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실버 귀농과 자녀 교육을 위한 대안학교 귀농, 도시에서 살지만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주말농장 귀농 등이 한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5도2촌(5일은 도시에, 2일은 농촌에 거주)이 늘고 있다. 여기엔 자녀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보여 주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열정이 숨어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주말이면 경기 양평에 있는 전원주택을 찾는 노희선씨는 농촌생활을 예찬하고 있다.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싹을 틔워 땅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세요.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최근엔 ‘생태형 귀농’이 뜨고 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는 의미에서 이같이 부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30~50대의 고학력자로 도시에서 고액 연봉과 번듯한 직장을 가졌다는 것.
그렇다면 이들은 왜 농촌을 찾는 것일까. 바쁘게 사는 도시생활 대신 적게 벌어 덜 쓰더라도 자연 속에서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삶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귀농해 생태농업에 종사하며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 미국 사상가 스콧 니어링의 삶을 꿈꾸고 있다.
이들 귀농자들은 지금 농촌에서 경제적으론 덜 풍족하지만 ‘조급증 없이 즐겁게 삶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