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한 미생물학적 관점
1. 김치란 ?
김치류는 채소에 소금과 기타 조미료를 첨가하여 자연상태에서 발효시킨 산미, 감미, 탄산미가 조화된 맛을 내는 한국 고유의 채소류 발효식품으로 서양의 대표적 침채류인 pickle이나 sauerkraut와는 다른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김치는 사용하는 주원료의 종류나 형태, 담그는 방법, 시기, 지방 등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여 통배추 김치, 깍뚜기, 동치미, 총각김치, 무우짠지, 보쌈김치, 석박지, 오이소배기, 오이지 등이 있다.
2. 김치 숙성원리
김치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등을 ‘담근다’는 말에는 ‘삭힌다’ ‘익힌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유해균의 번식 발육을 저지해 부패를 막고 유익한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해 재료들이 ‘담가’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복합적 발효작용이 일어나 독특한 맛과 향을 생성하는 음식으로 ‘익는’ 것이다. 주변 온도와 공기 등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첨가 조미료가 재료의 생체조직에 작용하는 효능, 자생된 각 종 미생물의 활동 등으로 이뤄진다.
우리 선인들은 이같은 발효원리를 자연으로부터 터득하고 이를 이용한 야채 저장의 수단으로 김치를 담궜다. 김치는 콩을 발효해 만든 장유류, 곡물 과실로 제조한 주류(酒類), 식초 등의 양조기술과 함께 현대과학이 증명한 인류 음식문화의 백미다.
모든 김치에는 소금이 쓰인다. 양(量)은 지방과 계절, 개인이나 가정의 식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소금의 중요한 역할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소금은 각 종 잡균의 침입과 번식을 억제해 부패를 막고, 유효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생육 번식시킨다. 또 야채의 숨쉬는 세포를 죽임으로써 세포와 세포 사이의 성분을 교류시켜 효소작용을 촉진시킨다. 이로써 야채 전체에 풍미와 지미(旨味)성분을 형성한다.
김치가 익을 동안 무거운 것으로 ‘눌림’을 하는 것은, 식염효과를 가속시켜 야채의 세포 속 즙(汁)을 빠르게 추출하며,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야채가 뭉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숙성 발효되는 동안 내염성(耐鹽性) 젖산균(乳酸菌)이 번식해, 독특한 김치 맛을 이룬다. 젖산균의 활동은 부패 변질을 초래하는 잡균의 침입과 번식을 막는다. 이와 같은 숙성원리는 모든 김치에 공통되며, 재료와 배합 조미료, 숙성과정의 여러 상황에 따라 풍미와 품질에 약간씩 차이가 생긴다. 김치 발효에 참가하는 유효 미생물은 기온이 낮을수록 활동이 원활해져 부패와 이상(異常) 발효를 막는다. 따라서 김치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식염농도와 배합조미료, 공기 접촉의 여부 등에 따라 미생물들의 번식과 활동이 달라지므로, 이들 조건은 김치 전체의 맛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3. 숙성중 김치의 성분변화
소금에만 절인 김치를 그대로 숙성시키면, 처음에는 염분이 삼투돼 짠 맛 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효작용으로 인한 신맛과 약간의 단맛이 생긴다. 이 맛이 미생물의 번식과 활동을 증명하는 ‘발효 맛’이며, 삭은 맛’과 ‘익은 맛’이다. 다른 양념이 첨가되면 양념에서 오는 맛과 미생물이 만든 맛이 혼합돼, 김치 특유의 맛이 형성된다.
숙성에 관여하는 각종 유기산은 새콤달콤한 김치 맛을 만들며, 호박산과 아미노산 종류가 많이 생길 즈음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이때 비타민C의 양도 최고치에 이르게 된다. 장유류 식초 등은 물론, 맥주 포도주의 중요한 맛도 호박산으로부터 온다. 이처럼 호박산과 젖산이 생성 함유된 음식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된다.
양념으로 첨가되는 단백질 분해물 또한 김치 맛의 형성에 관여한다. 장유류 맛의 주성분도 단백질 자체가 아닌 그 분해물질인 아미노산이다. 김치에 첨가하는 젓갈은 단백질 분해물질로, 적은 양으로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치는 효모에 의해 여러 화학성분 중 당분이 발효돼 ‘에스테르’를 생성하고, 유해잡균을 억제했을 때 가장 맛이 뛰어나다. 이후 젖산균의 발육이 진행되면서부터는 주정(酒精)과 당분이 소모돼, 점차 신맛을 더하고 산패해 간다. 그러므로 김치가 익는 도중 적당히 공기를 통하게 해 지나친 젖산균의 발육을 막는 것이 좋다.
가. 미생물에 의한 변화
김치중에서 분리된 미생물로는 Lactobacillus plantarum, Lactobacillus brevis, Streptococcus faecalis, Pediococcus cerevisiae, Leuconostoc mesenteroides등의 젓산균과 Achromobacter, Flavobacterium, Pseudomonas속에 속하는 호기성 세균이 보고된 바 있으며 김치숙성 후기에는 여러 가지 산막효소(Debaryomyces, Zygosaccharomyces)가 출현하게 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이들 효모의 증식으로 김치 중의 젓산이 감소되고 마침내 부패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게 되어 악취가 발생하며 김치의 연부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나 성분변화
1) 김치를 담근 직후의 pH는 5.5~5.8이며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젓산의 생성으로 더욱 산성으로 되 어 최적 숙성기에는 4.2~4.5로 되고 과숙하게 되면 4.0이하로 된다.
2) 김치가 가장 먹기 좋을 때의 산도는 0.4~0.75%이며 1.0%이상이 되면 과숙된 상태이고 발효가 안전히 끝나면 1.5~2.0에 달한다.
3) 당류는 김치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감소하고 산도는 반대로 높아지며 김치 중에 생성되는 유기 산으로는 lactic acid, acetic acid를 비롯하여 citric, malic, fumaric, succinic, oxalic, tartaric, malonic, maleic 및 glycolic acid등이 있다.
4) Vitamin중 B1, B2, B3 및 nicin은 대개의 경우 담근 후 약간 감소하였다가 숙성되어 김치의 맛이 가장 좋을 때 그 함량이 최고로 된다고 하여(김치 숙성 전의 약2배) 산패와 동시에 감소한다. 러나 vitamin C는 숙성 초기에 약간 증가하나 점차로 감소하며 carotene은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로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4. 김치의 저장원리
김치는 김칫독을 이용해 오랜 시간 보관하도록 땅에 묻었다. 이는 흙의 단열효과를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한반도의 기후는 여름 내내 남태평양의 따가운 열기단이 지배하고, 겨우 내내 시베리아의 냉기단이 지배하는 동계 하계 반반형이다. 늘 겨울 날씨만 같으면 유럽처럼 벽돌집 짓고 살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사계가 있어 불편하다. 특히 여름에는 낮에 집열했던 열을 밤새워 뿜어대고 궂은날 적셔둔 습기를 두고두고 뿜어대는 동계형 건재만으로는 불쾌해서 살아낼 수 없다. 겨울과 여름을 똑같이 쾌적하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차단하는 열전도율이 가장 낮은 건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일거양득의 건재가 바로 흙이다.
따가운 여름볕이 내내 토벽 위로 내리쬐도 그 속벽은 시원하고, 차가운 북풍한설에 벽이 노출돼 있어도 속벽에는 온기가 서려 있음은, 바로 흙이 지닌 그러한 성질 때문이다. 토벽은 외부 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 외에도, 실내 습도의 자동조절 기능을 가진다. 실내 습도가 쾌적도를 넘어서면 흙이 여분의 습기를 흡수했다가, 쾌적도를 밑돌기 시작하면 다시 뿜어낸다. 뿐만이 아니다. 흙은 자동환풍 기능을 지닌 에어컨디셔너이기도 하다. 흙칠을 하면 전혀 바람이 안 통할 것 같지만, 실제 외부와 내부 공기가 필요한 만큼 미립자 틈으로 유통돼 쾌적상태를 유지한다. 흙과 식생활과의 관계는 ‘묻는다’는 데서 더욱 밀접하게 나타난다. 음식을 장기간 동안 맛의 변질 없이 보관하는 방법으로, 흙의 단열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이 바로 ‘묻음’의 지혜다. 음식을 변질시키는 가장 큰 원흉은 열의 변화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서 자원고가 무한한 물질 가운데 단열효과가 가장 큰 것이 흙이다. 거주공간도 흙으로 쾌적하게 할 수 있다. 음식이나 곡물 등 부패 가능성이 있는 식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도장’이라 하는데, 바로 흙으로 만든 보관가옥이란 뜻의 ‘토장(土藏)’에서 전화된 말이다. 우리 전통 도장에 들어서면 대뜸 땀이 갤 만큼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닥 천장 벽이 모두 흙으로 돼 있어 외기의 변화를 차단시켜 주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익혀 먹는 시기의 길고 짧음에 따라 각 김치들의 보관장소를 달리했다. 좀 일찍 먹을 김칫독은 장독대 응달에, 그보다 늦게 겨울에 먹을 김칫독은 도장에, 그리고 겨울에 내어 봄에 먹을 김칫독은 땅에 묻었다. 조상들은 김치의 산패와 흙의 단열물리를 이렇게 현명하게 활용했다. 김칫독을 땅에 묻고, 겨울을 날 무 배추도 땅에 묻은 후 짚으로 이엉을 이어 덮었던 것이다.
한국의 주택에는 앞마당과 그와 대립하는 공간인 뒷마당이 있다.
뒷마당을 상징하는 장독대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주거 배치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장독대란 간장 된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을 발효 저장하는 독을 놔두는 곳이다. 발효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김치라고 한다면, 그것이 주거 형태로 나타난 것이 장독대다.
5. 김치 제조방법
김치 제조의 원료로서는 배추, 무우가 주원료이고 마늘, 파, 생강, 갓, 미나리, 당근 등이 젓갈과 생선류로는 새우젓, 황새기젓, 동태, 굴, 생새우, 낙지 등이 조미료로서는 소금, 깨, 설탕, 청각, 배, 밤 등이 약 20여 종류의 부재료가 사용된다. 담금 방법은 우선 배추를 10%정도의 식염수로 24시간 절인 뒤 물로 씻고 무우는 조그맣게 조각을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금의 양으로서 대략 3%정도가 적당하다. 3%이하이면 김치의 색은 좋으나 쉽게 연부현상이 일어나고 6%이상이면 색과 풍미가 좋지 않다. 김치의 발효현상은 대체적으로 숙성기간, 균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 산패와 연부현상이 일어나는 기간으로 구분된다. 숙성기간에는 당분과 산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pH는 저하한다. 산패기간에 산도는 급격한 변화없이 증가하나 당분은 급격히 감소한다. 발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로서 고온에서는 단시간, 저온에서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6. 김치의 재료별 작용
□ 고추 : 김치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capsicine)이라는 성분때문인데 캡사이신은 대사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지방을 태워 없애기 때문에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캡사이신은 식욕을 촉진하기도 한다. 또한 고추에는 상당량의 비타민이 들어있다.
□ 마늘 : 예로부터 몸에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마늘은 최근 실험에 의해 과학적으로 마늘이 항암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어 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젓갈 : 젓갈은 이미 발효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김치의 숙성을 촉진시키면서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을 높여준다. 젓갈은 김치의 맛을 더욱 좋게 하면서 영양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 배추 : 배추에 들어있는 캐로틴이라는 성분이 체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을 한다. 비타민C도 다량 함유 되어 있으며 특히 대장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파 : 배추와 마찬가지로 비타민A 와 C가 많고 철분도 많다. 파는 비타민B1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 소금 : 배추를 절일때 쓰는 소금은 해로운 미생물의 침입과 번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배추를 절이게 되면 배추의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데(숨이 죽었다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소금을 넣으면 배추 세포내의 농도보다 바깥의 농도가 더 높아져 삼투압의 원리에 의해 배추 세포내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삼투압 때문에 세포간 물질교류를 활발해지고 효소의 작용이 활성화 되기 때문에 조직감이 좋아지고 젓산이 잘 발효 될 수 있도록 한다.
7. 김치의 효능
□ 비타민이 풍부한 김치
김치는 채소 생산이 어려운 겨울철 비타민 A, B, C 등을 비롯하여, 그 부재료가 지닌 다양한 영양성분을 공급하며 또한 인체의 생리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종합보양식품이다.
□ 인체에 좋은 저칼로리 식품
김치는 채소가 주체가 된 저칼로리 식품으로 식이성 섬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장의 활동을 활성화하면서 체내의 당류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므로 당뇨병, 심장질환, 비만 등 성인병 예방 및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 유산균의 정장작용
김치가 숙성함에 따라 증가하는 유산균은 요구르트와 같이 장내의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 또는 사멸시키는 정장작용을 가지고 있다.
□ 생리대사를 활성화한다
김치의 주 부재료인 고춧가루에는 켑사이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위액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소화작용을 도와주며 또한 비타민 A와 C의 함유량도 많아 항산화작용을 통해 노화를 억제한다. 뿐만 아니라, 마늘에 함유되어 있는 스코르지닌은 스테미너 증진효과가 있으며 아리신 성분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하여 생리대사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생강에 함유되어 있는 진저롤은 식욕 증진 및 혈액순환에 좋은 효과가 있다.
□ 영양상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김치에는 수산물 절임도 폭넓게 사용되어 쌀밥 중심의 식생활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을 공급함으로써 영양상의 균형을 유지하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