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인구의 93% 이상이 불교신자다. 그러나 그들의 불교는 샤머니즘, 주술신앙 등 민간신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불교가 타이 사회에 도입되기 이전부터 타이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었던 민간신앙은 오늘날 불교와 함께 타이인들의 인간상호관계를 포함하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초자연관을 포함한 영적 생활을 지배하는 혼합주의적 신앙체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통불교에서는 카르마 즉 업(業)과 윤회의 법칙에 입각하여 공덕을 쌓아 궁극적으로는 해탈을 획득하는 내세지향적인 인생관을 강조한다.
카르마의 법칙은 그러나 현생(現生)에서의 선업(善業) 혹은 악업(惡業)이 내생(來生)에서야 그 효력을 발휘한다고 보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사람들이 늘상 가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실제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선업이 내생에서의 고(苦)보다 현생에서의 고를 감해주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타이 불교도들은 탑을 세워 헌납하고 승려에게 가사를 선물하고 절에 돈을 시주하고 매일 이른 아침에 탁발공양하며 불상에 금박을 붙이고 물을 부으며 기도하는 행위를 통해 사업상의 이익이나 시험합격, 승진, 결혼, 남편 및 연인의 애정 획득, 무병장수, 치병 등등 세속적, 현실적인 목적의 달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기복적, 도구주의적 불교신앙을 갖고 있는 많은 불교도들은 현생에서의 직접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주술신앙에 의지하기도 한다. 불교신앙과 민간신앙은 실제로 종종 혼합된 양상을 띤다. 예컨대 방콕의 길거리 도처에서 만나는 노점상들 가운데는 부처의 초상이나 유명한 승려의 흉상 혹은 좌상을 3-4cm 크기의 작은 메다용에 양각으로 새겨 목걸이로 걸 수 있는 호부(護符)를 파는 자들이 있다. 즉 불교신앙에서 숭배되는 인물이 주술적 힘의 한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교 승려들 중에는 그들이 잘 아는 신도들을 위해 주술사의 역할을 하는 자들도 있다.
2. 피(phi) 신앙
태국의 민간신앙과 관련하여 우선 ‘피’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피(phi)는 강, 나무, 산 등에 거하는 자연의 정령, 죽은 자의 망령, 조상신, 지역신, 기타 타이인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초자연적 존재들을 망라하는 넓은 의미의 “귀신”을 지칭한다. 타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간신앙의 중추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피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의지의 대상이며, 따라서 적절한 경배와 위무가 필요하다고 본다. 귀신에 대한 경외심을 지니고 있는 타이인들에게 있어서 ‘와이피’(wai phi) 즉 피에 대한 경배는 기본적 의무다.
그러나 ‘핏피’(phit phi) 즉 피를 거스르고 잘못 섬기는 행위는 위험한 결과를 낳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럴 경우 피를 달래기 위해 제사 등 적절한 위무가 따라야 한다고 본다. 피는 자신을 올바른 방식으로 섬기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그리하여 생전에 상당한 주술적 능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어떤 승려의 피는 그 승려를 아는 많은 불교신자들에게 수호신이 되어 있으며, 생전에 유명했던 어떤 도둑의 피는 많은 소매치기 및 도둑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피의 신앙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조상신으로서의 피를 들 수 있다. 조상신은 태국의 중부 지방에서는 ‘짜오포’(cao pho) 즉 아버지 귀신, ‘짜오매’(cao mae) 즉 어머니 귀신 등의 이름으로, 동북부 지방에서는 ‘피뿌따’(phi pu ta) 즉 할아버지 귀신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상신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을의 조상신으로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제하고 마을의 전통적 관습을 보호해 주며 나아가서는 마을주민들의 환경을 지배하는 지역신인 셈이다. 여기서 피신앙의 두 번째 형태인 지역신으로서의 피를 확인할 수 있다.
태국에서 강한 민간신앙의 전통을 갖고 있는 동북부 지방 즉 이산(Isan) 지역에서는 마을마다 대개 세 가지 종류의 지역신을 섬긴다. 첫째 마을의 조상신에 해당하는 ‘피뿌따’로서, 그 사당은 마을의 변두리에 있다. 둘째 ‘짜오포파카오’(cao pho pha khao: “흰옷의 수호신”)라고 알려져 있는 절의 수호신으로서, 그 사당은 절 경내에 위치해 있다. 셋째 ‘피반’(phi ban) 즉 마을신으로서, 마을의 중심에 그 사당이 놓여져 있다. 한 지역에 대한 수호신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지역신의 가장 대표적인 존재로서 락므엉(lak muang: “나라의 기둥”)을 들 수 있다. 대개 긴 나무에 신상을 새겨 놓은 기둥의 형태를 띠는 락므엉은 한 도시의 가장 중요한 불교사원 경내에 안치되어 있다. 이것은 원래 태국의 토착적인 피신앙이 힌두교의 시바신의 상징인 남근에 대한 숭배와 결합한 것이 뒤에 불교적 토양에 접목된 결과로 보여진다.
타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또 다른 지역신으로서 프라품짜오티(phra phum cao thi) 혹은 간단히 프라품(phra phum)이 있다. ‘땅의 신’, ‘토지의 신’ 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귀신은 사람이 사는 집이나 건물이 들어앉은 땅의 영적인 소유자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는 모든 땅위에서는 그것이 농가이건, 아파트이건, 상점이건, 호텔이건, 백화점이건, 오피스텔이건, 정부청사이건, 혹은 절이건 간에 ‘산프라품’(san phra phum) 즉 프라품의 사당을 종종 볼 수 있다. 외다리 기둥에 얹혀져 항상 북쪽을 향하는 산프라품은 대개 사방에 아치형 문이 있고 탑모양의 지붕이 있는 사각형 구조물인 ‘몬톱’(monthop)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즉 산프라품은 태국의 전통적인 왕궁 혹은 사원의 정교한 축소모형으로 지어져 있는데, 이것은 프라품의 영적인 기능과 신분을 반영하고 있다. 어떤 토지구역의 죽은 소유자의 피일수도 있고 혹은 이름 모르는 자연정령일수도 있는 프라품은 그 토지와 건물 내에 사는 사람들의 육체적 안녕과 물질적 축복에 관여한다고 믿고 있다. 프라품에게는 매일 아침 꽃, 향, 음식을 제물로 바친다. 다른 시간에라도 사업에서의 성공이나 복권당첨을 위해 혹은 산모와 갓 출생한 아기의 보호를 위해 제물을 바친다. 또한 집에 손님이 왔을 때 프라품에게 고하여 밤에 그 손님을 괴롭게 하지 말도록 빈다.
지역신 특히 불교사원 경내에 안치되는 락므엉에 관한 서술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드러났지만, 피신앙은 그 세 번째 형태로서 불교와의 깊은 융합을 보여준다. 태국의 피 가운데 영적으로 가장 높은 피는 현 왕조의 상징인 왓프라께오(Wat Phra Kaeo) 일명 에메랄드 사원의 맞은 편에 서있는 락므엉(Lak Mueang) 사당에 모셔져 있는 피라고 알려져 있다. 불교적 피신앙의 가장 보편적 형태는 죽은 저명한 승려의 귀신에 대한 숭배다.
즉 생전에 그 승려를 존경하는 신도가 자신의 집에 그 승려의 피를 섬기기 위해 제단이나 사당을 세우고 거기에 제물을 바친다. 혹은 존경하는 승려의 초상이 담긴 메다용을 사서 목에 걸고 호부로 삼는다. 어떤 지방에서는 승려의 귀신이 생전에 그가 수도하던 절의 불탑이나 불상에 깃든다고도 믿고 있으며, 그러한 귀신들은 종종 그 사원의 수호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또 다른 피신앙의 형태로서 몇몇 역대 국왕들, 특히 딱신(Taksin: 재위 1767-1782)왕과 쭐라롱꼰(Chulalongkorn: 재위 1868-1910)왕에 대한 숭배를 들 수 있다. 주로 중국계 타이인들이 숭배하는 딱신은 톤부리 지역의 왓아룬(Wat Arun) 일명 새벽사원의 입구에 있는 사당에 안치되어 이 절을 지키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쭐라롱꼰에 대한 컬트다. 이 왕에 대한 숭배는 지난 수년간 빠른 속도로 타이 사회 특히 중산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방콕의 국회의사당 광장에 서있는 이 왕의 동상 주위에는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몰려와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린다. 또한 쭐라롱꼰왕의 초상화는 가장 잘 팔리는 실내장식품의 하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여염집들과 상점들은 그의 초상화를 모신 제단을 설치해두고 그에게 복을 빈다. 그리고 그의 사진을 담은 핀이나 메다용이 마치 영험있는 호부처럼 잘 팔린다. 왕실의 중요한 사원인 왓보원니웻(Wat Bowornniwet)의 경내에는 심지어 한 사당이 특별히 세워져 2m 이상 되는 쭐라롱꼰 입상을 안치해 두었는데, 이 곳은 점차 많은 사람들의 참배 대상이 되고 있다.
쭐라롱꼰왕 컬트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회학적 설명들이 있다. 공통된 견해는 그것이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태국 중산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빠른 경제성장과 급격한 사회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욕구와 영감을 갖게 되었지만 종래의 귀신신앙은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며,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갈등들을 전통적인 불교가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태국을 식민지화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국가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발전과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이 왕에게서 새로운 수호신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혹은 민중의 일상적인 이해관계로부터 갈수록 멀어져 가는 국가권력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는 중산층이 더욱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체제의 이상적 인물상을 쭐라롱꼰에게서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다분히 태국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시원스럽게 해결하지 못하는 최근 타이 정부들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학적, 정치학적 해석이야 어쨌든 간에, 쭐라롱꼰왕 컬트에서 한가지 분명한 점은 그것이 타이 사회의 전통적인 수호자로 인식되어온 왕실에 대한 타이인들의 신뢰와 경외심을 반영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배경에서 태국 왕실의 가장 위대한 왕들중의 한 명으로 간주되는 쭐라롱꼰이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귀신 즉 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타이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력한 왕을 신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 예로서 13세기말 태국의 한 비문의 기록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타이인들은 당시 대륙동남아의 광활한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크메르 제국의 왕을 “피파”(phi fa) 즉 ‘하늘의 피’라고 불렀다.
끝으로 피신앙은 다양한 잡귀들에 대한 민간신앙의 형태를 포함한다. 오늘날 민간에서 흔히 ‘피’를 운운할 때는 대부분 악한 잡귀들을 일컫는다. 잡귀로서의 피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잘 알려진 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선 피끄라스(phi krasue)는 노파나 마녀의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살며 날 것이나 비린 것을 좋아하고 때로는 사람의 배설물을 찾아다니는 귀신이다. 사람들이 피끄라스를 두려워 하는 것은 이 귀신은 갓 태어난 아기나 산모의 몸속에 들어가 내장을 먹어 아기나 산모를 죽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산한 집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며 금줄과 부적을 걸어둔다. 피끄라스의 탐욕스러움 때문에 민간에서는 탐식하는 자를 “피끄라스처럼 먹는 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어떤 사람이 뚜렷한 이유가 없이 점차 몸이 쇠약해지고 말라가면 “피끄라스에 의해 빨아먹혔다”고 말한다.
피뽑(phi pop)은 형태가 없으며 기생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귀신은 희생자를 점유하여 그 내부의 신체기관들을 먹는다. 이 때문에 피뽑에 걸린 자는 체중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피뽑은 대개 촌충이나 십이지장충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 마을에서 주로 발견된다. 피뽑의 희생자들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닭 등 동물을 날 것으로 먹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피뽑에 걸렸다고 알려지면 마을에서 그 가족과 함께 쫒겨나간다.
피따이탕끌롬(phi tai thang klom)은 출산중 죽은 산모의 망령이 귀신이 된 것으로서, 그 깊은 원한 때문에 가장 악한 피에 속한다. 이 피는 주로 자신이 죽은 곳의 근처를 배회하며 자신 대신 그 지역에 거할 희생자를 찾아 죽이기까지는 계속 평온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 다닌다고 믿는다. 주술사들은 이 피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애정주술(love magic)의 약을 조제한다. 출산하다가 갓 죽은 여자의 무덤에 한밤중 은밀히 가서 이 여자의 피따이탕끌롬을 불러내 가지고 간 단지에 붙들어둔다.
그리고는 여자의 시신의 턱 밑에 촛불을 대 시체에서 떨어지는 기름(nam man phrai)을 단지에 받는다. 이 기름은 특히 짝사랑하는 사람의 몸에 조금만 발라도 그 사람이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하게 만든다고 한다. 피따이탕끌롬은 불의의 죽음을 당한 자의 망령인 피따이홍(phi tai hong)중의 하나라고 불 수 있다.
피쁘렛(phi pret)은 불교적 기원의 귀신으로서, 특히 소승불교 경전인 뻬따밧투(Peta Vatthu)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산스끄리트의 쁘레따(preta) 혹은 팔리의 뻬따(peta)에서 파생한 쁘렛은 ‘죽은 자’, ‘망령’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피쁘렛은 몸은 엄청나게 크지만 몸은 아주 말랐고 긴 목에다가 입은 바늘구멍만큼 작다. 피와 고름 특히 부패한 시체에서 흐르는 액체를 주식으로 삼는 이 귀신은 그 입의 크기 때문에 항상 배고파한다. 전생에 부모나 선생을 때리거나 은인을 배신하는 등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면 피쁘렛이 된다고 한다.
피꽁꼬이(phi kong koi)는 피빠(phi pa) 즉 ‘밀림 귀신’의 한 종류로서, 주로 밤에만 활동하며 숲에 들어와 야영하는 사람의 발가락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피꽁꼬이의 공격을 당한 사람은 곧 몸이 허약해지고 결국에는 죽게된다고 믿는다. 이 귀신은 다리를 하나만 갖고 있기 때문에 이동할 때는 껑충껑충 뛰어서 간다고 한다. 피꽁꼬이는 거의 언제나 밀림을 끼고 있는 타이인들의 생활환경과 연관된 정령신앙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3. 콴(khwan) 신앙
태국의 민간신앙과 관련하여 끝으로 ‘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콴(khwan)은 좁은 의미에서 신체의 부위를 지칭할 때는 머리정수리의 가마를 일컫지만, 넓은 의미의 민간신앙적 맥락에서는 흔히 “생명의 정수” (vital essence, essence of life), “생명의 정령”(spirit of life), “수호정령”(guardian spirit) 등으로 번역된다. 태국에서는 한 사람의 수호정령이 그의 머리정수리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이것은 콴에 대한 위의 두 가지 의미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태국에서 어린이이건 어른이건 할 것 없이 다른 사람의 머리 특히 정수리 부분을 함부로 만지거나 쓰다듬는 것이 금기사항중의 하나인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한편 태국의 민속학자인 아누만 라차톤(Anuman Rajathon)은 “정령을 가진 모든 것은 콴을 갖고 있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령신앙에서의 콴은 위에서 말한 바 넓은 의미의 민간신앙적 차원의 콴을 말한 것이다. 이 경우 콴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코끼리, 물소, 말 등의 동물과 논, 나무, 집의 기둥, 마을, 도시도 콴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모두 사람의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동물이거나 땅, 지역 혹은 숲의 나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집기둥의 콴과 관련하여, 집을 지을 때 서로 다른 숲에서 베어온 나무들로 집의 기둥들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각각 다른 숲에 거하는 나무의 정령들이 싸우게 되면, 새 집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땅 혹은 어떤 지역의 콴의 경우는 그곳을 지키는 지역신의 기능을 갖는다.
수호정령으로서의 콴은 그 소유자에게 건강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타이 사회에서는 콴이 없으면 그 사람은 불완전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인간이라고 간주한다. 콴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사람의 육체 속에 거주해 있지만, 수면이나 질병 시에는 그 육신을 떠날 수가 있고, 사망하면 완전히 떠난다. 콴은 한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 속에 깃들어 그의 수호정령이 된다. 중부 태국의 방찬(Bang Chan) 지역 주민들은 자연정령인 콴이 이처럼 사람을 숙주로 삼는 것은 그를 통해서 더욱 풍부한 음식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아이가 자랄수록 콴도 그만큼 더욱 강해지며 그 아이의 존재와 더욱 밀접히 부착된다.
타이 사회에서는 한 개인의 운명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러한 콴의 성격을 고려하여 주요 통과의례 시 콴 의식을 행한다. 우선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면 ‘탐콴’(tham khwan) 의식을 행한다. 이 의식은 콴을 청하여 아기속으로 들어와 유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남자들이 불문으로 출가할 때는 ‘탐콴낙’(tham khwan nak) 의식을 행한다. 이것은 남자가 절에 들어갈 때 그의 수호정령인 콴이 함께 들어가 절에서의 생활에서도 그에게 질병이나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결혼 시에는 두 사람의 콴을 결합시킨다는 뜻에서 신랑과 신부의 머리를 성스러운 실(mongkhon fa faet)로써 서로 연결시키는 의식을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