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가 살아있다. 이 밤에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변기 저 혼자 클클클 웃는 소리.
부글부글 용암이 솟구치듯 이따금씩
내 머릿속을 헤집고 나와
불쑥 내지르는 주먹.
휩쓸어 끌어들이는 소용돌이 물살 속에
너도 들어오라고
클클클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
- '열린시학' 2010년 여름호에서
▶강인한=1944년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외.
주변에는 내가 잠든 때에도 잠들지 않는 것들이 많다. 충전하고 있는 이동전화기, 한 번씩 존재를 알려오는 냉장고, 노란 불로 깜박거리며 숨 쉬고 있는 인터넷 중계기, 케이블 단말기, 꺼놓아도 빨갛게 점을 끄지 않는 티비… 숱한 눈들이다. 소화 불량으로 꺼억-꺼억 트림하는 사람처럼 화장실 변기도 밤새워 소리를 토한다. 닫힌 문을 열 때마다 그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을 갖는다.
그 만이 아니다. 거리의 숱한 CCTV와 꺼지지 않는 인터넷 선로가 있다. 그들 앞에 내 영역은 노출되고 그것들의 감시 선상에 놓인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보면 감시의 눈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고 노예와 같은 생활을 요구한다. 사람이 무섭고 사람임이 두렵다. 강영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