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인가, 인격인가?

교사들은 학생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학습지도를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르침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너트는 ‘교사와 학생 사이’라는 책에서 다음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커다란 강을 건너던 어떤 철학자와 사공의 대화입니다.
철학자: 철학을 아십니까?
사 공: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철학자: 그렇다면 인생의 3분의 1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는 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철학자: 문학을 좀 아십니까?
사 공: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철학자: 그렇다면 인생의 3분의 2를 잃어버린 겁니다.
바로 그 순간 배가 바위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사 공: 헤엄칠 줄 압니까?
철학자: 아니요.
사 공: 그렇다면 당신은 목숨을 잃어버린 겁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론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헤엄칠 줄 알거나, 아니면 물에 빠져 죽거나 둘 중의 하나만이 문제가 됩니다.
위 일화를 음미해 보면, 교실의 위기를 맞은 현실에서는 도서관의 갖가지 책들도, 온갖 강의와 과정들도 별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태를 수습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는 의미입니다.
기너트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하여 특별한 대화기술을 소개했습니다.
대화의 기본 원칙: 상황만을 말하라. 결코 성격과 인격을 논하지 말라.
다음 에피소드에서, A 교사는 상황만을 말합니다. B 교사는 학생의 성격과 인격을 논합니다.
<에피소드 1>
한 아이가 머리도 빗지 않고, 옷도 꾸깃꾸깃한 차림으로 계속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A 교사 : 아무리 봐도, 네 몸가짐과 옷차림을 좀 더 단정하게 하는 게 좋겠어.
B 교사 : 넌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옷차림은 단정치 못하고, 머리는 지저분해. 머릿속도 엉망일 거야.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차림새를 말끔하게 하지 않으면, 교실 밖으로 쫓아낼 거야.
<에피소드2>
한 아이가 친구에게 돌을 던지는 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A 교사 : 네가 친구에게 돌 던지는 거 봤어. 화도 나고 무척 놀랐어. 사람에게 돌을 던지면 어떡하니?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되잖아.
B 교사 : 너, 미쳤니? 넌 왜 그렇게 잔인하니?
<에피소드3>
시끄럽게 구는 학생들과 주의력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반응입니다.
A 교사 : 시끄러워서 기분이 나쁜데.
B 교사 : 그만 떠들어. 수다쟁이들아.
A 교사 : 60쪽이 공부할 곳이야.
B 교사 : 왜 그 모양이야? 수학 책 꺼내서 60쪽을 펴.
A 교사 : 문이 열렸네. 문을 닫는 게 좋겠구나.
B 교사 : 문 닫아! 꼬리 달렸어?
<에피소드4>
월요일 아침. 교실은 어수선합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큰 소리로 떠듭니다.
A 교사 : 난 이제 시작하면 좋겠는데.
B 교사 : 떠들지 마. 모두 자리에 앉아. 여기가 놀이터인 줄 아니?
아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교사들은 ‘거절의 언어’를 잊어버리고, ‘받아들임의 언어’를 습득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교사는 아이의 가슴을 사로잡아야지 결코 잘못을 파 해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훈련된 고도의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봅니다.
위 에피소드에서 보면 A교사는 상황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B교사는 학생의 성격이나 인격을 들추어 꾸짖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모욕을 주지 않고 교사의 분노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명령을 하지 않는 것도 학생들의 저항을 줄이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존중해 주고, 자존심을 지켜 주면 반발심도 수그러듭니다.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무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협력을 얻을 수 있지만, 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저항을 불러왔던 경험은 없으신가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지켜져야 하는 것은 상황인가, 인격인가?
그 답은 확실합니다.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결코 학생의 성격과 인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0. 2. 1)
첫댓글 어른들 끼리 대화하는데도 참고해야 할 내용입니다.
앞으로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도록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