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혈액형은 꽤 복잡하다. 그리고 혈액형은 때로는 친자 또는 친부 문제와 관련되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런 오해는 종종 가정불화로 비화되기도 한다.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고 때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도 있는데 단순한 오해로 인해 혈액형이 문제가 되어 가정불화까지 생기는 경우가 실제로 있는것을 보면 안타깝다.
얼마전에 중학생으로 생각되는 어느 여학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여학생은 아무 말 없이 울기부터 했다. 한참을 울고 나서 더듬거리며 "아빠는 A형이고 엄마는 O형인데 자신은 AB형"이라고 하며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느 날 터져 버린것이다. 갑자기 지금의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진짜 부모님은 어디 있을까? 예민한 사춘기의 나이에 갑자기 엄마도 아빠도 낯설어졌고 세상도 낯설어졌을것이다. 정말로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나는 그 여학생을 달래며 그럴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해 주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
실제로 이와 똑같은 사례가 있었다.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혈액형 검사를 받았던 13세 여아의 혈액형이 AB형으로 나왔는데 문제는 아빠는 A형이고 엄마는 O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정밀검사를 거쳐 유전자 검사까지 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 아빠의 혈액형이 정밀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매우 특이한 csi-AB형(AB형의 일종)으로 밝혀졌고 그 여아는 친자임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csi-AB형의 경우에는 유전 방식이 특이해서 종종 오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csi-AB형은 A형 유전자와 B형 유전자가 한 쪽 염색체에 몰려 있어서 통째로 자녀에게 유전된다. 따라서 csi-AB형(유전자형은 AB/O)과 유전자형이 B/O인 B형 부모 사이에서는 AB/B, AB/O, B/O, O/O의 유전자형 조합이 가능하므로 AB형, B형, O형의 자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늘 헌혈을 했는데 18년 동안 A형인 줄로만 알았는데, 검사해보니까 AB형이 나왔어여....
지금까지 검사해 볼 때마다 A형이었는데. 혹시 혈액형이 바뀐 건 아닐까요?
헌혈하기 위해 혈액형 검사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알고 있는 혈액형과 다르게 나오면 무척 당황이 될 것이다. 어떤 혈액형이 진짜 인가. 혈액형이 변한 걸까? 혈액형이 다른 골수를 이식 받으면 공여자의 혈액형으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A형에게 B형 골수를 이식하면 나중에 혈액형도 A형에서 B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혈액형은 원칙적으로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그럼 이 여학생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AB3 또는 A2B3일 것으로 생각된다. AB3 또는A2B3 혈액형은 csi-AB형의 흔한 표현형들이다. 이 경우 B항원이 약하게(weak)표현(예B3)되어 일반적인 혈액형 검사에서는 A형으로 판정될 수도 있다.
- 울산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권석운 교수
첫댓글 윗글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된 혈액소식지에 울산의대 진단 검사의학과 권석운 교수님께서 올리신 글을 소개한것입니다. 끝부분 "A2B3, AB3'는 숫자를 첨자로 처리못하고 이어서 쓴것입니다. 혈액에 대한 얄팍한 지식으로 더이상 오해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좋은 정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