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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 정문수
기술 및 전략 훈련 (Training Skill & Strategy)
돌 위를 움직이는 것이 등반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등반을 향상시키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항목은 이 장에서 다루는 기술과 전략의 훈련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반가들 사이에서 주로 주목을 받고 확대되는 부분은 근력 트레이닝에 대한 것이며, 힘이 더 세지는 것이 클라이밍 관련 잡지 기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제가 된다. 이 책에서는 정신력 트레이닝과 기술 및 전략 훈련이 근력 트레이닝에 앞서서 나오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등반가들은 이들 영역에 더 집중하여 훈련할 때 더 효과적이며 더 빨리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더 높은 등급으로 빨리 진입하고 싶다면, 다른 어느 장보다 이 장에 담겨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이해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하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대다수의 등반가들은 우리 스포츠에 고유한, 방대한 종류의 테크닉을 열심히 연습하는 데에 거의 시간을 쓰지 않는다. 마땅한 코치나 가이드도 없이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과를 위한 등반만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루트를 하나씩 해 나가는 것으로 만족한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능숙하고 잘하게 되려면 새로운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약점을 보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등반가들은 자신의 최대 등급 보다 낮은 루트에서 연습하는 데에 시간을 쓰고 싶어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코스를 피하려고 한다. 야구선수가 9회전의 경기 외에 전혀 배팅이나 연습을 하지 않거나 쿼터백이 게임 외에 절대 패스를 던지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 장에서는 새로운 등반 기술이나 무브의 습득과 관련된 운동 학습(motor learning)의 3단계를 소개하고, 무브를 실행하고 모르는 무브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뇌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이해하기만 한다면 매우 강력한 정보가 될 것이며, 당신이 무리를 떠나서 등반 훈련의 한 부분으로서 정기적인 기술 연습을 시작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 장의 액션 파트는 실내외 어디에서든 연중 사용할 수 있는 연습 훈련들로 이루어져 있다. 경력과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이 훈련들을 자주 함으로써 등반 테크닉과 전반적인 실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 글은 특정한 등반 테크닉 - 크랙 등반, 백 스텝, 데드포인트 등등 – 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배우려고 하는 무브 유형, 기술, 전략의 종류에 관계없이 가장 적절한 연습 방법을 안내해 줄 것이다. 특정한 클라이밍 동작에 대한 지도는 다른 많은 책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적으로 지도받거나 우수한 클라이머를 따라하도록 추천되고 있다.
운동학습의 개요 (An Overview of Motor Learning)
필자가 등반 훈련을 최적화하기 위한 운동학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1990년대 초 마크 로빈슨 박사와의 만남과 나의 아내 리사 앤의 지속적인 도움 때문이었다. 운동학 교육을 받고 LPGA 프로 골프 선수를 지낸 리사 앤은 매우 어려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상급 골프선수들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 또한 정형 외과의사인 마크 로빈슨은 나에게 Richard Schmidt가 쓴 운동학습과 퍼포먼스 (Motor Learning & Performance)에 대한 훌륭한 저서를 권해 주었다.
로빈슨은 나의 첫 번째 등반서적인 “플래시 트레이닝(1994)”을 위해 ML&P를 등반에 적용하도록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이후, 필자는 깊이있게 그 주제를 연구하고 “How to Climb 5.12”에서 이 원리를 등반기술의 빠른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관해 서술하였다. 이제 그것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차례이다.
운동 학습은 우리가 어떤 기술의 신체 동작을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학습은 기술의 종류(걷기, 운전, 등반 등)에 관계없이, 구별되면서도 약간씩 겹치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인식(Cognitive), 동작(motor), 자동(autonomous) 단계가 그것이다.
인식 단계 (Cognitive Stage)
이 단계는 그 활동에 대해 생각하고 설명을 듣거나 다른 유사한 활동과 비교하는 것, 실제로 하면 어떤 것일 거라는 추정이다. 또한, 그 활동을 보거나 근운동감각이 어떤 것일지 기대하고 미래 퍼포먼스에서의 목표나 원하는 결과를 그려보는 것도 포함한다.
이 단계의 초기 시도에서는 어색하고 비능률적이며 거친 행동으로 나타나고 에너지와 근력을 낭비적인 방식으로 소모해 버린다. 당신에게 익숙치 않은 유형의 등반(크랙, 슬랩, 포켓 홀드의 페이스, 등등)이나 특히 어려운 루트를 처음으로 몇 번 시도할 때 이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초기의 연습단계에서는 땅에서 루트를 보면서 무브와 휴식지점을 그려보려고 노력하며 톱로핑 또는 볼트에서 볼트까지 선등(bolt to bolt lead)을 하면서 등반을 시도한다. 전형적으로 이런 초기 시도의 결과는 거칠고 불완전한 것이지만, 계속적으로 시도하거나 연습함으로써 퍼포먼스의 질은 나아진다.
이 단계에 관련된 기본 능력은 크게 지적 능력과 성격에 연관된 특성이며 신체적인 능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초반에 잘하는 사람들(선천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은 꼭 제일 힘이 센 것은 아니며, 대신에 지각력이 있고 머리회전이 빠르며 자신감이 있고 이완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 예로 처음 등반을 하는 초보 여성 클라이머가 비슷한 남성 클라이머보다 처음 며칠간은 더 등반을 잘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작 단계 (Motor Stage)
모터 단계는 지속적인 연습의 결과로 신경계와 뇌에 의해 활동의 효율성과 조직화가 증가하는 단계인데, 이 때의 증가는 의식적인 노력과 사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다소 자동적인 것이다. 신경회로(groove)는 수많은 시도와 함께 외적 내적 소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더 낫고 효율적으로 실행하게 될 때 개발된다.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신체의 자연스러운 관성이 잘 사용되며, 이러한 동작 효율성의 뚜렷한 증가가 학습의 모터단계를 나타내준다.
등반에서 이 단계는 무브와 클립이 알려져 있는 레드포인트 등반을 시도할 때 잘 나타난다. 목표는 효율성을 개발하고 크럭스를 위해 근력과 지구력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관련된 기본적인 요소는 초반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는, 내부 동작 센서의 민감성, 팔다리 동작의 정확성, 사소한 실수를 인지하고 수정하는 속도, 불안감이나 의심에 대한 민감성 등등이 관계한다. 이러한 것들은 의식적인 認知나 조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헌신적인 연습과 완벽성의 추구를 통해서만이 획득된다.
이 단계에서 행동의 목표는 더 세련되고 어려워진다. 동작을 가까스로 헐떡이며 해내는 것이 아니라, 여유있는 근력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멋있게 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초기의 서투른 성공은 인정되지 못하는데, 그것은 테크닉과 효율성의 개발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좋은 성과와 더 빠른 발전으로 이어지곤 한다. 따라서 목표는 5.10a 또는 5.12a에 겨우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동 단계 (Autonomous Stage)
학습의 마지막 단계는 자동 단계로 불린다. 이 시점에서는 동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며 거의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이 동작이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종종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있으며 여섯수 앞을 내다보는 체스의 대가처럼 완벽한 자세로 온사이트의 크럭스 동작을 해독하고 완료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상급 선수들이 종종 보여 주듯이 완전한 몰입상태(flow state)가 되기도 한다. 등반의 경우, 그것은 헌신적이고 반복적인 장기간의 연습을 통해서만이 도달된다.
바위에서 이 단계는 레드포인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을 때 경험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완전히 외우고 있는 루트를 수없이 반복할 때 더 자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몰입 상태는 자신의 최대 등급보다 낮은 루트를 온사이트 등반을 할 때도 경험할 수 있으며, 드문 경우에 자신의 드림 프로젝트 루트나 경기 루트를 성공할 때 이 상태의 황홀함을 느낄수도 있다.
스키마(Schema)의 이해: 등반의 소프트웨어
등반기술과 테크닉은 바위와 지형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능숙한 등반가가 되려면 다양한 종류의 바위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설령 한 종류의 등반에만 관심이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무브와 자세를 배울 때 만들어지는 기술 프로그램 혹은 스키마에 관련되어 있다. (유럽의 문헌에서는 엔그람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키마로 통일하도록 한다.)
스키마는 뇌와 척수의 운동 체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개발되고 적용되는 일련의 법칙들을 의미하는데,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동작하고 근력과 몸 자세를 조정하는 방법에 관련된 다. 등반에서 이러한 조건들은 바위의 각도, 마찰력의 질, 사용하는 홀드 유형, 지형 종류(천정, 코너 등등)등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한 두 종류의 벽에서만 등반한다면, 당신은 바위 마찰력, 홀드 유형, 바위 유형에 대해서 좁은 범위의 스키마를 개발하게 될 것이다. 이 때의 운동 프로그램은 아무리 잘 학습되더라도 비슷한 상황에서만 효력을 보일 것이며, 이들 바위들에서도 더 어려운 부분에서는 잘 적용되지 못할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면, 제한된 스키마 때문에 원래의 홈에서 능숙하게 했던 등급에서 더 어려워하거나 더 낮은 등급을 등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자주 여행하는 등반가라면, 수만 종류의 다른 무브, 자세, 각도, 홀드들을 당신의 스키마에 기록해 놓았을 것이다.(그림 4.1)
이런 엄청난 자원 덕분에 당신은 대부분의 바위 유형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등반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높은 밀도의 스키마를 가지고 있으면, 온사이트 등반시 크럭스나 새로운 무브에 대한 최상의 해답을 창조적으로 추측하고 놀랍도록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기술이 좋은 스키선수나 서핑선수들은 어떤 슬로프나 파도에서도 온사이트 해낼수 있는 것처럼, 넓은 스키마를 개발하게 되면, 지구상의 어느 바위에서나 높은 수준으로 온사이트 할 수 있는 클라이머가 될 것이다.
마크 로빈슨은 캘리포니아의 어떤 지역에서 톱 볼더 선수와 함께 했던 경험을 얘기해 주었다. “이 사람은 자기 지역에서는 아주 소수만이 따라 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 낼 수 있었지만, 명백히 능력의 한계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갔을 때에는 5.10a를 등반하는 것도 어려워 할 정도였다. 그의 이러한 한계는 어느 날 그의 지역에서 더 쉬운 문제를 보여주려고 했을 때 다시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몸을 틀어 가볍게 뛰어오르면서 최근에 부러진 홀드까지 갔지만 갑자기 툭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잔뜩 멋을 부리면서 보지도 않고 늘상 잡던 홀드를 잡았지만 바로 추락했다. 다음주가 되자 그 지역의 대부분의 다른 로컬 볼더 선수들과 몇몇 중급 등반가들은 새로운 동작을 익혔지만, 우리의 영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의 스키마 수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다시 한번 제한된 것이다.”
스키마의 개발 (새로운 기술의 학습)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그 새로운 기술을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사용하기 이전에 운동 학습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이 과정은 느리고 어색하며 실망스러울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신이 그 기술을 훌륭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훈련이 어려운 기술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그 과정을 지름길로 가려고 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영역에서 근력에 의존함으로써 기술을 배우지 않고 돌아가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불행히도, 많은 클라이머들이 꼭 그렇게 하고 있다. 즉, 새로운 무브, 테크닉, 몸자세를 배우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을 그저 런지나 스윙 또는 돌아서 넘어가려고 한다. 또 다른 예는, 실내 암장이나 직벽 등반가가 처음 크랙 등반을 배우려고 할 때 보이는데, 꼴사나운(때로는 고통스러운) 재밍 또는 크랙의 다른 면을 미는 동작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흔히 나타난다. 등반가들은 결국 펌핑이 나고 그 루트가 실제 등급보다 더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가장 효율적으로 그 루트를 등반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처음에 새로운 무브가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서 더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고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새로운 기술을 많은 다양한 바위 종류, 각도, 세팅 등에 연습해 봄으로써 가장 능숙해지도록 할 것을 명심하라. 위의 크랙 등반 예의 경우, 당신은 가능한 한 많은 유형의 바위와 각도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넓이, 깊이, 길이의 크랙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미끄럽고 폭이 일정한 사암 핸드 크랙을 등반하는 것과 넓이가 조금씩 달라지는 울퉁불퉁한 화강암 크랙을 재밍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느낌의 차이가 이렇게 비슷한 루트를 등반할 때도 다소 다른 스키마가 요구된다는 증거가 된다.
결과적으로 양쪽 바위에서 모두 잘 등반하려면 양쪽 유형의 바위에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원칙은, 피곤하고 무섭거나 급한 상황에서는 학습이 느리고 어려워지는 반면, 생생하고 이완되고 확신에 찬 상태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훈련시간 초반에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고, 하드 프리 루트를 할 때 어려운 행도깅을 적용해 보는 것이 최상이 된다. 이런 접근방법을 통해서 가장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한 종류의 등반을 위해 훈련하고 연습하는 데에 하나의 최상의 방법은 없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심지어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조차도 두뇌는 수많은 다른 해답을 만들어낸다. 이 해답들은 시도되고, 성공적인 것들이 유지되며, 별로 효과가 없는 것들은 폐기된다. 이 과정(신경의 다윈주의, neural Darwinism)은 새로운 클라이밍 무브를 배우거나 어떤 루트에서 익숙치 않은 등반을 시도하게 될 때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동작에 대한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해답은 학습과정의 부분으로 계속 창조되며, 다른 사람들은 이것들을 인지하고 학습한다. 어느 시점까지는 힐 훅, 데드포인트, 백 스텝, 피겨4 자세와 같은 독특한 동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배울 수도 없었다. 누군가 또는 많은 사람들이 등반에 대한 학습 과정 중에 그것들을 만들어 냈으며, 이제 이런 동작들은 흔한 것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숙련된 등반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새로운 기술이 아무리 중요하지 않고 어색하며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마음을 열고(open mind) 호기심을 가지며 새로운 테크닉을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기술의 전이 (Transference of Skill)
운동 학습에서 전이의 개념은 한 가지 활동(activity)에서의 기술이 다른 활동의 학습을 촉진시키거나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분야에서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아주 비슷한 활동들 사이에서도 전이가 없거나 작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술적 동작의 복합성, 코디네이션, 통합성은 매우 특이적이어서 다른 기술적 동작에게서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등반에서의 연습은 등반기술, 밸런스, 테크닉을 향상시키지만, 해키 색(Hacky Sack)을 차거나 스노우 보드를 타는 것 등은 등반 행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자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이유 때문에, 엄청난 근력과 운동기술이 있는 체조선수가 별 노력 없이도 즉각 훌륭한 등반가가 될 것이라는 가정은 틀린 것이 된다. 등반과 체조가 분명 특정한 신체적 필요조건을 공유하긴 하지만, 운동기술은 크게 관계 없으며 부분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기본 능력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향상의 속도와 절대 기술수준
연습의 법칙에 따르면, 퍼포먼스는 활동을 처음 연습할 때 바닥 수준으로부터 빠르게 향상되며 능력이 어떤 절대(개인별로 차이가 남) 수준에 도달해 갈 때는 천천히 약간씩 증가한다.(그림4.2)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은 잘 숙달할 때까지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기간을 지나고 나면, 평생 차를 수천 시간 운전한다고 해도 운전기술은 단지 약간 향상될 뿐이다.
골프나 등반 같은 복합적인 활동에서의 학습곡선에서도, 초반의 연습 결과로 기술이 빠르게 증가한다. 그러나, 이 스포츠들이 상당한 복잡성과 광범위한 기술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사실, 둘 중에서 골프가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스포츠인데, 이것은 몇몇 타고난 등반가는 5년 미만에 정상급에 도달할 수 있지만, 타이거 우즈 같은 최고의 골프선수들은 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5년이 걸렸으며 그것도 대단히 빠른 것이라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1장에서 논의했듯이, 당신은 특정 유형의 등반에 연습을 집중하고 훈련함으로써 그 영역의 등반에서 향상 속도를 최대로 할 수 있다. 실내 볼더링 게임이나 오버행 루트를 등반하는 등의 특정 등반에서 높은 수준의 능력까지 빠르게 진전하는 클라이머는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든 등반 기술 중에서 단지 작은 부분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등반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스키마들의 개발에 연습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단점은 그 제한된 스키마 때문에 다른 유형의 등반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숙달된 전천후 등반가가 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많은 다른 영역에서 광범위한 스키마를 개발하는 데에는 적어도 5년 내지 10년이 걸릴 것이며, 20년 내지 30년 후에라도 계속해서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등반 훈련에 대한 가장 현명한 접근법은 등반의 처음 몇 년동안 지독하게 힘을 기르는 것보다는 기술에 대한 학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당신이 바위에서의 타이거 우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여러 해 동안 헌신적으로 연습 할 자세를 가지고 확실한 전천후 기술자(technician)가 되도록 노력하라.
효과적인 연습을 위한 열쇠
효과적으로 기술을 연습하려면 등반시 자신의 기술적 약점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의 양, 새로운 기술 습득을 촉진하기 위한 현명한 연습 방법들을 알아야 한다.
2장에서 자기 평가를 다했다면 자신의 기술적 약점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과 전략상의 특정 결함을 분명히 알아내기 위해서 좀 더 세밀한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분을 투자해서 다음 연습과제를 해보자.
연습: 기술적 약점 드러내기
최근에 등반했던 경험이나 특정 등반 지역에서 정말 고생했던 경우를 떠올려 보자. 눈을 감고서 추락하거나 완전히 지쳐버렸던 동작과 루트를 재현해 보라. 또한 당신이 불안감을 느끼고 경직되어서, 추락하진 않았더라도 거의 실패할 것처럼 느꼈던 동작과 상황들을 돌이켜보라. 생생하고 자세하게 그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길이다.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와서, 당신의 악전고투와 절망의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적어 내려가라. 물론 수많은 정신적, 신체적 문제들을 적을 수 있겠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가서 그렇게 펌핑이 오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게끔 한 기술적 약점을 끄집어 내도록 하라. 모든 이유들을 적은 다음에, 신체적, 정신적 문제들을 모두 지우고 기술적 문제만을 뽑아서 다른 종이에 새로 적어 보라. 마지막으로, 기술적 원인들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결함이 되는 것부터 ‘톱 텐’ 순위를 매겨보도록 하라. 예를 들면, 그 목록은 아래와 같이 될 것이다.
1. 어려운 무브에서는 발자세가 흐트러진다.
2. 각이 세고 힘든 지형에서 너무 천천히 등반한다.
3. 항상 중요한 홀드를 놓치곤 한다.
4. 쉬는 지점을 자주 지나친다.
이제는 상위 3위 안에 드는 기술적 약점에 별표를 하라. – 이것들이 이번 주부터 기술 연습에 집중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이들 영역에서 눈에 띄게 향상한 것이 느껴지면, 다음 세 문제들을 고치는 연습을 시작하라. 새로운 기술적 문제점이 전면에 드러나게 되면 다시 이 연습과제를 하도록 하라.
이제 기술적 약점을 명확하게 이해했다면, 운동시간 중 일주일에 2번은 그것들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실내 암장이든 자연바위에서든 연습할 계획이 있다면, 연습할 날과 퍼포먼스할 날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은 매주 자연암 또는 암장에 갈 때 퍼포먼스(등반 성과)에만 계속 초점을 맞춰서 등반한다. 특별히 계획한 루트 목록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한 자신의 한계에 가까운 등반을 하려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연습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간을 등반 성과를 내는데 쓰려는 경향은 기술적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과정과는 배치된다. 우리 모두는 각이 센 루트에서 계속 형편없는 발 동작을 하면서도 결국엔 그 어려운 루트를 해내는 등반가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결과적으로 5.#의 어려운 등반을 완등하긴 했지만, 이 운동에서 기술적 능력은 거의 얻지 못했을 것이며, 사실 자신들의 나쁜 습관과 좋지 못한 테크닉이 더욱 몸에 배이게 될 것이다. 필자는 그런 연습을 ‘어리석은 훈련(stupid training)’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현명한 클라이머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을 때인 운동시간 초반 에 연습 시간을 할애한다. 이 때의 목표는 기술적 약점에 대해 연습할 만한 루트를 찾는 것이다. 등반이 목적이 아니므로, 주저할 필요 없이 로프에 매달려서 어색하거나 어렵게 느꼈던 동작, 몸자세, 시퀀스들을 실험해 본다.
예를 들어서, 백스텝이나 드롭니 동작이 약점이라면, 이 동작들을 잘 써야만 가장 효율적으로 등반할 수 있는 루트에서 계속 연습하는 것이다. 그런 유형의 루트는 아마도 당신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당신의 근력을 잘 쓸 수 있는 루트를 등반하려는 경향이 있었을 테니까. 예를 들어서 드롭니 동작을 잘 못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각이 센 벽이 특히 더 어렵고 위협적으로 보였을 것이므로 그런 벽을 피하려고 했을 것이다. 똑같은 원리가 당신의 등반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슬랩, 작은 홀드의 페이스, 크랙, 루프 등) 이제부터는 당신의 세 가지 기술적 약점의 목표가 될 루트 유형에서 정기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더 나아지려면 다른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연습 기법과 게임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이 방법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약점을 고치는 속도를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재미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른 학습을 위한 여러 연습 사례들은 How to Climb 5.12에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운동기술 및 전략의 빠른 학습을 위한 스마트 트레이닝 요령
볼더링
볼더링은 근력을 개발하기에 제일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등반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스키마를 획득하는 데에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에 했던 볼더링 문제를 생각해보라. 아마도 어려운 문제를 몇 번이고 해서 결국은 성공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여러 번 시도하면서 근력이 증가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연속적으로 시도하는 가운데, 무브를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몸 자세, 느낌, 손 발 자세를 배운 것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볼더링에서는 줄을 매고 등반하는 모든 구속이 제거되기 때문에, 당신은 특정 기술이나 시퀀스를 배우기 위해 초점을 좁혀서 여유있게 반복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특정한 동작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과학자들은 이것을 구획 연습(blocked practice)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단 스킬이 완성되고 나면, 이런 구획 연습에서 더 이득이 되는 것은 없다. 추가적으로 더 학습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구획 연습을 통해서 연습하거나(예를 들면, 새로운 무브와 자세의 새 볼더 문제), 원래 문제를 어떤 요소(예를 들면, 각도, 홀드 크기, 홀드 위치나 간격 등등)가 변하도록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자의 전략을 변이 연습(variable practice)이라고 하며, 어떤 기술을 다양한 자세나 세팅으로 배울 필요가 있을 때 좋은 전략이다.(예를 들면, 무한정 다양한 방향에서 골프공 치기, 코트 어느 곳에서든 농구공 슈팅하기, 수백만 가지 다양한 몸 자세에서 데드포인트로 뜨기 등등)
실내 암장은 변이 연습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이다. 예를 들어 오버행 벽에서 언더 홀드와 힙 턴(hip turn)을 사용한 기술을 배우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상대적으로 쉬운 언더 홀드와 힙 턴 동작이 있는 문제를 세팅하고 100% 마스터했다고 느낄 때까지 몇 번이고 연습한다. 다음으로, 홀드 방향과 위치를 약간 바꾸어 문제를 새로 디자인하고 이것이 완전히 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한다. 다음에는 손, 발 홀드 크기를 줄이고 연습을 반복한다. 이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변이 연습 훈련을 완료하려면 하루 저녁이 걸릴 수도 있고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에 관계없이 최종 결과는 이런 타입의 동작과 관련된 포괄적인 스키마들을 익힐 수 있고 미래의 등반과정에서 기술을 재빨리 상기하여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광범위한 무브 유형과 각도로 야외에서 볼더링하는 것이 폭넓은 등반 기술을 쌓는 데에 가장 좋으며, 인공 벽에서 변이 연습을 하는 전략을 통해서는 새로운 유형의 동작을 다양한 배치에서 포괄적으로 배울 수 있다. 분명, 두 가지 방법 다 크나큰 가치가 있다. 이제 실행에 옮기자.
트래버스 트레이닝
볼더링처럼, 트래버스 트레이닝도 등반의 수많은 기술적 측면에 대한 연습에 초점을 맞춘 활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위 아래쪽이나 실내 암장에서 즉흥적으로 트래버스하는 것이 볼더 문제 다음으로 지루한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이 훈련은 이미 등급이 매겨져 있는 볼더문제에 비해서 중요한 잇점들을 가지고 있다. 등급이 있는 볼더 문제를 할 때는 자신의 테크닉이 아무리 보잘것 없고 비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런 성과를 위한 등반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
반대로 테크닉과 동작 연습을 위한 트래버스 훈련에는 성과를 내려는 압박감이 제거되어 있다. 당신은 벽에서 떨어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이 새로운 그립 자세와 부드럽고 정확한 발 동작, 다양한 몸 자세 등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이 훈련의 잇점을 최대한 살려서 각각의 발 위치를 주의깊게 두고서 발에 체중을 싣는 것, 가능한 한 그립을 여유있게 하는 것, 정교하고 어려운 시퀀스에서 재빠르고 자신감있게 움직이는 것 등에 집중해 보라. 마지막으로 항상 고요하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콘트롤을 잃는다고 느낄 때마다 발끝에 재집중하도록 노력하라.
트래버스 트레이닝의 강도와 잇점을 혼합하고 증대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제거(elimination)또는 집중(focus) 훈련을 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두 손가락(검지와 중지, 또는 중지와 약지)만 이용해서 트래버스를 해 보는 것이다. 이 훈련은 발에 체중을 싣는 것을 최대로 하도록 할 것이며 손가락 근력을 증가시키는 데에도 훌륭한 방법이다. 또 다른 변형으로는, 오픈 그립 자세만 이용해서 완전히 트래버스하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원래 크림프 그립을 선호하고 있었다면 특히나 어렵고 유용할 것이다.) 창조적으로 생각해서 다른 훈련들을 자꾸 개발해 보라. – 예를 들어서, 사이드로 당기는 방법만 쓰기(side-pull only), 언더 홀드로만 잡기, 크로스로만 잡기, 등등의 제거 훈련이 있다. 초급자와 중급자는 정기적으로 이 훈련들을 실시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톱로핑과 행도깅(toproping and hangdogging)
톱로핑과 행도깅은 포켓 바위 또는 크랙처럼 익숙하지 않은 지형에서 등반하게 되거나 자신의 한계에 가까운 어려운 동작을 연습할 때 이상적인 방법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이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는 데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톱로핑을 하거나, 볼트간(bolt to bolt) 선등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낮은 상태가 되어서 심각한 추락이나 부상의 위험 없이 어렵고 서투른 동작을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지속적으로 어렵거나 크럭스가 여러 번 있는 루트를 시도할 때, 이 루트를 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하면 루트를 부분으로 보면서 해결할 수 있어서 정신적 부담이 줄어든다. 볼더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게 하나의 시퀀스를 반복적으로 하는 구간별 연습을 적용할 수 있다. 일단 한 문제가 해결되고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 다음 구간으로 옮겨 가서 시도해 볼 수 있다. 모든 구간을 해결하고 충분히 쉰 후에는, 다음 목표는 그 구간들을 연결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서, 한 루트를 4개의 어려운 섹션으로 나누었다면, 위의 두 두간을 이어 본 다음, 내려 와서 위의 세 구간을 잇도록 노력한다. 그렇게 하나씩 증가시켜 배우고 나면 다음 번 톱로핑 시도 또는 레드포인트 등반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틱 게임
이 인기있는 게임은 새로운 무브를 온사이트로 빨리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을 배우기에 좋은 방법이다. (온사이트 등반 또는 경기에서 필수적인 기술) 실내 암장에서는, 적어도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즉흥적으로 볼더 문제를 찍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날의 ‘희생자’에게는 스타트 손 홀드와 발 홀드만 지정해 주고 시작하게 한 다음, 세터는 다음에 사용한 홀드를 지적한다. 그가 추락하거나 문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런 방식으로 한다. 이 게임을 할 때는 보통 손 홀드만을 지정하고 발 홀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open feet)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First touch
이 방법은 대회를 앞두고 있거나 온사이트를 하려는 클라이머에게 특히 좋은 훈련 방법이다. 다양한 톱로핑 코스가 있는 실내암장이 이 훈련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훈련 이름처럼, 당신은 한 루트를 할 때 손 홀드를 처음 잡은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 처음 홀드를 잡은 후에 다시 재조정하거나 그립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이런 방법으로 많은 루트를 등반하게 되면 홀드를 보다 세밀하게 조사하는 것을 배우게 되며(처음 땅에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등반하는 중에도) 처음 홀드를 잡을 때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등을 할 때 이 기술은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며 따라서 온 사이트 등반시 성공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뒤따라가기와 제거 훈련 (tracking and elimination)
이 훈련은 볼더링이나 톱로핑 등반 시에 실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목표는 손으로 잡은 홀드에 발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사다리를 올라갈 때처럼, 오른 손으로 짚은 단에 오른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여유공간을 두는 것과 같다. 제거 훈련(elimination)의 한 형태로서, 이 훈련은 루트 상의 모든 홀드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어려운 등반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이 보통 5.10이나 5.11 루트를 등반하면서 훈련한다면, 5.7에서 5.9 등급의 루트에서 이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실내에서 많이 등반한다면, 창의성을 발휘해서 기술, 전략, 근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거 훈련 방법을 개발하라. 예를 들어서, 당신이 확실하게 외우고 있는 루트에서 특정 손홀드와 발 홀드를 제거해보라. 똑같은 루트를 계속해서 반복 연습하는 훈련에서는 얻을 것이 거의 없다. 그 루트에서 가장 큰 다섯 개의 홀드를 제거시킴으로써 스스로에게 도전해 보라. 혹은 사이드 홀드나 언더 홀드로만 잡도록 제한한다거나 두 손가락만 써서 등반하도록 해보라. 이렇게 하면 당신과 당신 친구들에게 꽤나 재미있을 뿐 아니라, 기술 연습과 전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훌륭한 방법이 된다.
클라이밍 다운(Downclimbing) 훈련
필자는 등반할 때 가능한 한 많이 그 루트를 내려오면서 등반해 보려고 노력한다. 펌핑을 두 배로 나게 하는 것 외에도 이 훈련에는 많은 잇점이 있다. 루트를 다운클라이밍하려고 생각한다면, 올라갈 때 훨씬 더 잘 관찰하게 되고 집중하게 된다. 더욱이, 많은 클라이머들이 발 동작이 좋지 못한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 동작에 강한 집중을 요구하는 이 연습을 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맨 먼저 당신은 다운 클라이밍이 어렵고 어색하며 매우 펌핑이 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치있는(도전해 볼만한) 새로운 일을 처음 시도할 때는 언제나 그렇다. 그러나, 홀드에 대한 인지력이 향상되고 루트를 유연하게 거꾸로 할 수 있게 되면, 다운클라이밍이 처음 완등할 때보다 훨씬 더 쉽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엑센트릭(낮추는) 근력이 콘센트릭(당기는) 근력보다 훨씬 강할 뿐만 아니라, 내려갈 때는 발이 리드하기 때문에 발에 최대한 체중을 실어서 에너지를 보존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유들 때문에 진지한 클라이머라면 다운 클라이밍 훈련을 간과하지 않는다.
스피드 트레이닝
바위의 경사가 심하고 무브가 어려울 때, 빨리 정확하게 등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기는 없다. 빨리 등반하는 것은 근력이나 파워의 문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기술의 문제이다. (루트를 마구 런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근력과 지구력이 부족할수록, 이 기술은 더 중요해진다.
동작이 흐트러지고 기술이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면 빨리 등반하는 것에는 아무런 잇점이 없다. 그러므로, 당신이 완전히 마스터하고 있을 만큼, 최대 능력에서 한 두 단계 아래 등급의 루트에서 스피드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루트를 몇 차례 등반하되(등반 사이에는 휴식한다.) 다시 할 때는 이전 등반보다 좀 더 빨리 등반해 본다. 약 10% 정도 더 빨리 등반하려고 노력하라. 그러나, 테크닉이 흐트러진다는 신호가 오면 속도를 다시 낮추어라.
수 개월 동안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이 훈련을 실시하라. 그러면, 온사이트 또는 레드포인트 등반시에 자연스럽게 더 빨리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기술 하나만으로도 한 시즌동안 레드포인트 능력을 완전히 한 등급 이상 올릴 수 있다. – 그것은 근력 트레이닝만 해서 얻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일 것이다.
문제 해결과 학습을 발전시키는 정신적 날개 전략
결론으로서, 어렵거나 복잡한 루트를 할 때 즉각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6개의 정신적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보존하면서도 난해한 크럭스를 재빨리 해독하는 것이 우리 분야에서 핵심적인 기술이 된다. 이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등반할 때 대가가 되는 길이다.
성과(performance)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
필자가 어려운 볼더 문제나 프로젝트 루트를 등반하길 좋아하는 이유는 복잡한 문제를 연구해서 아름답고도 독특한 시퀀스가 점차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퍼즐 맞추기를 할 때처럼 바위 퍼즐도, 끝내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까 신경쓰지 않고 그 일에 집중하고 재미있어 할 때 가장 잘 풀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볼더 문제나 크럭스 동작을 할 때 이 바위 퍼즐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서 어려운(도전해볼 만한) 과정을 해나가는 즐거움을 느껴 보아라. 이런 식으로 보면 할 수 없다거나 실패할 것 같은 마음가짐에서 벗어나서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 해결책을 찾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게 된다. 기억하라. 뇌는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자연스럽게 증폭한다. 분명 당신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한 해답을 증폭시키고 싶어하고 그렇다면 항상 해결 지향적이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라.
문제 풀기와 운동 학습은 모두 스트레스와 불안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빨리 일어난다. 그러므로 깊이 숨쉬고, 긍정적인 시각화를 하며 과정 지향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함으로써 긴장을 컨트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루트를 완등해야 한다’거나 ‘이번 시도에서 레드포인트해야 한다’는 생각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이런 생각들은 당신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필요성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 당신이 바라는 바로 그것을 방해하는 스트레스와 불안감만이 생긴다. 대신에, 추락이 학습과정의 한 부분임을 깨닫고 각각의 추락은 루트에 대한 개인적인 해결 단서임을 인정하라. 추락은 당신이 좀 더 다르게 또는 더 낫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추락이 일어난다면 인정할 것을 미리 다짐하고, 성공은 창의성, 노력, 인내와 함께 온다는 점을 완전히 믿도록 하라. 그렇게 할 때, 가장 빨리 배우고 성공할 수 있는 최적 상태가 될 것이다.
루트를 쪼개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길고 어려운 루트를 짧은 문제들의 시리즈로 쪼개면 등반이 더 수월하고 배우기에 더 쉬워진다. 더욱이, 이런 짧은 문제들은 해결할 만한 단기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 루트 전체를 며칠 동안 실패한다 하더라도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짧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공했다는 느낌 덕분에 당신은 계속 활력이 넘치고 긍정적인 상태로 계속 루트를 해나갈 수 있게 된다.
개별 조각들을 등반 할 때 그 중의 하나에 얽매이는 것을 피하라. 여섯 개 조각 중에서 두번 째 조각을 계속 시도하게 되면, 설령 문제를 풀게 되더라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서 다른 문제들을 시도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못할 거야.”같이 판단을 해버리는 독백을 하기 전에 얼른 다음 문제로 옮겨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판단을 무의식 속에 감춰두고 있으면, 그것은 결국 현실로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보다는 루트의 나머지를 풀고 나서 그 문제로 되돌아 오는 것이 더 낫다.
장기적인 만만찮은 목표(단기간의 실패는 필연적인)를 달성하려면 정신적인 명민함과 더불어 역경 앞에서 견뎌내도록 스스로에게 꾀를 부리는 능력도 필요하다. 하나의 등반을 좀더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쪼개어서 몇 개의 작은 성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양쪽 두뇌를 모두 사용하라.
두뇌는 두개의 반구-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져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영역, 언어, 수학 등과 관련되며, 우뇌는 창조적, 예술적, 직관적인 영역과 상상력, 상황에 따른 문제들과 관련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좌뇌에 치우쳐져 있으며, 등반과 같이 많은 정보를 가진 복잡한 상황에서는 좌뇌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등반가들이 우뇌를 땅에 남겨두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 해결 능력에 약점을 가지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직선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중요한 홀드나 시퀀스, 휴식 지점을 못 찾아서 떨어진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사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과학자이다.)
우뇌는 당신이 이완된 상태일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그러므로 우뇌가 활동하게 하려면, 루트를 향해 돌진해서 완등을 위해 빨리 올라가는 식의 행동이 아니라, 바닥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천천히 워밍업하며 로프를 묶기 전에 등반을 여유있게 연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좌뇌 쪽으로 많이 치우친 사람들은 상자 밖으로 나와서 볼 필요가 있다. 등반의 큰 그림을 보고 가능한 모든 접근방법과 시퀀스들을 상상해 보는 습관을 들여서 스스로의 독창성을 기르도록 하라. 논리적이고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관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을 균형있게 이용하라. 이런 상태를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린 힐이나 크리스 샤마 같은 똑똑한 클라이머의 증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서 학습하라.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은 오감 중의 하나로부터 오며, 학습에서 더 많은 감각을 이용할수록 더 쉽고 빠르게 배우게 된다. 보통 클라이머들은 바닥을 떠나기 전에 시각적 감각을 일차적으로 사용하며 등반을 시작할 때 촉각을 이용한다. 냄새와 맛은 등반 퍼포먼스에 크게 기여할 수 없는 반면, 청각은 상당히 강력한 학습도구가 된다. 특히 함정이 있는 볼더 문제나 어려운 시퀀스를 외우려고 할 때 그렇다. 중요한 홀드와 무브에 이름을 주고 말로 설명하는 클라이머는 이 트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홀드에서의 불분명한 동작을 촉각이나 시각으로 기억하려고 할 때, “동전만한 홀드에 하이 스텝하고 나서 감자칩 같은 홀드까지 데드포인트하기”처럼 말로 설명해 주면 기억하는 것이 쉬워진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꽤 효과가 있다.
다감각(multisensory) 학습은 똑똑한 클라이머라는 표시이므로 동작을 보고 느끼는 것 외에 말로 표현하기 시작하라. 그 말을 말함으로써, 그 등반을 등반하기에 쉬워진다.
우스꽝스러운 것을 시도해 보라. (Try something ridiculous)
배움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판단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동작을 사용하니까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거야.”라고 말하거나, 새롭거나 불가능할 것 같은 동작이 마음 속을 스치고 지나갈 때 시도해 보지도 않고 깎아 내리는 것은 자기 태만의 한 형태이다. 스스로를 이런 방식으로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 당신의 뇌는 당신이 그것을 말하기 전까지는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지 못한다. 시퀀스나 자신의 능력을 미리 판단하지 말라.
가장 좋은 문제 해결자는 창조적이면서도 방해받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알려진 동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해답을 시도하는 데에 절대 망설이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을 기르기 위해서, 당신도 명백한 해답-현재 당신에게 효과가 없는 것-을 무시해 버리고 몇 가지 완전히 다른,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시도해 보라.
주어진 테크닉-힐 훅(heel hook), 언더 홀드(undercling), 니 바(knee bar)-이 얼마나 불가능해 보이느냐에 관계없이 그 테크닉을 몇 번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판단하지 말라. 다양한 몸 자세, 플래깅, 런지 등을 시도하고 벙어리 홀드, 사이드 홀드, 핀치홀드 같은 좋지 않은 홀드를 무시하고 넘어가지 않도록 하라. 꼭 사용해야 할 것 같은 홀드를 제거하거나 반대쪽 손으로 사용해 보라. 쵸크자국이 없지만 시퀀스를 해결해 줄지도 모르는 홀드를 찾고 루트의 주 라인에서 벗어나 있는 발 홀드를 계속 찾도록 하라. – 놓친 발 홀드나 하이스텝 하나가 불가능과 가능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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