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울림이 없는 생활이 나를 괴롭혔다.
내 마음속에 무엇이 빠져 나간것인지 알 수 없었다. 평상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찾고 싶었다.
친구와 함께 먼 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2016년 새해. 1월 5일 ~ 10일.
kJ산악회 주관인 중국 윈난성(운남성) 호도협과 옥룡설산 트레킹에 참여하게 되었다.
호도협은 옥룡설산과 하바설산를 끼고 이어지는 16Km의 협곡이다.
윈난성의 차를 싣고 티베트로 가던 마방들의 자취를 찾아 따라가는 옛길이다.
옥빛 금사강(장강. 양쯔강의 상류)의 물길을 따라 흰빛 설산에 기대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는 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속칭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1월 5일.
늦은 저녁, 인천에서 어둠을 헤치고 출발한 쓰찬항공 비행기가 3시간 30분 날아 자정무렵
중국 쓰찬성(사천성) 청뚜공항(성도)에 도착하였다. 숙소인 호텔로 이동해 짐 정리를 하고
자리에 누우니 새벽 1시. 현지시간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늦다.
1월 6일.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3시간) 6일 새벽 다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리장(여강)공항.
산뜻한 공기, 병풍처럼 둘러 싼 산, 옥빛보다 푸른 하늘이 선잠으로 설렌 나그네를 포근하게 맞아준다.
평균 고도가 한라산 백록담보다 높은 2300m를 넘는 고원 지대. 분지형의 도시다.
공항에서 느낀 분위기는 고향인 대구를 50년 전의 상태로 돌려 놓은 듯해 감회가 남달랐다.
=리장공항=
공항에서 2시간 차를 타고 교두진에 도착.
여기서 속칭 빵차로 불리는 미니밴으로 갈아 타고 30분 정도 올라 트레킹 출발지인 나시객잔에 도착.
나시객잔에서 현지식 점심과 따뜻한 차로 몸을 녹이고 천천히 출발을 하였다.
오늘 일정은 = 나시객잔 - 28밴드 - 차마객잔 (3시간) - 중도객잔 (2시간).
기념사진도 찍고 콧노래를 부르며 걸으면 대략 대여섯 시간 소요되는 길이다.
=나시객잔=
나시객잔 한쪽에 걸려 있는 7언 절구 한시가 나그네의 눈길을 끈다. 반듯한 본문 해서체와 유려한 낙관의 행서체가 어렴픗이 해석되는 글귀속에 여기가 나시족의 마을이구나라는 객창감을 불러 온다.
"바람 몰아 구름 타고 가는 호도협. 천산 깊은 곳에 나시마을이 있네.
오늘 하루 어느 나그네를 들일 지 모르지만. 이씨 형님은 시내의 새우를 가리키네. "
짧은 한문 실력으로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아닐까?
계곡 아래 펼쳐진 금사강~
나시객잔에서 구비구비 28밴드를 올라가 한숨 돌린 옛 마방의 쉼터 바위에서~~
그들도 여기에서 숨을 고르며 가족들을 생각했겠지.
세 시간 넘어 도착한 차마객잔. 펄럭이는 깃발이 여기가 티베트 가까운 동네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차마객잔=
따뜻한 차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다시 중도객잔을 향하여 뚜벅 뚜버벅~~
흙길과 돌길이 공존하는 차마고도 옛길. 천길 낭떠러지가 한 발 옆이지만~ 쪽빛 하늘아래 바위산들이
손에 잡힐 듯 눈에 안기고...
대여섯 시간 걸려 도착한 중도객잔.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묵는다. 깊은 산속이라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차가왔다. 다행히 전기장판이 침실에 비치되어 추위 고생은 하지 않았다. 나무로 지은 집이라 사람들이 지나가면
위층 여기 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한다. 예민한 나는 선잠만 잘 수밖에 없었다.
=중도객잔=
객잔의 옥상에 올라가니 협곡을 끼고 눈앞을 가로 막는 칼날같은 설산의 줄기!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눈이 아프지 않다. 수만년전 아득한 산 속에 홀로 선 미물이 아닌가?
겸재 정선의 그림 한폭 속에 내가 들어온 듯했다.
한밤중에 밖에 나와 하늘을 우러러니 별이 구슬처럼 크고 손에 잡힐 듯하다. 보석들의 잔치에 넋을 잃었다.
하늘이 가까와서 그런가? 별이 이렇게 많고 크고 밝다니... 바람이 차고 얼굴은 얼얼하지만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한참동안 가슴속에 차곡차곡 주워 담았다. 어설픈 휴대폰에는 담기지 않았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내 삶에서 비바람이 불고 감성이 무디어 질 때면 간직했던 보석들을 하나씩 꺼내어 마음을 정화하고 밝혀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