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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최면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정도로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부터 아주 약간의 최면적 처치에 의해서도 쉽게 최면상태로 진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인은 ‘민감성’이다. 또한 생생한 상상을 잘 하는 경향성이나 몰입정도 등이 관련이 깊은 요인들로 주로 언급되는 걸 보면 지적인 능력 보다는 성향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버드 최면 감수성척도와 같은 표준화된 방법으로 측정을 해 보아도 개인차는 상당히 존재한다. |
최면: 효과와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
그렇다면 최면은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최면에 관하여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점은 아동기와 같은 어린 시절로, 그것도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의식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지점까지 최면을 통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처럼 행동하며 말하고 우는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는 아주 어렸을 때 해외입양을 가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말을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는 성인이 최면을 통해 자신이 어렸을 때 쓰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지적 능력과 사고까지 퇴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기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면의 또 다른 효과 중 하나가 바로 소위 최면 무통(hypnotic analgesia)으로 최면을 통한 통증의 감소이다. 이는 수술과 같은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침이나 마취제보다도 진통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면의 통증효과가 말해주는 더욱 중요한 시사점은 최면의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며 의식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마늘을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이 최면 상태에서 마늘을 아몬드나 땅콩처럼 느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일종의 감각변화이며 마찬가지로 최면의 효과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면의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뇌 연구 결과들을 통해 더욱 잘 입증되고 있다. 최면 상태인 사람이 어떤 메시지를 상상하는 동안 그 사람의 뇌를 촬영하면 우반구 전대상 영역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일상적인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하면 해당 영역의 활동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영역은 주의의 통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최면 동안에는 최면가나 주위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상상보다는 실제의 것으로 인식하도록 뇌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견해이다. 물론 그 효과가 과장되거나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장과 오용은 최면의 진실성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을 낳곤 한다. 예를 들어, 최면을 통해 복원되거나 상실된 기억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편집된 것인지, 또는 최면으로 최면가가 암시하거나 의도한 행동을 완벽하게 피최면자를 통해 수행하게 할 수 있는가 등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는 최면을 보는 관점과 그 사용범위에 있어서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면을 필요로 하거나 동반시키는 다양한 경우에 이 최면의 한계와 적용 범위를 명확히 밝히고 설명하는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데 만병통치약인 양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적절히만 활용한다면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를 치유하는 것에서부터 범죄 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범위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최면이다. 나의 무의식 안에 프로그램 되어 있는 또 다른 내용에 접근하여 본질적인 측면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드가 이야기 했듯이 무의식은 의식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며 의식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의식에 접근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꿈과 더불어 최면임에는 틀림없다.
Lynn, S. J., Rhue, J. W., Weekes, J. (1990). An integrative model of hypnotic involuntariness. In van Dyck, Spinhoven, Van der Does, Van Rood, De Moor (Eds)., Hypnosis: Current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Amsterdam: VU University Press.
Druckman, D. & Bjork, R. A. (Eds.) (1994). Learning, remembering, believing: Enhancing human performance.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y Press.
글 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 reasoning (2007) 등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